"가락초, 해누리초·중, 혁신학교로 부적절"… 주민들, 조희연 교육감에 집단 반발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정상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정상윤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1만 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헬리오시티'의 학부모들이 단지 내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려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구상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3월 신설 및 재개교가 예정된 헬리오시티 단지 내 초·중학교(가락초, 해누리초·중)에 대해 혁신학교 지정을 검토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초과밀학급 편성이 불가피한 단지 내 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과밀학급·기초학력 저하…'혁신학교'에 등 돌린 학부모들

    27일 '헬리오시티 입주자협의회'에 따르면 이들은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의 혁신학교 지정에 반발,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단체청원·단체민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30일 교육청 앞 시위 및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송파 을)과의 공청회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단체청원문을 통해 "대형학교 및 초과밀학급 편성이 불가피한 단지 내 학교는 혁신학교 지정이 매우 부적절하다"며 "교사 1인당 학생수가 너무 많아 혁신학교 취지 및 교육적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측은 교육부가 승인한 가락초(학급당 31명), 해누리초·중(학급당 34명)의 학급당 학생수보다도 자체 설문조사를 통한 예상 학생수가 많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혁신학교'는 학교와 교사에게 자율성을 주고 창의적·주도적 수업을 추구하는 학교 형태로, 학급 인원 25명 내외 소규모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취지와 별개로, 혁신학교는 기초학력미달자 비율이 일반학교에 비해 높아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 '기피학교'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타 혁신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는 헬리오시티의 한 입주자는 "혁신학교가 당장은 시험, 상장 없어서 편하겠지만 중학교 가면 피눈물 흘린다"고 우려했고, 다른 입주자는 "혁신학교의 문제는 일반학교에 비해 절대적인 학습량 부족과 커리큘럼 부재에서 오는 실험적 교육과정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부모들 "우선 일반학교로 개교하고 혁신학교 전환 결정해야"

    협의회 측은 서울시교육청의 더 큰 문제로 예비 학부모 동의 없이 단지 내 학교를 혁신학교로 개교하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혁신학교 전환은 우선 일반학교로 개교한 이후에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학교를 혁신학교로 전환하려면 학부모와 교직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신설 학교(해누리초·중)의 경우 학부모가 없기 때문에 서울시교육청 혁신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된다. 가락초는 당초 일반학교였으나 2014년부터 휴교한 관계로 해누리초·중과 사실상 같은 처지다. 지난 9일 위원회는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에 대한 의견 조율이 어려워지자 혁신학교 결정권을 조희연 교육감에게 넘겼다.

    이들은 지난 8월 신설된 서울시교육청 청원게시판에도 사실상의 민원을 넣고 있다. 19일 예비 학부모라고 밝힌 청원자가 게시한 '가락초 해누리초 혁신학교 지정 반대'는 27일 현재 1,866명의 동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근 숙명여고 사태가 불거졌을 때 성적 전수조사를 요청하는 청원에 1,520명이 동의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한 학부모는 "이미 학교가 개교해 운영됐더라면 학운위에 학부모가 참여해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있어 민주적 방식으로 처리됐겠지만, 개교 전이라 결정권이 교육감에게 위임된 상황을 이용해 주민들의 뜻을 무시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은 30일로 예정된 주민 공청회를 통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가락초, 해누리초·중에 대한 혁신학교 지정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