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별 北인권증진센터 소장의 절규 "인권 자체를 모르는 北주민들의 고통에 관심 가져달라"
  • 북한인권증진센터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 북한인권증진센터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제 오빠는 북한의 정치범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살아 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35)은 오빠 얘기를 했다. 오빠 얘기면 충분했다. 이 소장의 개인적 사연에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패악과 북 인권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관심이 모두 녹아 있었다. 정치범 수용소의 해체를 따로 촉구할 필요도 없었다. 

    이 소장의 오빠 이세일 씨(41)는 10년 전 ‘정치범’이 됐다. 세일 씨는 2009년 1월 18일 양강도 해산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 장백현으로 탈북했다. 중국 군인에게 체포됐고 강제 북송됐다. 이 소장은 "북송된 오빠는 정치범으로 분류됐다"고 말했다. 

    강제이혼, 수감... "수용소가 남아 있는지라도 알고 싶다"
    “오빠는 아내와 강제 이혼을 당했습니다. 생사를 확인해줄 가족이 없습니다. 당시 경성수용소로 끌려간 것만 알고 있습니다.”

    세일 씨의 행방에 앞서, 세일 씨가 수감된 경성수용소 자체의 존재가 묘연하다. 이 소장은 경성수용소가 화성 쪽에 있는 수용소로 통폐합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아직 경성수용소가 그대로 있다는 증언도 있다. 이 소장은 “경성이나 화성에 있을 것으로 추정만 할 뿐 생사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이 소장은 19년 전 탈북했다. 1999년은 북한 주민의 아사(餓死)가 속출하던 '고난의 행군' 시기다. 그 때 탈북해 2002년 한국에 들어왔다. 이 소장은 "대한민국에 와서야 자유와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느끼게 됐다"고 했다. 예외적인 일이다. 그는 "아직도 오빠를 비롯한 많은 북한 주민들이 탈북을 시도하다 강제 북송돼서 끔찍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 ⓒ뉴데일리 정상윤
    ▲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 ⓒ뉴데일리 정상윤
    가족의 '생사 확인 요청', 정치적 음해라며 거부한 북한
    이 소장은 친오빠의 생사 확인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는 2016년 7월 유엔 북한인권 서울현장사무소를 통해 이세일 씨에 대한 생사 확인을 공식 요청했고, 북한 당국은 2년 후인 지난 8월 유엔에 "북한 음해를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행위에 답변할 수 없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다.

    북한은 답변서를 통해 '거짓 정보 및 추측을 바탕으로 북한 문제를 경솔하게 연관시키는 적들의 시도(the ill-minded attempts by the hostile forces that recklessly link any issues with the DPRK on the basis of false information and conjecture.)'라는 적대적인 문장도 곁들였다.

    이 소장은 "가족의 생사 확인 요청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답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행위이며, 이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며 "이세일처럼 북한에 의해 불법적으로 생사 확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빠의 생사 확인을 누구를 통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북한 정권이나 지도자와의 대화만 중요시하지 말고, 박해받는 주민들을 기억해주십시오. 태어나면서 단 한번도 보호받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침묵하지 마십시오."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게도 관심 가져달라"
    최근 백두칭송위원회, 서울시민환영단 등 친북단체들이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며 서울 도심에서 김정은을 찬양하거나 김정은 서울 방문과 관련해 환영 엽서를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소장은 탈북민으로서 아쉬운 감정도 표출했다. 

    그는 "남북인권대화와 같은 교류는 환영할만 하지만, 일부 남한 주민들이 개인(김정은)을 너무 찬양하는 것에 대해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다"며 "북한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죽어가고 있는 이야기에도 포커스를 맞춰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지주, 친일파, 종교인 등을 집단 수용하기 위해 지난 1947년 만들어졌다. 이 소장은 "북한은 지금도 모든 인민을 감시하며 북한 정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수감하고 있다"며 "수용소에 끌려가면 인간 이하의 짐승 취급을 받으면서 굶주림과 고문, 생체실험 등으로 비참한 죽음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총 4곳(개천 14호, 요덕 15호, 화성 16호, 수성 25호)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2018 국제종교자유보고서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8만명에서 12만명이 수감돼 있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