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닮은 대만 국민당 한국유 후보 인기 폭발

국민당 가오슝 시장 후보, 민진당 실정에 실망한 사람들에게 큰 인기얻어

허동혁 칼럼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1.24 13:36:36
▲ 가오슝 시의원 무소속 첸칭미(陳清茂)후보의 김정은 마케팅 벽보. 이 벽보는 화제를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허동혁

대만 선거취재 둘째날은 국민당 가오슝 시장 후보 한궈유(韓國瑜, 이하 ‘한국유’로 표기) 후보의 한류(韓流)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국민당 후보를 중심으로 찾아다녔다. 우선 지난 6월 선거벽보에 김정은 사진을 삽입하여 현지에서 화제가 돼 필자가 보도한 적이 있는 가오슝 시의원 무소속 첸칭미(陳清茂) 후보 사무실을 찾아갔다. 첸 후보의 김정은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이장 출신인 그는 그 후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선거기간 내내 여러 방송국에 패널로 등장하고 있었다.

‘용감하게 주장하고, 행동하고, 쟁취한다’를 선거 구호로 내건 첸 후보는 TV에서는 미국 WWE의 프로레슬러 인터뷰를 연상케 하는 묵직한 입담을 과시하고 있었다. 필자를 반갑게 맞이한 그는 자신이 친 한국유 후보라고 밝히며, 민진당의 경제실책과 2014년 353명의 사상자를 낸 가오슝 가스폭발사고 부실대처 등으로 인해 가오슝의 민심이 국민당으로 돌아섰으며, 이에 한국유 돌풍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6월 선거 때 밝힌 대로 당선되면 북한을 방문해서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 재차 밝혔다.

필자는 이어 한국유 후보의 유세장으로 향했는데, 첸칭미 후보가 ‘마침 자기도 그 유세장으로 가는 길’이라며 같은 차에 타길 권유했다.

한 후보의 연설은 가오슝 교외 한적한 어촌의 사당 앞마당에서 벌어졌다. 유세장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최소한 3천명 이상이 “한국유가 왔다”며 모여들었다. 일본 아사히 신문 타이페이 특파원이 한국유 유세를 보러 현장에 와 있었다. 이윽고 한국유 후보가 도착하자 모두가 열광하기 시작했다.

한 후보는 사당에서 무소속 첸칭미 후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같이 사당에 참배했다. 서로 상당히 친한 사이로 보였다. 그 후 한 후보는 사당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국민당에 사전 연락을 취하지 않은 필자로서 이 돌풍의 주역을 인터뷰할 기회는 이때밖에 없었다.

한 후보에게 필자를 소개하자, 마치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후배를 맞이하듯 필자를 대했다. 한국 언론인은 선거기간 중 처음 본다며, 필자의 출신대학을 묻더니, 좋은 학교를 다녔다며 주변 손님들에게 필자를 소개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유 후보는 대만 명문 정치대학(政治大學) 동아연구소에서 수학하며 한국 유학생들과 교류한 적이 있었다.

▲ 국민당 가오슝 한국유(韓國瑜)시장후보의 차량유세 모습. ⓒ허동혁

지방선거에서 마치 총통선거 후보같은 주목을 받는, 제일 바쁜 후보가 그 와중에 필자에게 자상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필자는 한류 돌풍의 한 원인을 알 수 있었다. 평소 베풀기를 좋아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외모와 스타일이 너무 흡사했다.

이윽고 열린 한국유 후보의 연설은 톱스타 가수 공연에 가까웠다. 청중들은 한국유 후보와 악수 한번 하려고 너도나도 달려들었다. 보통 민진당은 블루칼라, 국민당은 화이트칼라가 지지기반이지만, 가오슝 선거의 경우 한국유 후보가 오히려 서민들에게 더 많이 다가가 있다는 평가가 있다. 실제 유세장에서도 많은 어민들이 첸치마이 후보 유세와 달리 구세주를 만난 듯 한 후보를 응원했다.


장경국 총통 손자 장완완 국민당 입법위원과는 악수만


한 후보는 외성인(外省人, 국공 내전에서 패한 후 대만으로 건너온 중국인)이 중심이 된 국민당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연설 내내 대만어를 사용했다. 간혹  ‘오바상(아줌마)’ ‘기모찌(기분)’ 같은 일본어도 구사했다(대만어는 일제시대 영향으로 일본어 차용단어가 많이 남아 있다). 그는 청중의 환호에 화답하며, “당선되면 가오슝의 농수산물을 동남아에 수출 할 수 있도록 하고, 많은 관광객이 가오슝에 오게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가 연설을 마치고 유세차량에 올라타려 하자 또다시 수많은 청중들이 소리를 지르며 몰려들었다. 지지라기보다는 톱스타나 가수에 대한 충성에 가까왔다. 필자는 이 때 한 후보에게 “이름에 ‘한국’이 들어가 있는데, 한국과 인연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묻자, 그를 향해 달려드는 수많은 청중을 뿌리치고 영어로 “한국 클래스메이트가 많아서 한국을 잘 안다”고 대답했다. 그에게 관심을 갖는 개개인에게 빠짐없이 배려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 돌풍의 원인을 다시 읽을 수 있었다.

그가 환호성 속에 차량유세를 시작하며 사라지자 필자는 다시 고속철을 타고 타이페이로 향했다. 오후에 국민당 타이페이 시의원 후보 의정발표회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발표회를 택한 이유는 장개석 총통의 증손자이자 장경국 총통의 손자인 국민당 입법위원 쟝완안(蔣萬安)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초선의원으로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로스쿨 졸업 후 뉴욕에서 변호사 활동을 한 경력이 있는 그는 인사말을 하자마자 자리를 떠서 그와 악수만 나눴을 뿐 대화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에게서는 가문의 자신감과 앞으로 한수 배우겠다는 겸손함이 함께 묻어나왔다. 대만에서는 2세 정치인을 긍정적으로 보는 풍토가 있기에, 가능한 캐릭터였다.

▲ 민진당 타이페이 시의원 첸츠후이(陳慈慧) 후보와 아버지 첸비펑(陳碧峰) 전 시의원의 연설회 전경. ⓒ허동혁


민진당 첸츠후이 후보 "한국유 열풍은 찬기운, 난류로 이길 것"

의정 연설회의 주인공인 국민당 린팅쥔(林亭君) 시의원 후보는 국민당 내 현직 최연소 시의원으로 재선에 도전하고 있었다. 쟝완안 입법위원과 린 의원은 모두 30대였으나, 연설회장의 청중들은 거의 장노년층이었다. 이는 국민당의 지지 기반과 일치한다. 쟝 위원과 린 의원의 연설은 내내 표준 중국어를 사용했다.

린 의원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입법위원 비서로 일하다가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노인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고 말해, 청년문제를 주로 언급하는 민진당 후보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으며, 생소한 개념인 애완견 전용 버스 도입 구상을 밝혔다. 한국유 돌풍에 관해서는 “타이페이에서는 지지정당에 관계없이 모두가 한국유 얘기를 한다. 이것이 돌풍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진당을 탈당한 무소속 시의원 후보의 약속장소로 향하려 했으나, 후보가 급히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는 연락을 받고, 페이스북 검색을 통해 같은 시간대에 시내 한 사당에서 열리는 민진당 시의원 첸츠후이(陳慈慧)후보 연설회장으로 갔다. 첸 후보 역시 2세 의원이자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시의원이다. 부친 첸비(陳碧峰) 전 시의원을 비롯한 민진당 입법위원 여러 명이 응원을 나와 있었다. 이들은 연설에서 “가오슝에서 불어온다는 소위 한류(韓流)는 찬 바람(寒流)에 불과하다. 우리 민진당의 난류(暖流)가 한류를 물리칠 것”이라며 유권자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첸 후보는 필자에게 “타이페이 시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해왔기 때문에 타이페이 유권자들이 다른 시 후보인 한국유에 홀리고 있다. 당선되면 진짜 타이페이 시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근처 신베이시의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신베이 시장 민진당 후보 수젠창(蘇貞昌)이 참가하는 민진당 후보 노래자랑 대회장으로 달려갔다. 수 후보는 행정원장(국무총리)을 지낸 거물 후보이다. 그러나 필자가 도착했을 때 수 후보는 급히 가오슝에 가고 없었다. 가오숭의 민진당이 다급한 나머지 수 후보에게 구원요청을 한 것이었다. 그 탓에 노래자랑은 시의원 후보들만 참석한 채 40분 만에 끝나버렸다. 한국유 돌풍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날 밤 호텔에서 본 TV뉴스에서는 가오슝에서 친구끼리 ‘한국유 당선일이 네 제삿날’이라며지지 후보를 두고 다투다가 경찰에 끌려갔다는 소식이 나왔다. 사건 소식이었지만 이런 한국유 현상은 정치집회를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치르듯 아무 뒤끝 없이 즐기는, 나라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좌파가 존재하지 않는 대만 정치의 건강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필자 역시 월드컵 응원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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