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시의원들 "포퓰리즘인줄 알지만 의석수도, 명분도 안되니 어쩔 수 없어"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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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회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서울지역 '고교 3학년 전면 무상급식'과 관련 예산 심사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탓에 예산안 통과는 기정사실로 치부되지만, '보편적' 무상급식에 반대해 온 한국당조차 예산안 삭감 같은 의견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사실상 '박원순표 무상급식'에 손 놓고 있는 셈인데,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2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이날부터 '고3 무상급식' 예산 심사에 돌입했다. 

    앞서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은 21일 '고등학교 친환경 학교급식 전면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 전체 319개 고등학교의 고교 3학년 8만 4700여 명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고3 전면 무상급식에 추정되는 예산만 769억원에 달한다.

    당초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시내 고3 대상 무상급식을 9개 자치구에서 시범 운영한 뒤 점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사이 돌연 서울시내 기타 자치구들이 무상급식 대열에 동참할 의사를 밝히며 내년 고3 전체 무상급식안이 성사됐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은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라고 강조하며 이번 안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재정 건전 지켜야할 시의회가 먼저 압박

    '고3 친환경 급식' 내년도 예산 769억원은 교육청이 50%, 서울시가 30%, 자치구가 20%를 각각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에는 기존 9개 자치구에 대한 비용만 포함돼있다. 이에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시의회와 추가 논의를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급격히 늘어난 예산으로 인해 원칙대로라면 서울시의회가 제동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나, 이번 고3 무상급식 확대는 역으로 서울시의회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구 형편으로 인해 점진 확대를 계획했던 것이 시의회의 압박으로 무리하게 성사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1일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은 "형평성 문제와 학부모들의 이해와 요구를 감안해,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25개구 전역으로 확대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따라 보편적 복지가 가능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의원 선거 결과.ⓒ그래픽=뉴시스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의원 선거 결과.ⓒ그래픽=뉴시스

    야권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분위기"

    이에 시의회 야권은 답답한 분위기다. '선별적 무상복지'를 주장해왔던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이번 보편적 복지안을 두고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공식적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무상급식과 관련해 한 번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는 '전면 무상급식'을 추진했고, 서울시는 '선별 무상급식(소득 하위 30%로 확대해 2014년까지 50%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며 팽팽히 대립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기영합주의 정책은 안된다"며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주장, 불발될 경우 시장직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주민투표가 불발되며 끝내 시장직에서 사퇴하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의회 야권 한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자치구 사정 때문에 일부에서 시행하려던 것이 시의회 압박으로 결국 전면 확대 시행하게 됐다"며 "과거 오세훈 시장 역풍으로 인해 우리가 명분을 잃은 이슈라, 입이 막혀 있다"고 토로했다.

    해당 관계자는 "오늘부터 예산 심사가 시작되는데 문제없이 통과될 것"이라며 "또 복지의 비회수성 때문에라도 한 차례 시행되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회 의원들은 여전히 이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무상급식 본질 뿐 아니라 그 과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여명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고교 의무교육 시작도 전에 무상급식부터 시행하는 이유가 뭔지, 이것이 포퓰리즘의 발로가 아니면 뭔가"라고 반문, "급식시설 개선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공짜로 밥만 주면 능사인가"라고 질타했다.

    성중기 한국당 시의원 역시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새 예산을 편성할 때 지방의회 의결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이번 급식안에 대해 시와 시교육청은 의결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이것이 확정된 것처럼 언론을 이용해 홍보하고 있다"며 "이는 절차와 합의를 무시한 일방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현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인 점을 이용해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다수당의 폭거이자 독재적 의사결정 행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특히 무상급식은 아직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시는 무상급식 전면 확대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된 560억원 상당의 '학교 시설 등 교육경비 지원을 위한 예비 예산'을 활용하거나 추경을 통해 부족한 예산을 충당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