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지지 68%" 학회 발표에, 산업부 "이해관계자의 조사일 뿐"… 학회 "공동 조사하자"
  • ▲ 한국원자력학회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원자력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 한국원자력학회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원자력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계가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9일 한국원자력학회는 '국민 68%가 원자력 유지·확대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국민 인식조사를 발표했다. 그러나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이해관계자인 원자력학회에 의한 조사"라며 '국민 84.6%가 에너지전환을 지지한다'는 민간연구원 여론조사를 인용하자 원자력계에서 "산업부가 인용한 여론조사가 진짜 왜곡"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여론조사 문항·세부 질문은 민감한 문제…최대한 담백해야

    22일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이같이 밝히며 "질문지에 배경을 깔고 (답을) 유도하는 질문이 있으면 왜곡을 피할 수 없다"며 "친(親)환경 정책에 대해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고 묻는다면 굳이 친환경에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업부가 인용한 현대경제연구원 여론조사는 지난 6월 실시됐다. 당시 연구원은 '원전 및 에너지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발표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84.6%가 찬성해 국민 대다수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전력 공급 방식'에 대해 '환경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부터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질문에 33.4%가, '생산 비용이 조금이라도 적게 드는 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부터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8.8%가 찬성했다는 결과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연구원은 "이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및 전력시장 운영과 관련해 경제성, 환경 및 국민 안전의 영향을 검토하도록 규정한 전기사업법 개정에 대해 국민적 지지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정 교수는 "여론조사는 문항과 질문을 최대한 담백하게 구성해야 한다"며 "신고리 공론화 과정에서도 (건설재개·중단 양측에서) 줄다리기가 많았다. 무엇을 먼저 물어보느냐에 따라서도 결과에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산업부-원자력계, 脫원전 '공동 여론조사' 성사되나

    20일 산업부가 인용한 과거 설문조사 사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1차 조사(2017년 9월)', '한국갤럽(2018년 6월)', '현대경제연구원(2017년 10월·2018년 6월)' 등 4건이다. 산업부는 "'원전 비중 확대' 응답은 4번 모두 10% 내외에 불과했다"고 밝혔다.(신고리 12.9%, 갤럽 14%, 현대 10.4%/8.8% ↔ 원자력학회 35.4%)

    산업부는 이해관계자인 원자력학회가 아니라, 원전에 가치중립적인 기관이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전환 전반에 대해 설문을 하는 것이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산업부 주도 하에 (원자력계, 환경단체 등) 양측이 합의된 질문을 만들어 조사기관에 의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원자력학회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설문 의뢰기관이 이해관계자라는 이유만으로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것은 편견"이라며 "같은 논리라면 환경단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도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학회는 "산업부의 뜻을 존중한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가치중립적 기관에 맡겨 학회와 산업부가 공동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송종순 한국원자력학회 소통위원장(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계속해서 정부와 접촉을 타진하고 있는데 반응이 없다"며 "산업부와 원자력계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