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돼가는 홍콩 언론, 그대로 받아쓰는 한국 언론

중국 관광객 행패 풍자한 스웨덴 토크쇼 사과 없었음에도 韓언론들, 친중매체 그대로 받아 써

허동혁 칼럼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1.22 14:00:50
▲ 중국 정부의 항의에 "중국인에게는 사과할 수 있지만 중국 정부에는 못하겠다"고 밝히는 스웨덴 토크쇼 진행자. ⓒ해당 방송 유튜브 채널 캡쳐.
지난 9월 25일, 홍콩 언론들은 중국 관광객의 매너를 다룬 스웨덴 SVT 방송의 인기 코미디 토크쇼에 관해 보도했다. 홍콩에서 이런 뉴스가 보도되면 이젠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최근 개통된 홍콩-마카오-주하이 대교(HZMB)의 출발점인 홍콩 퉁충(東涌)에 갑자기 대거 몰려든 중국 관광객들로 인해 항의 시위 벌어지는 등 홍콩에서 중국 관광객 문제는 생활의 일부가 돼버린 지 오래이다. 그런데 ‘중국 또 발끈 하겠네’하는 반응은 있었다.

곧 중국 외교부와 스웨덴 주재 중국대사관은 스웨덴 측에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토크쇼 제작진은 사과를 했으나 중국은 진정성이 없다며 재차 사과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필자는 문제의 코미디 토크쇼를 수차례에 걸쳐 시청했지만, 이 토크쇼 진행자의 태도는 한마디로 ‘나는 할 말을 했다’는 식이었다.

이 토크쇼 이름은 스벤스카 니히터(Svenska Nyheter)로, 번역하면 ‘스웨덴 뉴스’이다. 올해 3월 첫 방영된 후 시사 풍자 토크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스웨덴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문제의 토크쇼는 지난 9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중국 관광객이 투숙일 당일 체크인 시간보다 훨씬 빠른 새벽에 호텔에 도착한 뒤 휴식처 제공을 요구하다가 호텔 직원들에 의해 쫓겨난 사건, 중국 관광객들의 매너를 풍자하는 내용으로 짜여졌다. 그중 중국인 비하로 느껴질 만한 내용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는 서양에서는 수용 가능한 유머이다. 아무리 봐도 이 토크쇼는 인종차별이라고 느껴지지 않았으며, 주된 내용은 중국인에게 관광매너를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진행자이자 프로듀서인 제스퍼 뢴달(Jesper Rönndahl)은 문제의 토크쇼 후속편에서 일단 사죄를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에게 사과하는 거지 중국 정권에 사과하는 건 아니다’라며 부당한 압력에는 굴복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코미디 토크쇼는 연합뉴스가 “스웨덴이 용서를 구하고 중국은 강경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SCMP의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SCMP는 1903년 창간된 홍콩 최고 영자지로, 동아시아에서 몇 안 되는 영미권 언론사이며,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에도 서구적인 세계관을 계속해서 전개해왔다. 그런데 3년 전 중국 알리바바 회장 마윈이 이전 소유주인 호주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으로부터 SCMP를 인수하면서 논조가 서서히 친중으로 변해 왔으며, 많은 홍콩 독자들이 이에 항의하며 다른 영문 인터넷 매체인 Hong Kong Free Press 등으로 구독매체를 바꾸는 일이 한동안 일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국내 언론들은 홍콩 SCMP의 친중 논조를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8월 중국-대만 간 해저터널을 건설하기로 했다는 SCMP 보도다.

▲ 문 닫은 코즈웨이베이 서점. ⓒ허동혁.

이 SCMP의 보도를 자세히 보면 대만 쪽의 반응은 전혀 없는, 중국의 일방적인 구상만 나와 있다. 이를 번역한 국내 기사를 보면 ‘중국이 착공하기로 했다’ 등의 표현이 있는데, 대만이 합의하지 않았는데 터널을 파겠다는 뜻이다. 이를 다룬 대만 언론들의 기사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스웨덴 토크쇼 관련 보도 역시SCMP의 이런 친중 논조가 국내에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스웨덴의 한 호텔 투숙객을 둘러싼 중국인들의 소동이 이 토크쇼 제작의 계기이지만, 그 외에 다소 해묵은 원인이 있다. 해당 토크쇼를 보면 도중에 중국계 스웨덴인으로 현재 중국에 구금중인 ‘구이민하이(桂民海)’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구이민하이’는 중국 닝보(寧波) 태생으로 베이징 대학 졸업 후 언론인으로 활동하다가 스웨덴으로 유학했고,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스웨덴으로 귀화한 인물이다.

2006년부터 반중국 출판활동을 펼치기 시작했고, 2014년부터 홍콩에서 중국금서 취급서점인 코즈웨이베이 서점(銅鑼灣書店)을 운영하다가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에서 중국 당국에 납치되어 중국 본토로 압송됐다. 납치 직후 구이민하이를 태웠다는 한 택시기사는 영국 ‘가디언’에 “남자 4명이 그를 태우더니 4시간 걸리는 캄보디아의 국경도시 포이펫으로 가자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2003년 구이와 동명이인이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음주운전 사망사고 재판을 받던 도중 스웨덴 정부의 요구에 의해 일단 석방됐으나, 올해 1월 초 상하이 고속철 역사 구내에서 스웨덴 외교관 두 명과 함께 베이징의 스웨덴 대사관으로 향하던 도중 다시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현재까지 구금상태에 있다.

구이가 납치된 때와 동시에 코즈웨이베이 서점의 또 다른 홍콩인 4명(그 중 1명은 영국, 2명은 중국적) 경영주가 홍콩에서 납치되어 중국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일국양제’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보장된 홍콩에서 중국 정부가 홍콩인을 납치한 최초의 사례여서 홍콩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코즈웨이베이 서점은 ‘시진핑과 그 연인들’, ‘2017년 시진핑 붕괴’ 같은 민감한 서적을 판매하고 있었고, 빈과일보(蘋果日報, Apple Daily)에 의하면 많은 중국인들이 이런 책들을 구하러 이 서점으로 찾아왔었다고 한다.

▲ 홍콩 서점에 깔린 시진핑 관련 서적들. ⓒ트위터 캡쳐

관련자들은 적법 절차를 따른 압송이 아니라 납치 형태로 중국으로 끌려갔지만, 홍콩 정부는 사건 발생 2개월 후인 2016년 1월 언론에 알려진 뒤에야 “조사 중”이라는 말만 내놨다. 반면 평소 세계 난민의 휴식처임을 자부하는 스웨덴은 지금까지 끈질기게 자국민 구이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간접 당사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 외교부는 홍콩 일국양제를 보장한 1984년 英中공동성명 위반이라며 중국 정부에 항의했다.

중국 언론은 납치된 5명이 구금 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중국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고 말한 인터뷰를 방영했다. 이들 중 ‘구이민하이’를 제외한 4명은 2016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홍콩으로 돌아왔다. 납치된 지 3~6개월만이었다.

6월 풀려난 서점장 람윙키(林榮基)는 홍콩 귀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납치사건에 관한 전모를 밝히고, 구금기간 중 사상개조를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홍콩의 서점업계에 찬바람이 불었다. 납치된 3명이 석방될 무렵 코즈웨이베이 서점은 이미 비워져 있었다. 중국금서(禁書)를 다루던 경쟁서점 ‘인민공사(人民公社)’를 비롯한 몇몇 반중서적 취급서점이 줄줄이 폐점했으며, 관련 서점들은 대만으로 건너갔다. 또한 싱가포르의 대형 서점체인으로 홍콩에 10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중국금서를 판매해 오던 ‘페이지원’은 사건 이후 금서를 모두 폐기했지만, 계약금 문제로 2016년 말 홍콩에서 철수했다. 현재 코즈웨이베이 서점이 있던 자리는 간판은 그대로 있지만, 내부는 비워진 채 잠겨 있으며, 출입문에는 ‘홍콩 힘내라’(香港加油)라는 낙서가 적혀있었다.

납치됐다가 풀려난 4명 중 람윙키는 현재 가장 활발한 외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올해 3월 람윙키가 대만에서 9월경 코즈웨이베이 서점을 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직도 서점은 열리지 않았다. 다만 람윙키는 각종 정치집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지난 16일 홍콩 입법회 보궐선거의 범민주파 후보 연설회장에도 나와 “진실이 덮여지면 중국인들이 홍콩에서 활보하며 법을 마구 어길 것이다. 여러분의 한표가 중요하다”며 범민주파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중국은 진나라 분서갱유(焚書坑儒)에서 보여주듯, 필화나 서적문제를 민감하게 다뤄온 역사가 있다. 문화대혁명은 전통연극을 다룬 신문사설이 발단이 됐다. 홍콩에서 철수한 싱가포르 서점체인 ‘페이지원’은 홍콩 공항점에서 금서를 판매하다가 문제가 됐는데, 현재 홍콩공항의 서점에는 시진핑 주석 사진이 표지에 실린 ‘시진핑 사상’ 같은 찬양서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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