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 임시정부에서 배우는 한반도 국제정치

'제93회 이승만포럼' 배경한 교수 강연… "中-美日 대립 속, 한국의 어려움 이해할 실마리 제공"

정호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1.21 13:55:09
▲ 20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아펜젤러관에서 제93회 우남(雩南) 이승만 포럼이 열렸다. 배경한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연구교수가 '중경임시정부와 중국'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상해에서 수립됐다. 임시정부는 1931년 '윤봉길 의거' 이후 항주(杭州), 진강(鎭江), 장사(長沙) 등을 거쳐 1940년 9월 중경(重慶)에 터를 잡았다. 당시 중경 한국임시정부의 목표는 한국만의 독립적 군사조직 창설과, 임시정부에 대한 국제적 승인을 얻는 것이었다. 이는 임시정부가 종전(終戰) 이후 국제 회담에서 발언권을 얻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노력이었다.

20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아펜젤러관에서 열린 제93회 '우남(雩南) 이승만 포럼'에서 배경한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당시 아무 기반이 없던 임시정부는 존립조차 위태로웠기 때문에, 중국의 지원이 필수 조건이었다"면서도 "한국 임시정부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지원'과 '통제' 두 가지였다"고 말했다.

'개입 의사' 분명했던 중국의 한반도 구상

1919년 이후 한국 임시정부가 중국 활동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협조가 결정적이었다. '윤봉길 의거'에 감명을 받은 중국 정부가 한국 임시정부에 상당한 지원을 했다. 배 교수는 "중국의 지원은 전후(戰後) 중국의 대아시아 정책에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보를 염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이같은 중국의 전후 한반도 구상은 태평양전쟁을 거치면서 동아시아의 주도권을 차지한 미국의 구상과 멀었다. 당시 미국은 한국의 독립 능력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었고, 일정 기간의 신탁통치를 구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중경 임시정부가 전체 한국인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임시정부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종전을 앞두고 중국은 동맹군의 한국 진공 시 중국군도 참여하는 방안과 재정 원조, 민간투자 확대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배 교수는 "장개석의 국민정부 측에서는 한국의 독립 이전에 외교와 국방을 중국인 고문(顧問)이 담당하는 고문정치를 검토하는 등 적극적 개입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국광복군 통제·견제 정책 펼친 중국

한편, 한국광복군 창설을 둘러싸고 한국 임시정부와 중국 국민정부 사이의 논의는 194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배 교수에 따르면, 당시 중국 측은 임시정부에 대한 통제 정책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이같은 정책에 대해, 그는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군을 어떻게 통제할까'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타당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한국광복군행동구개준승(韓國光復軍九個準繩) 제정을 통해 광복군을 군사위원회에 예속시키고, 실제 운영도 군사위원회에서 파견한 중국 장교들이 장악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는 한국 망명정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라기보다는 주변 약소민족에 대한 통제와 예속이라는 측면을 더 잘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중국 개입 가능성 없앤 종전

1945년 8월 15일, 임시정부는 종전을 맞이했다. 배 교수는 "갑작스런 종전은 임시정부는 물론, 중국에게도 전후 한국 문제 처리 과정에서 부분적으로라도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앴다"고 했다. 그는 "중국의 목표는 미국의 견제 하에 이뤄지기 어렵게 됐고, 임시정부도 공식적 정부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 양대 강국의 영향력 아래서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새롭게 재편되고 있었다. 따라서 중국은 미소의 주도권에 저항할 만한 국력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중경 임시정부에 대한 중국의 이러한 태도와 정책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최대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동아시아 주도권 확보를 위해 미일과 벌이고 있는 대립, 충돌 속에서 한국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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