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반부패정책협의회 열어 '9가지 생활적폐 과제' 제시… "피곤하다" 여론 시큰둥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20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개최하면서 '생활적폐'를 강조했다. 지난해 9월 26일과 올해 4월 18일 권력형 적폐 청산을 위한 회의를 두차례 개최한 뒤 열리는 세번째 회의다.

    문재인 정부가 중반부에 들면서 전임정부를 겨냥한 적폐청산 프레임 대신 채용비리·재개발, 재건축 비리·탈세 근절 등을 내세우는 모습이지만, 일각에서는 적폐청산 프레임이 더이상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반부패방지협의회 회의에서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파동, 학사비리, 채용비리, 그리고 갑질문화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크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제도와 정책이 미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3차 반부패정책협의회는 이런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성실하고 청렴하게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윗물무터 맑아야 한다는 다짐으로 늘 자신부터 돌아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정부부터 깨끗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전임정부 겨냥→ 관료로 적폐청산 무게중심 이동

    이날 문재인 정부는 채용비리·사학비리·불공정 갑질·공적자금 부정수급·재개발,재건축 비리·지역 토착비리·요양병원 보험금 수급 비리·안전사고를 유발하는 부패행위·탈세 등을 생활적폐 9개 과제로 제시했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 5월 13일을 기점으로 권력형 적폐청산에서 생활적폐 청산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날 발표된 9개 과제는 생활적폐를 언급한지 6개월만에 방향이 구체화 된 결과다.

    앞서 청와대는 권력형 적폐청산과제로 국정원의 정치개입 진상조사, 문체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진상조사, 외교부의 한일위안부 합의 등을 '분야별 국정농단'으로 보고 진상조사를 진행해 조사결과를 발표 한 바 있다.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적폐청산·부패척결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주무부서인 민정수석실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 과제를 추진해 왔다"며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부족함과 한계를 극복하고자 마음을 벼리고 신발끈을 조인다"고 자평했다.

    특히 청와대는 이날 청탁금지제도 중점 운영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전임정부에서 현정부의 공무원과 관료들로 무게중심이 이동했을지언정 집권 중반기에도 여전히 '적폐청산' 프레임이 계속되는 셈이다.

    유통기한 끝난 '적폐청산' 프레임

    하지만 계속되는 적폐청산 프레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 등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잣대로 지난 정부의 적폐청산 프레임보다는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정책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탄다.

    대표적인 예시가 지난 16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2018년 11월 3주차 여론조사 결과다. 이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 지지율은 52%를 기록했지만, 정작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515명, 자유응답) '개혁/적폐 청산/개혁의지'를 답한 사람은 3%에 그쳤다.

    (2018년 11월 13~15일 3일간 조사.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사용했으며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총 통화 7,039명 중 1,001명이 응답해 14%를 기록했다.)

    이는 '전 정권보다 낫다', '전반적으로 잘한다'의 응답과 비슷한 비중의 답변이다. '최선을 다함/열심히 한다', '서민 위한 노력/복지 확대'(6%) 보다도 낮은 빈도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요 이유에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32%), '외교 잘함'(11%), '대북/안보 정책'(7%) 등이 꼽혔다. 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변화에 대한 평가다.

    지난해와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 2017년 11월 3주차 〈한국갤럽〉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3%였는데, 이때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개혁/적폐 청산/개혁의지'를 꼽은 답변은 16%, 공동 1위였다. 정권 초기 '외교를 잘한다'는 응답과 함께 가장 많은 답을 기록했던 적폐 청산 프레임이 1년만에 꺾인 셈이다.

    (2017년 11월 14~16일 3일간 조사.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사용했으며 95%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총 통화 5,904명 중 1,003명 응답해 17%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