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연내 방남 가능성 희박한데도 잇단 언급…野 "대화분위기 조성에 안간힘" 비판
  • ▲ 지난 2월 24일 우파성향 집회 참석자들이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김정은 사진으로 만든 피켓을 밟고 지나가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지난 2월 24일 우파성향 집회 참석자들이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김정은 사진으로 만든 피켓을 밟고 지나가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청와대가 최근 한반도 주변 국가의 비핵화 외교 일정이 밀리는 상황에서도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북한 김정은의 연내 답방 가능성을 띄우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으로부터 청와대가 식어가는 남북 간 대화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현실적인 일정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 김정은 12월 답방 가능성은 높다? 글쎄…

    〈동아일보〉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9일 "김정은 위원장의 다음 달 서울 방문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성사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그간 물밑 접촉을 통해 북한 김정은의 연내 답방 의사를 꾸준히 타진했고,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김정은 위원장 답방 준비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내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 빠른 시일 내에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또 2차 미북(정상) 회담 일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북한 김정은의 방남은 남북 고위급 회담이 전제돼야 하는데, 남북 고위급회담 문제가 미북 고위급회담과 맞물려 있다는 이야기다. 미북 고위급회담은 또한 미북 정상회담과도 연결돼 있다. 미북 고위급회담에서 미북 정상회담의 구체적 일정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미북 정상회담의 '키'가 될 미북 고위급회담이 좀처럼 열릴 기미가 없는 상태다. 북한은 미국과 지난 8일 뉴욕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기로 했으나 막판에 취소로 입장을 바꿨다. 이어 미국의 19~20일 개최 제안에도 여전히 응답하지 않고 있다. 미북 고위급회담에 기약이 없이 연기된다면 북한 김정은의 연내 답방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김정은 12월 답방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 김정은, 서울 아닌 제주로 갈 수도 있어

    북한 김정은의 방남엔 외교적인 문제 외에 실무적인 문제도 끼어있다. 우선 북한 김정은의 경호 문제가 있다. 최근 '백두칭송위원회' 등 일부 좌파 단체가 북한 김정은의 방남을 환영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전반적인 대한민국 국민들은 북한 김정은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특히 다수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이 북한 김정은의 방남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우파 시민단체들은 태극기 집회 때마다 김정은 사진으로 만든 피켓을 밟고 지나가거나 김정은 모형물을 불태우거나 인공기를 찢는 등의 퍼포먼스로 북한 주민을 노예 상태로 만든 김정은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해왔다. 물망초 등 북한 인권단체들은 김정은이 방남하면 반인도범죄 현행범으로 즉각 체포한 후 죄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 김정은이 방남한다면 이런 우파성향 집회가 과열되며 폭력사태가 발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군다나 평소 북한은 김정은의 경호문제에 각별히 신경 써왔다. 서울을 방문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산행과정에서 북한 김정은의 방남 문제 관련 질문에 "지난번에 제가 올라갔을 때 워낙 따뜻한 환대를 받아서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할 때 정말 어디를 가야 될지 조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아직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일정이 잡히면 얼마의 시간을 보낼지 알 수 없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일정을 잡야 한다. 아마도 '백두에서 한라까지' 이런 말도 있으니까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서울이 아닌 제주를 방문할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 野 "靑, 대화분위기 유지에 안간힘"

    자유한국당 등 우파 성향 야당은 이처럼 청와대가 여러 가지 난점에도 불구하고 연내 답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이유로 '남북 대화 분위기 유지'를 꼽는다. 북한 김정은의 방남이 국내정치는 물론, 미국에게도 좋은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가 만지작거리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북한 김정은의 방남은 북한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비핵화를 하겠다는 국제 사회를 향한 가장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 방남은 여전히 북한을 의심하는 미국에게도 좋은 카드"라며 "우리 정부로서도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지지율 등 정치적 동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