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김정은 지시로 분배"… 태영호 "1kg씩 돌리면 20만 세대에 공급될 것"
  • ▲ 1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 1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아침 8시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 국방부 제공
    청와대가 지난 11일 공군 수송기에 실어 보낸 귤 200톤은 북한 주민들에게 골고루 분배가 됐을까. 태영호 前영국 대사관 공사는 18일 자신의 블로그에 “남한 야당 덕분에 평양 시민들이 귤을 먹게 됐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북한에서는 귤을 재배하지 못한다. 따라서 귤은 평양에서도 당 간부가 아니면 평생에 몇번 맛보기 힘든 귀한 과일이다. 

    태영호 前공사는 이날 북한동향분석 글에서 지난 16일자 北노동신문의 귤 관련 보도를 인용했다. 노동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녘 동포들의 뜨거운 마음이 담긴 선물을 보내온 데 대해 김정은이 사의를 표하면서 청소년 학생과 평양시 근로자들에게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런 내용은 북한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주장이었다.

    태 前공사는 “북한 매체들이 선물로 받은 귤의 사용처를 밝힌 것은 남한 정치권 등에서 귤이 어디로 돌아갈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제주산 귤이 이번에 평양 시민들의 입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은 먼저 남한 정부가 귤을 보내줘서 가능했고, 두 번째는 남한 야당이 문제를 제기한 덕분에 귤이 ‘김정은의 선물’로 둔갑해 핵심계층에게만 돌아가지 않게 만들었다”면서 “이번 귤 사건은 여당과 야당 모두가 승리한 게임”이라고 풀이했다.

    태 前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낸 귤을 각 세대별로 1킬로그램씩 공급한다면 평양시 중심지역 20만 세대 정도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다. 그는 “저도 북한에 있을 때 남한에서 보내온 제주 귤을 공급받은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 당국은 평양 중심구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세대별로 가족 수에 맞게 귤을 나눠줬다고 한다.

    태 前공사가 맛봤다는 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북한 어린이 비타민 보충용으로 보낸 것이다. 탈북자들은 “김정일은 남한 정부가 보낸 귤을 노동당 고위 간부 등 자신에게 충성하는 세력들에게 선물로 줬다”고 여러 차례 증언했다.

    김정은이 청소년과 평양 시민들에게 나눠주라고 한 귤은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선물한 송이버섯에 대한 답례 차원으로 청와대가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공군 수송기에 실어 북한에 보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