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말한 뒤 양구 GP서 숨져… 밝은 성격, 인성 검사도 양호
  • 2015년 8월 경기 파주 육군 1사단에서 일어난 목함지뢰 도발 당시 TOD로 촬영한 영상 캡쳐. TOD는 전방 지역의 중요한 감시자산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5년 8월 경기 파주 육군 1사단에서 일어난 목함지뢰 도발 당시 TOD로 촬영한 영상 캡쳐. TOD는 전방 지역의 중요한 감시자산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6일 강원도 양구 지역 비무장 지대 전방소초(GP)에서 숨진 김 모 일병의 부검이 19일 실시될 것이라고 군 관계자가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일병의 사망 원인이 자살로 보인다”는 군 당국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청원까지 나온 상태다.

    김 일병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인 육군은 지난 18일 “숨진 김 일병이 휴가 때 사용한 휴대전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포털사이트에서 ‘K2 총기 자살’, ‘군인 총기 자살’ 등을 검색한 기록이 확인됐다”면서 김 일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이 GP에 있는 CCTV를 확인한 결과, 김 일병은 16일 오후 5시 경계근무 투입 준비를 마친 직후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혼자 간이 화장실로 걸어갔다고 한다. GP 동료들은 곧 총소리를 듣고 달려갔다. 화장실에는 김 일병이 쓰러져 있고, 옆에는 그의 K2 소총과 탄피 한 개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동료들은 김 일병의 머리에서 총상을 발견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GP에서는 김 일병을 즉각 군단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러나 오후 5시 40분경 사망판정이 내려졌다.

    육군은 조사 결과 GP 내에서 김 일병과 다른 장병들 사이에 구타나 가혹행위와 같은 갈등은 없었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환자 후송을 위한 응급헬기를 띄우는 데 북한 측과의 문제도 없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현재 언론과의 접촉을 원치 않는다고 한다. 육군은 지난 17일 유가족 입회 아래 현장 감식을 했고, 19일 김 일병의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TOD 운용병이 GP 야간경계근무를 선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일병은 전방 TOD(열영상 감시장비) 운용병으로 지난 8월 22일부터 해당 GP에서 파견 근무 중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TOD 운용은 전방 소초 옆에 따로 지은 시설에서 이뤄지는데 간부 2~3명과 병사 대여섯 명이 함께 근무한다. TOD로 전방 군사분계선과 비무장 지대를 감시할 때는 2인 1조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TOD 장비는 외부에 감시 장비는 건물 내에 있다. 휴가 또는 인원 부족에 따라 근무시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일병이 TOD 운용 외에 GP 병사들과 함께 경계근무를 섰다는 이야기냐”며 의문을 표했다. TOD 운용병은 정보병과에 속하기 때문에 신병 교육을 받고 선발되면 별도의 후반기 교육을 받는다. 이때 정신적인 문제도 확인한다. 김 일병은 인성검사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고, 자대에 배치받은 뒤에는 부대원들과 원만한 관계였다고 한다. 성격도 활달한 편으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그의 자살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군 당국이 지난 18일 관련 수사 상황을 공개하며 “대공 용의점은 없었다”고 밝힌 것을 두고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의심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냐”며 오히려 이를 의심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