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김씨=이재명 부인' 경찰 발표에 혼란… '이재명 탈당·제명' 요구, 반응 갈려
  •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이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의 '혜경궁 김씨'라는 경찰의 판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내부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민주당은 경찰 수사를 수용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채 공식 논평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관련 질문을 하는 취재진에게 "길에서 이러지 말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재명 지사가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만큼 당내에는 섣불리 징계하긴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지사 '출당 조치'를 포함해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친문(親文)' 세력과, 정치적 '탄압'을 주장하는 이 지사 측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상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찰, 진실보다 권력 선택"… 이재명, 친문 공격

    이재명 경기지사는 19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아내(김혜경씨)가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08__hkkim)의 계정 소유주가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반박했다.

    이어 "경찰은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 이미 목표를 정하고 증거를 결론에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때리려면 이재명을 때리고 침을 뱉어도 이재명에게 뱉으라"고 했다.

    이 지사는 그동안 경찰을 향해 "정치하지 말라"며 고발까지 검토한 바 있다. 그가 '진실'을 주장하는 자신과 대립하는 세력을 '권력'이라고 지목한 것은, 경찰이 민주당에서 문 대통령 당선 이후 크게 권력화된 친문 진영과 합심했다고 비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수사 조작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친문 "박근혜는 왜 탄핵했나...이재명 탈당하라"

    당 주류인 친문 진영에선 벌써부터 '지사직 사퇴'나 '출당' 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 팬 카페 '문팬'은 "대통령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민주당을 탈당하라"고 성명을 내며 "민주당은 이 지사가 스스로 탈당하지 않을 시 신속하게 출당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트위터 사용자 사이에서는 "박근혜도 억울하다고 난리인데 왜 탄핵했느냐?"며 '법원 판결을 기다리자'는 당의 유보적 입장을 비난하는 글도 쏟아지고 있다.

    경찰 출신인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며 거짓말로 많은 사람 기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반면 이재명 지사 주장대로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도 후유증은 불가피하다. 이 지사가 경찰 수사에 '정치적 배경'을 문제 삼고 나올 경우 '배후설'과 책임소재를 놓고 여권에서 한바탕 내분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익표 "내부 권력 싸움 모습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지사 논란과 관련, "내부 권력싸움이나 그렇게 비춰지는 건 저희들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청와대나 당이 경찰 수사에 어떤 영향력 행사나 개입한 것처럼 언론에서 프레임을 만드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홍 대변인은 '권력을 선택했다'고 경찰을 비난한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경찰에 대한 불만이지 청와대에 대한 불만은 아닌 것 같다"며 "어쨌든 수사 결과에 의해 경찰이 책임지는 거고 검찰이 이어서 수사하는 그 과정을 쭉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된 이재명 지사 부인 김혜경씨를 19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