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혜경궁 김씨'는 이재명 지사 부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9일 檢 송치"
  • ▲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김 씨의 경찰조사는 지난달 비공개 조사에 이은 두 번째다. ⓒ정상윤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김 씨의 경찰조사는 지난달 비공개 조사에 이은 두 번째다. ⓒ정상윤 기자
    지난 4~5년간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적극 지지하는 동시에 반대편에 서 있거나 경쟁 관계에 있는 정치인들을 중상모략해온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08_hkkim)'의 소유자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수사 결과가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속칭 '혜경궁 김씨'로 알려진 트위터 계정 주인이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수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김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18일 밝혔다.

    "전해철이 한국당 손잡았다" 허위사실 유포


    수사기관이 문제의 트위터 계정 주인을 파기 시작한 건 지난 4월 8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이 해당 계정주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면서부터다. 당시 전 의원은 "도지사 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을 가진 트위터 계정(@08__hkkim)이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은 물론,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패륜적인 글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해당 계정주를 고발했다.

    이에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과 통신허가서를 발부 받아 그동안 트위터 등 각종 SNS에 올라온 4만여건의 글을 전수 분석하는 등 '계정주'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10월 전해철 의원이 '혜경궁 김씨'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으나, 지난 6월 이정렬 변호사가 네티즌 1,432명을 대신해 '혜경궁 김씨'로 알려진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를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함에 따라 '혜경궁 김씨'를 쫓는 수사는 7개월째 계속됐다.

    김혜경씨가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음에도 경찰이 '혜경궁 김씨'의 소유주가 이 지사의 부인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두 사람이 동일 인물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워낙 많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혜경궁 김씨 = 김혜경' 입증하는 증거 부지기수

    일례로 2014년 1월 15일 오후 10시 40분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이 지사의 대학입학 사진을 올리자 10분 후 '혜경궁 김씨'가 운영하는 트위터에 같은 사진이 올라왔고 또 10분이 지나자 이 지사가 동일한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경찰은 이 지사 본인의 트위터보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대학입학 사진이 먼저 올라왔다는 점으로 볼 때 혜경궁 김씨와 김혜경씨가 '생면부지의 남남'일 가능성보다는 동일인일 확률이 더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2013년 5월 18일 이 지사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이 영정을 들고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을 때에도 '혜경궁 김씨'는 이튿날 낮 12시 47분 해당 사진을 리트윗했고 김혜경씨는 이를 바로 캡처한 뒤 13분 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 김씨가 사진을 캡처한 시각은 '혜경궁 김씨'가 사진을 올린 시각과 동일한 낮 12시 47분이었다.

    이외에도 김혜경씨는 2016년 7월 중순경 사용하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교체했는데 공교롭게도 '혜경궁 김씨'가 작성한 트위터 글도 2016년 7월 중순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작성됐다가 이후 아이폰에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6년 7월 중순경 분당에 살고 있던 거주민 중에서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한 통신사 고객 가운데 끝자리가 '44'인 사람은 김혜경씨가 유일하다는 조사 결과도 김씨에 대한 의구심을 가중시키는 요소가 됐다. 해당 계정주가 트위터 비밀번호를 바꿀 때 인증코드를 수신하는 휴대폰 번호 역시 끝자리가 '44'로 끝나는 번호였던 것. 또 해당 계정에 등록된 이메일 주소와 김씨의 이메일 주소도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겨냥, "미친 달레반들"

    김헤경씨가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진 '@08_hkkim' 계정은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으로 지난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이 지사가 친형(故 이재선)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고 있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해당 계정주는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건 이재선의 처와 딸인데 이 시장에게 덮어씌우는 이유는?", "이재선? 제정신 아니죠?" 등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재선씨를 맹비난했다.

    이 지사의 인기가 점점 올라가면서 유력한 '대선 잠룡'으로까지 부각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해당 계정주는 이 지사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소원이냐? 미친 달레반들",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한테는 안 갈 테니" 같은 글을 올리며 당시 문재인 후보와 지지층을 싸잡아 비난한 계정주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가 취업 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허위 사실까지 유포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여나갔다.

    심지어 계정주는 문 후보 지지자들을 겨냥, "노무현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보자구요"라는 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을 올리고, 이 지사를 비판하는 이들에겐 "당신 딸이 꼭 세월호에 탑승해서 똑같이 당하세요. 웬만하면 딸 좀 씻기세요. 냄새나요"라는 막말까지 퍼부어 여야 진영 모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혜경궁 김씨'라는 이름은 네티즌들이 붙인 별명이다. 이들은 "'@08_hkkim' 계정에 올라온 글들을 분석해보면 '성남 분당 거주', '여성', '아들을 군대 보낸', 'S대 출신', '음악 전공'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는데, 이는 이 지사의 아내인 김혜경씨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며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이재명 "경찰은 정치가 아닌 진실에 접근해야"

    한편 이 지사는 경찰이 김씨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불행한 예측이 현실이 됐다"며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그저 사슴일 뿐이다. 아무리 흔들어도 도정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도정에 충실히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불행한 예측'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기소의견 송치는 이미 정해진 것이었습니다. 국가권력 행사는 공정해야 하고, 경찰은 정치가 아니라 진실에 접근하는 수사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재명부부를 수사하는 경찰은 정치를 했습니다.

    트위터 글을 이유로 6명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때 표적은 정해졌고, 정치플레이와 망신주기로 쏘지 않은 화살은 이미 과녁에 꽂혔습니다. 이재명에 관한 한 누구는 명백한 허위라도 착각했다면 무혐의지만 이재명 부부는 정황과 의심만으로도 기소의견입니다.

    수사 아닌 'B급 정치'에 골몰하는 경찰에 절망합니다.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그저 사슴일 뿐입니다. 아무리 흔들어도 도정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도정에 충실히 전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