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웹하드 카르텔② 해외 음란물 몰카→ 드라마 영화 불법복제로 천문학적 수익
  • 1990년대 유명했던 '해적단 와레즈'.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화면캡쳐.
    ▲ 1990년대 유명했던 '해적단 와레즈'.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화면캡쳐.
    2010년 이후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DCNA)와 콘텐츠유통기업협회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기 전에 먼저 웹하드-P2P 업계의 기원과 수익구조, 일반적인 지배구조, 그리고 업체 오너와 경영진들이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쓰는지, 가장 성공한 웹하드 업자가 누군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웹하드-P2P 업체의 기원

    웹하드-P2P 업체들의 기원은 1990년대 우후죽순 생겨났던 ‘와레즈’ 사이트다. 해적판 소프트웨어를 줄여서 부르는 ‘웨어즈(Wares)’를 달리 표시하면서 ‘와레즈(Warez)’ 사이트라 불렀다. 1990년대 초반 인터넷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던 때 ‘와레즈’ 사이트는 주로 좌익 성향의 해커들이 만들었다. 좌익 해커들은 저작권(카피라이트) 자체를 부정하며 ‘카피레프트’ 운동을 폈다. 이들의 주장은 "저작권 따위는 개나 줘버려" 라는 말로 대변된다. 카피레프티스트들은 각종 소프트웨어의 저작권 보호장치를 무력화해놓고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게 한다며 ‘와레즈’ 사이트를 운영했다. 

    익 해커들은 처음에는 값비싼 소프트웨어를 해킹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다 방문자와 조회 수를 늘려 돈을 벌기 위해 신작 영화나 해외 드라마, 음악 등을 불법 복제해 유포했다. 그 중에는 음란물도 있었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프트웨어 업체, 미디어 업체, 음원저작권자들이 나섰다. 2000년대 들어 ‘와레즈’ 사이트에 대한 단속이 시작됐다.

    당시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나 오피스, 어도비의 ‘포토샵’, 앨리어스 웨이브 프린트의 ‘마야’ 등을 ‘와레즈’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했다. 그러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저작권 업체들의 법적 대응으로 기업들 사이에서는 불법 복제 프로그램 사용이 사라졌다. 그러나 ‘윈도우’나 ‘포토샵’, ‘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 가격에 부담을 느낀 개인들은 계속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이때 ‘와레즈’ 사이트들은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았다. ‘파일공유업체’, 웹하드-P2P 업체의 시작이다.

  • 옥션, 지마켓,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에서 뿌리는 웹하드 무료 쿠폰은 사실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다. 사진은 11번가에서 무료로 나눠준다는 쿠폰 소개. ⓒ티스토리 여우공장 화면캡쳐.
    ▲ 옥션, 지마켓,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에서 뿌리는 웹하드 무료 쿠폰은 사실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다. 사진은 11번가에서 무료로 나눠준다는 쿠폰 소개. ⓒ티스토리 여우공장 화면캡쳐.

    웹하드-P2P 사용자의 90% 이상은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영화나 드라마, 음악,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을 때 웹하드-P2P업체에 돈 주고 ‘포인트’를 사서 결제했다. 여기서부터 오해가 생겼다. 다운로드는 받는 사람들은 “업체에서 산 포인트로 결제했다. 거기에 저작권 이용료가 포함돼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사용자들이 낸 돈은 업로더와 업체가 챙겼다.

    초기 웹하드-P2P업체들은 자신들의 ‘와레즈’ 사이트에 있던 자료를 가져오는 한편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라인 마켓에 ‘상품권’을 무차별 배포했다. 또한 콘텐츠를 업로드 하는 사람에게는 ‘포인트’를 주겠다고 했다. A라는 콘텐츠를 웹하드-P2P사이트에 업로드 한 뒤 사람들이 이를 100포인트를 주고 다운로드를 받으면, 업체가 30% 가량의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는 업로더에게 주는 식의 정책이었다. 업로더를 끌어들이기 위해 ‘포인트’는 곧 돈으로 환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콘텐츠 한두 개를 업로드한다면 돈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직업적으로 업로드를 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특히 해외 인기 영화와 드라마, 음란물은 한 번 올리면 수천~수만 번 다운로드가 됐다. 일부 웹하드-P2P업체들은 이를 보고 전문 업로더를 고용하거나 업로드 전문 회사를 설립했다.

    콘텐츠 불법유통의 최종 승리자는 웹하드-P2P

    정부와 저작권자들의 단속은 웹하드-P2P업체에도 닥쳤다. 그러나 업체들은 “우리는 콘텐츠를 서로 거래할 수 있는 장소만 마련해준 것이지 직접 콘텐츠를 업로드 하는 등의 저작권 침해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헤비 업로더의 신원 파악에 나섰지만 대부분이 가명이나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사람들이었다. 결국 화살은 다운로드 받은 사람들을 향했다.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고소를 할 수도 없었다. 대한민국 인구 대부분이 피의자가 될 수 있었다. 결국 정부는 점진적인 저작권 보호 강화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가운데 일부는 법무법인에게 위탁해 불법복제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

    저작권을 위반한 사람 대부분이 청소년이나 아동들이어서 ‘소송’이라는 말만 듣고도 부모들이 나서 합의를 하겠다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이를 본 일부 법무법인이 과욕을 부렸다. 몇몇 법무법인은 초등학생 30만 원, 중학생 50만 원, 고등학생 60만 원, 대학생 80만 원, 일반인 100만 원, 생활보호대상자 30만 원이라는 합의금 가격표를 만들어 놓고 무차별적으로 고소했다. 이 가운데 유명한 것이 솔로몬 법무법인이다. 연합뉴스는 2007년 11월 22일 ‘무차별적 저작권 소송’을 지적하며 ‘공포의 솔로몬’이라고 보도했다. 2009년 논란이 됐던 미국·일본 음란물 저작권 소송, 글자 폰트 저작권 소송의 주인공인 법무법인 한서는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신기남 변호사가 소속된 곳이어서 파문이 컸다. 

  • 2008년 3월 21일 오전 MBC 뉴스. 법무법인들의 무차별적 저작권 고소를 다룬 기사다. ⓒM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2008년 3월 21일 오전 MBC 뉴스. 법무법인들의 무차별적 저작권 고소를 다룬 기사다. ⓒMBC 관련보도 화면캡쳐.

    ‘저작권 침해’를 사건으로만 보면 돈을 버는 사람과 돈을 잃는 사람이 명확하다. 그러나 이들이 싸우게 된 이유, 즉 웹하드-P2P업계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았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10년 전만 해도 국내 웹하드-P2P업체는 아동포르노, 수간(獸姦) 포르노, 리벤지 포르노가 범람했다. 현행법에서 음란물과 같은 범죄 결과물은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물론 유통도 금지된다. 반면 초고속 인터넷망 확산과 IT산업 진흥은 음란물 덕분에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 사회의 음란물 수요는 적지 않다. 웹하드-P2P업계는 이 ‘시장’을 놓치지 않았다. 한국인과 외모가 비슷한 일본산 AV비디오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종종 등장하는 리벤지 포르노는 일반적인 음란물보다 판매가격이 더 높았다. 그럼에도 잘 팔렸다. 영상 속 여성이 청소년이거나 젊은 경우에 잘 팔렸고, 연예인일 때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중반, 음란물 유통을 두고 사회 여론이 나빠지자 웹하드-P2P업계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바로 미국드라마(일명 미드)였다. 2005년 2월에 설립된 유튜브는 지금같은 다양한 콘텐츠가 없었다. 당시에는 훌루닷컴이나 넷플리스 같은 게 없었다. 이때 국내에서 미국드라마를 방영하는 곳도 태광그룹의 폭스 채널이나 동양그룹의 온미디어 정도였다. 그것도 매우 적은 종류만 유통됐다. 제대로만 유통시킨다면 엄청난 돈을 벌 것 같았다. 그런데 웹하드-P2P업계에게도 장애물은 있었다. 영상은 어찌어찌 구할 수 있었지만 자막이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털 사이트나 해외에 서버를 둔 번역 커뮤니티에 가입해 자막을 확보해 돈을 받고 팔기 시작했다.

    대형 웹하드-P2P업체는 전문 업로더를 고용하거나 업로드 전담조직을 만들어 미국 드라마를 시작으로, 영국, 일본의 드라마와 연예 프로그램, 해외 현지에서 상영했지만 국내에는 안 들어온 영화 등을 불법 복제해 업로드 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다음 목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일부 업체는 “애들이나 보는 애니가 돈이 되겠냐”고 코웃음 쳤지만 애니메이션을 판 업체들은 성공했다.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 ‘마녀배달부 키키’ 등 故미야자키 히야오 감독의 작품에서부터 ‘나루토’, ‘원피스’, ‘천원돌파 그렌라간’ 등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들은 국내에서도 엄청난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기존의 ‘투니버스’와 ‘애니원’ ‘애니 박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시장성을 보고 2006년 4월 개국했던 ‘애니맥스’나 2009년 12월 개국한 ‘애니플러스’ 등도 웹하드-P2P업계로 인해 한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