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서 번 돈은 北당국으로, 월급 대신 받는 쿠폰은 사용에 제한… 몰려 다니며 구경만
  • ▲ 지난해 6월 중국 길림성 훈춘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줄을 지어 출근하고 있다. ⓒ KBS 뉴스 갈무리
    ▲ 지난해 6월 중국 길림성 훈춘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줄을 지어 출근하고 있다. ⓒ KBS 뉴스 갈무리
    최근 중국에 파견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중국 현지 쇼핑몰이나 시장에 몰려다니면서, 정작 구매는 하지 않아 중국 상인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5일 "요즘 길림성 훈춘 개발구에 파견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집단을 이뤄 훈춘시장과 길거리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여성 근로자들이 거의 매일 10여 명씩 떼를 지어 시장을 돌고 있지만, 상품은 사지 않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가격만 확인하고 그냥 가버린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처음에는 김일성 김정일 배지를 가슴에 단 20대 초반의 고운 여성들이 시장 상인들의 시선을 끌었고, 그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시장 분위기를 먼저 전했다. 고향을 멀리 떠나 타국에서 일하는 그들을, 중국 상인들은 애써 친절하게 대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하지만 북한 근로자들이 거의 매일 시장에 나타나서는 물건흥정으로만 시간을 보내고 있어 이제는 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소식통은 “오히려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다가와 상품을 만지작거리면 쫓아 보내는 등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는 상인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여성들은 훈춘 외 다른 지역의 시장에서도 거의 매일 수십 명씩 몰려다니며 구경만 하고 구입하지는 않고 있어, 시장 상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현지인들도 “젊은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화장품과 사치품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선뜻 구매하지 못하는 것은 수중에 구입할 만한 돈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태영호 "근로자들의 해외 수익은 모두 북한으로 보내져"
    RFA는 "한창 젊은 나이에 타지에서 힘든 노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당국으로부터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의 처지를 가엽게 여기는 현지 주민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길시에 사는 RFA의 다른 한 소식통에 의하면 “훈춘의 개발지역에 파견된 북한 여성들만 7천 명 이상이며, 연길(옌지) 시장에서도 도문 개발지역에 파견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의 증언에 따르면 해외로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해외 현지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모두 북한당국으로 보내지며, 대신 노동자들에게는 북한 내부에서만 쓸 수 있는 쿠폰(바꿈돈)을 지급한다"고 한다. 

    북한당국이 해외 근로자들에게 현금 대신 주는 월급 형식의 쿠폰은 북한에서도 극히 일부 외화상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수표방식의 임시화폐이며, 그 가치는 실제 수익의 10분에 1도 안 된다고 한다. 탈북민들은 "해외 파견 근로자들은 북한당국으로부터 현지에서 쓸 수 있는 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고 있어 이들에게 해외 시장에서의 쇼핑은 희망 고문일 뿐"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