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발레의 요람'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이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2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린스키발레단&오케스트라가 11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돈키호테'를 공연한다.

    코믹 발레의 대명사로 불리는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재기발랄한 시골 귀족 라 만차의 돈키호테'가 원작이다. 스페인을 배경으로 화려한 무대와 의상, 다채로운 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발레 '돈키호테'는 1869년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처음 탄생했다. 1900년 프티파의 제자였던 알렉산더 고르스키가 재구성해 러시아 발레의 양대 산맥인 마린스키발레단과 볼쇼이발레단에서 초연했다. 마지막 3막에서 발레리나를 한 팔로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바질의 동작과 키트리가 부채를 들고 32바퀴 푸에테(회전) 장면이 인상적이다.
  • 제목은 '돈키호테'지만 발레는 선술집 주인의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의 사랑 이야기에 초첨을 두고 있다. 발레에서 돈키호테는 주인공 커플을 맺어주는 감초 역할로 등장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현재 세계 최정상 발레리노로 꼽히는 김기민(26)이 '바질' 역을 맡았다. 김기민은 2012년 동양인 남성 무용수 최초로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해 3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했으며, 이듬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초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수상했다.

    김기민에게 '돈키호테'는 의미가 남다르다. 마린스키 입단시험에서 '라 바야데르',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함께 선보였기 때문이다. 100번 이상 공연했다는 그는 "지난해 '백조의 호수', 올해 '지젤'에 이어 '돈키호테'로 다시 고국 무대에 서게 돼 기쁘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어 "바질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고 잘 맞는 캐릭터 중 하나다. 다른 작품과 다르게 큰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춤을 춘다. 단순한 스페인 춤을 따라하는 게 아닌 관객이 스페인 광장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발레단에서 7년 동안 배우면서 '이만큼 성장했습니다'라고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 김기민과 함께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는 '키트리' 역의 빅토리아 테레시키나(36)는 2018년 러시아 '올해의 예술가상'을 거머쥔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다. 그녀는 김기민의 마린스키 데뷔 무대를 비롯해 꾸준히 함께 무대에 올랐으며, 2017년 런던 투어 당시 '돈키호테'의 바질과 키트리로 분한 바 있다.

    마린스키 남성 무용수들 사이에서 함께 춤을 추고 싶은 발레리나 0순위인 테레시키나는 "비록 어린 나이지만 스타의 자리에 있다. 항상 연습할 때나 공연 전에 파트너에게 불편한 점이 없는지 물어봐 주고 존경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와 춤을 추는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며 김기민을 칭찬했다.

    김기민과 테레시키나 커플은 15일과 17일, 엘레나 예브세예바와 필립 스테핀 공연은 16일과 18일 만날 수 있다. 알렉세이 레프니코프가 지휘봉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