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고급대학들, '머리'보다 출신성분·사상 중시…'출세'엔 노동당 입당이 중요 '대입 과열' 없어
  • ▲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 학생들이 2012년 9월 22일 시청각교재를 이용하여 수업을 듣고 있다. 이러한 시설은 일부 특수교에 한정되어 있으며 북한 학교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연합뉴스
    ▲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 학생들이 2012년 9월 22일 시청각교재를 이용하여 수업을 듣고 있다. 이러한 시설은 일부 특수교에 한정되어 있으며 북한 학교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연합뉴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한국에서 수능시험은 사회적 이슈다. 그렇다면 북한 대입제도는 어떨까. 북한의 대입제도는 신분 차별을 보여주는 다른 한 사례다.

    북한도 2000년대 들어서는 대입 때 ‘국가시험’이라는 예비시험과 본 시험을 치른다. 매년 4월에 치르는 예비시험은 이틀 동안 오전에만 치러지며 시험 과목은 하루 3개다.

    김일성·김정일 찬양하면 '모범답안'
    과목으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혁명역사 각각 한 과목, 문학과 영어, 화학, 물리 등 6개 과목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과목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혁명 역사다. “김정일이 제시한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의 본질은 무엇인가”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결정적 요인은 무엇인가” 등이 문제다. 이때의 모범답안은 무조건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입시험이 있기는 하나 지원 대학을 고를 수 없다. 당국은 각 학교, 군부대, 지자체 별로 대학에 입학할 사람 수를 할당해 놓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똑똑해도 김일성종합대에 마음대로 갈 수는 없다. 인원을 할당받은 각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대학에 보낼 사람을 선발하는데 이때 공부를 잘 하거나 시험을 잘 봤다고 해도 돈과 배경에는 당하지 못한다.

    평양의 고급대학일 경우에는 출신 성분과 집안의 사상적 토대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월북한 사람이나 월남한 가족이 있는 사람, 국군포로 집안 등은 대학 입학을 포기해야 한다.

    남자들의 경우 고등중학교 졸업과 함께 군대에 입대하기에 대입시험에 매달리지 않는다. 보통 5~8년 동안 군복무를 한 뒤에 복무하던 부대 정치부로부터 추천을 받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 이때도 노동당원, 당에 충성심을 보인 사람들부터 먼저 차출해 대학에 보낸다. 이것이 원칙인데 현실에서는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로비가 군대 내에까지 이어진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대입시험에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다. 북한에서는 학벌보다 노동당 입당이 더 출세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당원이 되기 전에 가입하는 교내 정치조직 ‘김일성 청년동맹’에서 대학 추천서를 발급받고, 생활기록부 등을 대학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추천이 필요하다. 원칙과 달리 돈과 권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력으로 대학에 간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이렇다 보니 한국이라면 구속수사까지 할 정도로 엄격히 처벌하는 시험지 유출이 북한에서는 문제가 안 된다. 때문에 노동당 간부 자녀들이 시험 정답을 달달 외우고 들어와서 시험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첫 대입 떨어지면 바로 직장행... 재수생 없어
    북한도 외국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냉전 구도 붕괴 전에는 제1외국어가 러시아어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로는 영어가 제1외국어가 됐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영국식 영어를 가르친다는 점이다.

    북한에는 재수생도 없다. 첫 대입 시도에서 떨어지면 바로 직장에 가야 한다. 다만 직장에 배치돼 열심히 일한다는 전제 아래 여자는 3년, 남자는 5년 근속을 하면, 직장의 추천을 받아 다시 대학 입학에 도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