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상회담과 달리 '대북제재완화' 전혀 언급 안 해…펜스 "최선의 시대는 아직"
  • ▲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만난 모습. 사진은 지난 2월 촬영한 것이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만난 모습. 사진은 지난 2월 촬영한 것이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면담에서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괄적으로 논의했던 대북제재 완화 관련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반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언급했다.  그는 또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며 " 앞으로도 더 많은 중요한 조치를 북한이 취함으로써 우리가 가진 공동의 목표를 궁극적으로 달성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센터 3층 양자 회담장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면담했다.

    ◆ 한·미 공조 거듭 강조한 文대통령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펜스 부통령과 함께했던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해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고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과 결단력 덕분이라 생각하면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감사를 표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고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강력한 한미동맹의 힘이었다"며 "부친에 이어 우리 한국과 깊은 인연을 갖고 계신 펜스 부통령께서 이 여정에 함께 해줘서 아주 든든하다.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정책의 근간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굳건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아버이지인 에드워드 펜스는 1952년 6·25전쟁에 소위 계급으로 참전해 훈장을 받은 적이 있다.

    이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때와는 온도차가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포괄적으로 제재 완화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제재 완화 관련) 조건·상황·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이날 펜스 부통령과 만남에서는 이런 언급이 모두 빠졌다.

    ◆ 펜스 부통령은 CVID 강조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공조' 목소리에 CVID로 답했다.

    펜스 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나 1년 정도 진행된 남북 간 발전상황을 말씀해주신 데 대해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궁극적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비가역적인 방식으로 비핵화를 이뤄야 하는 부분에서 진전을 봐야하기 때문에 계속 노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단언했다.

    이어 "이 회담에 참여하기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말씀을 나누면서 굉장히 많은 공동 노력을 통해서 발전이 있었다는 말을 나눴다"며 "더이상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은 없고 인질들도 풀려난 상태이기 때문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제가 볼 때는 한미 양국 국민들에게 있어서 최선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규정했다. 펜스 부통령은 "그 부분(최선의 시대)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더 빨리 도래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을 촉구한 것이다.

    ◆ 靑 "제재완화 이야기 없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접견 직후 이날 면담에서 대북 제재 완화 이야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비핵화 진전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진 않았고, 당면한 2차 북미정상회담, 그를 위한 실무협상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이야기들을 나눴다"며 "오늘 회담에서 제재 문제는 양측의 소재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의제가 아니어서 논의 자체가 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청와대가 논란이 될만한 요소를 사전에 차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유럽순방에서 대북제재완화를 언급했지만 유럽 국가들이 CVID를 강조하면서 이견을 확인한 바 있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펜스 부통령의 '리셉션장 퇴장' 사건 역시 청와대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리셉션장에 참석했다가 5분만에 돌연 퇴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펜스 부통령은 당시 평창 올림픽 리셉션에 참석하면서 '포토세션만 했으면 좋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청와대는 펜스 부통령을 헤드테이블 내에서도 북한 김영남과 마주 보는 자리에 배정했다. 결국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사진촬영을 한 뒤 각국 정상들과 악수를 나누고 곧바로 퇴장했다.

    펜스 대통령은 방한 당시 탈북자와 함께 천안함 전시관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자유를 위한 싸움에 미국인들도 마음을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