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한미건설·한미석유에 70억~100억대 '일감 몰아주기'… 법조계 '부당지원' 의심
  • ▲ 한독모터스 서초 전시장. ⓒ한독모터스
    ▲ 한독모터스 서초 전시장. ⓒ한독모터스
    '직원청소 갑질'과 '셀프 돈놀이' 논란을 빚고 있는 박신광(75) 한독모터스 회장이 한독모터스를 통해 자신의 계열사 2곳에 지속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해준 정황이 드러났다. 박 회장 소유 회사 전체의 자산규모는 5조원 미만으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이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불법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월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공정위의 방침을 어긴 박 회장과 한독모터스 등이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박신광 회장은 BWM 공식딜러사 한독모터스를 비롯해 한미석유·한미건설·에너지넷 등의 법인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의 전체 자산 규모(2017년 기준)는 6871억원, 연간 매출액 규모는 1조 5000억원 정도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주력사인 한독모터스를 통해 한미석유와 한미건설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을 통해 거액의 배당을 챙겨온 것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박 회장은 자신의 회사에 100억원대의 사비를 차입금 명목으로 넣은 뒤 은행 이자보다 비싼 이자율로 3년간 24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받아 챙겨 '셀프 돈놀이'를 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그는 앞서 계열사인 한미건설 직원에게 자택 청소 등을 시켜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관련기사] BMW 한독모터스 박신광회장 '셀프 돈놀이'로 24억 챙겨, [단독] 한미건설 직원들은 지금 '회장님 댁' 청소중

    한독모터스-한미석유, 3년간 거래규모 216억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독모터스는 2017년 한미석유에 상품매입과 토지매입 비용으로 101억 2939만원을 지급했다. 한독모터스는 2016년과 2015년에도 각각 73억원, 74억원 어치의 상품을 한미석유로부터 매입했다. 최근 3년 간 한독모터스와 한미석유 사이의 거래대금은 총 216억 390만원에 달한다. 

    공정거래법이 정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안전지대에 있으려면, 매출액이 연간 200억원 미만이고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12% 미만이어야 한다. 한미석유의 경우 지난 2017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1.9% 수준이지만 매출액이 5396억 2569만원으로 이 기준을 초과한다. 

    한독모터스는 한미석유에 매년 임차료를 지급하고 있다. 한독모터스가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BMW 전시장의 소유주가 한미석유로, 박 회장이 사실상 '셀프 임대'를 벌인 셈이 된다. 2017년 기준으로 한미석유에 지급된 임차료는 17억원 수준, 최근 3년간 한미석유에 지급된 임차료 총액은 47억8261만원이다.

    한미건설 매출 30%가 한독모터스

    박 회장의 다른 계열사인 한미건설 역시 한독모터스와 내부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한미건설의 주력사업은 주유소와 충전소 건설이지만 특수관계자인 한독모터스와의 내부거래가 없다면 사실상 매출을 올리기 힘든 상황이다. 

    한독모터스는 2016년 한미건설에 용역매입 비용으로 76억 5481만원을 지급했다. 그해 한미건설의 연 매출액은 267억 7309만원이었다. 한미건설 총 매출액의 28.59%를 한독모터스가 책임진 것이다. 한미건설의 2016년 기준 영업이익은 4억 4861만원 수준이며 당기순이익은 1억 9113만원이었다.

    2015년에는 한미건설의 한독모터스 의존도가 더욱 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미건설은 2015년 총 412억 1849만원의 연 매출액 중 34.08%인 140억 4581만원의 매출을 한독모터스와의 용역거래로 올렸다. 

    한독모터스·한미석유·한미건설 실소유주는 박신광 회장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의 중심에는 한독모터스와 한미석유, 한미건설 3곳 회사의 실소유주인 박신광 회장이 있다. 박 회장은 한독모터스의 지분 16.60%를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 지분이 박 회장의 아들(56.46%)과 부인(13.47%) 등 우호 지분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박 회장은 한미석유 지분의 42.9%, 한미건설 지분의 76.4%를 각각 보유한 최대주주다. 업계에서는 "이들 회사의 일감 몰아주기가 지속될 경우, 최대주주로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박 회장에게 거액의 배당이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독모터스와 한미석유, 한미건설 등은 실질적으로 박신광 회장의 가족회사라고 볼 수 있다”며 “이들이 내부거래를 지속하면서 회장 일가에 거액의 배당을 책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독모터스 측은 “한미석유와 한미건설은 회장만 같을 뿐 다른 회사”라고 주장했다. 

    한독모터스 내부거래, 공정위 ‘화살’ 맞나

    최대주주와 회장이 같은 특수관계자 사이의 내부거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부당지원 행위가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역시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변호사는 “자산총액이 5조원 미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더라도 특수관계자 간의 내부거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다만 그들의 거래관계가 다른 기업들의 시장진입이나 경쟁을 저하하는 정도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사익편취 규제"

    일감 몰아주기 이슈가 지속되는 중에도 박 회장과 한독모터스가 내부거래를 지속해올 수 있었던 것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 파급력이 큰 대기업에 비해 중견기업의 경우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는 규제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월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금지 규제를 엄정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사익편취 금지 규제는 관련 시행령 개정이 준비되고 있지만 자산기준 5조원 이상 기업집단 만이 대상이어서 중견기업이 빠지는 문제가 있다”며 “중견기업의 내부거래 역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