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법 개정안' 3년 유예→ 연내 처리키로… 안보전문가들 "국가 존립 무너져" 우려
  •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정부여당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내용이 담긴 국정원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하기로 뜻을 모으자 논란이 거세다.

    당·정·청은 14일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비공개 협의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야당의 반대로 여권 일각에서 검토되던 '3년 유예' 안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못을 박고 나섰다. 이 자리에는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도 참석했다.

    해당 법안은 국정원의 명칭을 '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올해 1월 발의한 국정원법 전면 개정안이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반대 입장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여당의 대공수사권 폐지 가속화 움직임에 대해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조직 놔두고 기능만 없애... 예산 불순하게 쓰려는 의도"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본래 북한 공산주의에 대한 보안 기구로서의 국정원 기능을 죽이려 한다는 건, 현 정부 들어 대북정책 기조 틀에 맞춰 하는 것으로 북한이 싫어하는 것을 다 없애겠다는 취지"라며 "그야말로 국가적으로 굉장히 심각한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 ▲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뉴데일리 DB
    ▲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뉴데일리 DB

    그는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은 그 사람들이 말하는 '통일전선전략'이라는 것을 가지고 대한민국 전복을 위한 활동을 합법·비합법적으로 혼용해서 하는데, 우리는 그 비합법적 북한 공작에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어서 중앙정보부를 만들었고 오늘날 국정원에 이르렀다"며 "북한의 지하 전복 움직임에 합법성 테두리 안에선 꼼짝할 수 없어서 헌법 보장 기능을 갖는 유일한 국가기관으로 국정원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합법 활동에 맞서 비합법적 대응을 하는 기능을 없애면 차라리 국정원을 없애는 게 옳지, 기구는 놔두고 대공 기능을 없앤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국정원 본연의 기능을 없애면서 기구는 그냥 둔다는 것은, 의도가 순수치 않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특활비가 문제 됐듯이 국정원이 일종의 비밀 기능을 이용해 정부 돈을 여러가지로 불분명하게 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법 테두리 안에 있는 경찰이, 법 밖에 있는 간첩을 어떻게 잡나 

    이동복 대표는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경찰은 비합법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상대는 법 밖에서 노는데 반드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하는 경찰이 대공수사를 할 수 있겠나"라며 "정부여당 의도대로 경찰에 준다는 것은 한마디로 궤변"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국정원이 대공수사를 과거 오·남용한 사례가 적잖이 있어 인권침해 등 사회적 문제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문제를 시정해야지 '도끼자루 썩는다고 도끼를 없애'버리면 장작 패는 일을 할 수가 없다"며 "그동안 권력 기능을 오남용한 잘못을 철저하게 찾아내 시정하고 보상·배상하는 것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대공수사가 국가에 필요하냐, 필요치 않느냐의 문제를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를 모아야지 국정원의 절대 필요 기능을 빼는 것은 나라의 주춧돌을 빼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사력을 다해 김정은 비위 맞추고 기분 좋게 하는 일에만 광분하고 있으니 야당이 구실을 하려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송영인 국사모 회장. ⓒ뉴시스
    ▲ 송영인 국사모 회장. ⓒ뉴시스

    "대공수사는 국제 정보망 있어야... 경찰이 어떻게 할 수 있겠나"

    과거 국정원 대공 수사부 간부를 지낸 송영인 국사모(국정원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공수사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개정안을) 논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국제적으로 연계된 정보망을 가지고 대공수사를 하는 건데 경찰이 어떻게 할 수 있겠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송영인 회장은 "예를 들어 일본이나 중국을 거쳐서 협조하는 수사망이 있는데, 그동안 국정원이 해외 대사관·영사관에 비공식이라도 파견을 나가있으니까 연결됐던 건데, 경찰이 이걸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한테 대한민국을 바치겠다는 뜻 아니고 뭔가"라며 "평화 분위기 조성이라고 하는데, 휴전선도 안 뺐는데 무슨 평화인가. 완전히 적화통일의 기반 조성해주는 것 같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뉴데일리 DB
    ▲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뉴데일리 DB

    "김정은한테 나라 바치겠다는 뜻... 대남 혁명에 고속도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주는 주요한 안보 기능인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국가가 영토와 국민을 지키는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대남 혁명에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것이니 당연히 반대해야 된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이 과연 정상적으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일단 지금은 북한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았고 북한이 대남혁명을 포기한 것도 아닌 상황"이라며 "안보수사라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라 제3국에 의한 대한민국 안보위협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만을 선정해가지고 폐지한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2월 개정안 논의가 시작될 당시 "대공수사는 더욱 척박해진 안보환경에서 대한민국 존립과 직결된다"며 "국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함에도 정부가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이적행위나 다름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