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전원책 갈등 속 이례적 정당지지율 상승… 이언주-강연재 등 여전사 활약 힘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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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전원책 전 조강특위 위원의 갈등에도 지지율이 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비롯한 원내 정당들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만 지지율이 오른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반문 연대' 제안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등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 반발하면서 보수적인 목소리를 낸 것도 한 몫 했다는 설명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1월 2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22.8%로 2.1%p올랐다. 같은 기간 다른 정당들의 지지율이 빠진 것을 감안하면 선전이다.

    민주당은 0.6%p 하락한 40.1%, 정의당은 지난 여론조사와 같은 8.4%, 바른미래당은 1.6%p 하락한 5.7%, 민주평화당은 0.3%하락한 2.3%를 기록했다. 반면 무당층은 18.4%로 0.2%p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는 53.8%로 집계됐다. 지난주에 비해 1.6%p 하락한 수치로, 부정평가는 39.4%(1.1%↑)를 기록했다.

    이례적인 자유한국당 지지율 상승

    〈리얼미터〉는 이런 현상에 대해 "경제지표 악화 소식과 일부 정당·언론의 경제실패 공세가 거의 일상화되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며 "특히 이번 주에는 북한의 미사일기지 관련 뉴욕타임즈 보도논란과 북한에 대한 '감귤 답례'가 정쟁거리로 비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리얼미터〉는 한국당이 지난 13일 일간 집계에서 24.5%까지 상승하며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나흘 후인 재작년 10월 28일(24.7%)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20%대 중반을 회복한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당으로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여론조사 결과다.

    더군다나 이날 여론조사 결과는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은당 전원책 전 조강특위 위원 간의 갈등이 연일 회자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리얼미터〉는 "전원책 전 조강특위 위원의 기자회견이 있었던 14일에 상당한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면서 "이를 상쇄할만큼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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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 불안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해석

    〈리얼미터〉의 설명을 종합하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증가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 불안 문제와 친북성향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설명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간집계와 함께 보면 이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금요일인 9일에 55.7%(부정평가 37.5%) 였다가, 청와대 경제팀 교체와 북한에 감귤을 보낸 사실이 보도된 12일에는 53.4%(39.6%)로 떨어졌고,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다가 14일 한·아세안 정상회의 보도가 나오면서 멈췄다는 자료를 내놨다. 한국당의 지지율이 가장 크게 오른 13일과 시기상 일치한다.

    하지만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작 〈뉴욕타임즈〉 관련 소식이 보도됐던 13일의 일간지지율은 전날 대비 0.2%하락하는데 그쳤고, 오히려 부정평가는 0.5%p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그간 문재인 정부에서의 북한 관련 이슈는 대개 정부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6.13 지방선거 이후 계속 하락해 53.1%까지 떨어졌지만, 3차 평양 남북정상회의를 계기로 수직상승해 65.3%를 기록했었다. 지난해 말 가상화폐 논란으로 지지율이 떨어졌을 당시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 국면을 만들어준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반문 연대' 놓고 나타난 이언주 효과?

    이렇게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제지표에 대해 누적되고 있는 책임론으로 초점이 모인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한대로 자유한국당은 지지율이 하락할만한 원인이 분명하게 있었다.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 같은 다른 선택지도 있다. 그런데도 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만 상승했을까.

    정치권에서는 우파 성향 유권자에게 '이언주 효과'가 나타나는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반문(反文)연대'를 내미는 자유한국당 쪽에 공감대가 형성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최근 자유한국당에서는 계파를 초월해 반문연대 목소리가 나온다. 친박에서는 윤상현 의원이 연일 반문연대를 주장하고 있고, 비박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문재인 정부를 견제를 전제로 "친박·비박 경계를 넘는 모임을 시도해 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렇다할 접점이 없는 '여전사'들의 호응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과 강연재 자유한국당 법무특보다. 이언주 의원은 최근 "반문연대의 깃발을 들고 국민들을 통합해 나가서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강연재 특보는 '대통령 문재인을 파면한다'는 글로 반향을 일으켰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댓글만 4만개 이상이 달려 관심을 증명했다. 강 특보는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를 지목해 "대한민국의 뿌리까지 뒤흔드는 정체불명의 급진 좌파다. 심하게 말하면 '빨갱이적' 사고까지 가고 있다"며 "그 반작용으로 나를 포함한 중도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강경 보수 색채를 띨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손학규 대표야말로 정체성이 궁금하다. 친문인가, 반문인가"

    반면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가 이언주 의원에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고 경고하면서 선을 그은 상태다. '반문연대'에 힘을 싣지 않는 바른미래당이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언주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되레 손학규 대표에 "손학규 대표야말로 정체성이 궁금하다. 친문인가, 반문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의 갈등은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라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 않겠느냐"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패의 반작용으로 반문연대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바른미래당의 경우 손학규·안철수·유승민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 피로감이 있는 것도 원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내대표·전당대회 기회 살릴 수 있을까

    자유한국당이 반문연대를 기치를 내걸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계기는 원내대표와 전당대회 선거가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12월 원내대표 선거를 한 직후 곧바로 2월 전당대회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 황교안·오세훈 등 스타 플레이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모처럼 흥행 가능성도 점쳐진다.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어떤 프레임을 짜느냐에 따라 기대감을 더 일으킬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잠재돼 있는 계파갈등의 가능성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당내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통합·전진' 모임은 7일 차기 원내대표 기준으로 계파색이 짙은 후보는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주중집계는 2018년 11월 12일(월)부터 14일(수)까지 사흘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9,921명에 통화를 시도해 최종 1,503명이 응답을 완료해 7.5%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응답률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표집틀 확정한 후 미수신 조사대상엔 3회를 콜백했다.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18년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다.

    기타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http://www.realmeter.net/category/pdf/)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