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도 “다 아는 내용”… 보고서 작성한 버뮤데즈 연구원 “재래식 전력 위험성 경고한 것"
  • ▲ 뉴욕타임스의 북한 미사일 기지 기사가 나온 뒤 논란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 뉴욕타임스의 북한 미사일 기지 기사가 나온 뒤 논란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가짜뉴스"라고 비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美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할 때도 북한은 비밀 미사일 기지를 운용하며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했다”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를 두고 반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뿐만이 아니었다. CSIS 보고서를 작성했던 조셉 버뮤데즈 선임연구원, 美상·하원 민주당 의원들, 38노스가 “뉴욕타임스의 주장은 너무 성급한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3일(현지시간) 조셉 버뮤데즈 CSIS 선임연구원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버뮤데즈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작성한 보고서는 북한 탄도미사일에 관해 미국과 세계에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나아가 미국, 한국, 아시아의 정책 입안자들이 관련 내용을 논의할 수 있게 도우려는 기획 보고서 시리즈 가운데 하나”라면서 “그러나 일부 미국 언론이 우리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선정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비핵화 과정서 탄도미사일 문제 해결해야"
    버뮤데즈 선임연구원은 “삭간몰 미사일 기지에 대한 보고서는 향후 한반도에서 분쟁이 있을 때 북한 측이 파괴당하지 않게 하려고 북한 전역에 배치해 놓은 미사일 체계의 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한반도의 영구적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문제를 비핵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삭간몰 기지에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에도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므로, 북한이 “지금 거기는 재래식 탄두가 장착돼 있다”면서 비핵화 대상에서 벗어나려 꼼수를 부리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좋아할 법도 한 美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CSIS 내용은 이미 안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핵포기 안할 것 다 알지 않느냐” 美민주당 상원의원들 심드렁

  • ▲ 美CSIS가 내놓은 북한 삭간몰 단거리 미사일 기지 보고서 내용 중 일부. ⓒ美CSIS 보고서 캡쳐.
    ▲ 美CSIS가 내놓은 북한 삭간몰 단거리 미사일 기지 보고서 내용 중 일부. ⓒ美CSIS 보고서 캡쳐.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패트릭 리히 美상원의원(민주, 버몬트)은 “북한에 여러 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의회 관계자와 美정보기관은 애초부터 북한이 실제로 핵개발을 중단할 것이라고 믿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코리 부커 美상원의원(민주, 뉴저지)은 CSIS의 보고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美北협상 성과를 매우 과장해서 대중에게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부커 상원의원은 이어 “우리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북한과 관련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핵무기 비확산 전문가인 올리 하이노넨 前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사무차장은 “CSIS의 보고서는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北영변 핵시설을 실제로 사찰했던 하이노넨 前사무차장은 “보고서에 나온 시설이 비밀 기지인 것은 맞겠지만 미신고 시설은 아니다”라며 “아직 아무런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에게 미사일 관련 시설을 신고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 위성사진 분석으로 유명한 美스팀슨 센터의 ‘38노스’는 ‘레온 시걸’ 美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아시아 담당 국장의 칼럼을 실었다. 시걸 국장은 뉴욕타임스의 CSIS 보고서 기사에 대해 “편집장 입장에서 정상적인 사실에 약간의 과장을 더하면 신문 1면을 채울 수는 있겠지만 결국 독자들에게는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美북한 전문가 “뉴욕타임스가 CSIS 보고서 과장보도”

    시걸 국장은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조셉 버뮤데즈, 빅터 차, 리사 콜린스가 작성한, 매우 신중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했다”면서 “작성자들은 자신들이 지목한 북한 미사일 기지 20곳 가운데 15곳은 美정보기관들이 이미 파악했고, 13곳은 버뮤데즈 박사 자신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시걸 국장은 CSIS가 별도 보고서까지 만든 삭간몰 미사일 기지에 대해 “그곳은 1990년대 초반부터 화성 5호와 화성 6호로 무장하고 있었다”면서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는 있지만 실제 용도는 한미 연합군에 대한 우세를 점하기 위한 용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는 삭간몰 기지에 배치돼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는 그보다 후방에 배치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제거와 해체가 더 시급하다며, 북한의 핵능력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협상하는 트럼프 정부를 비난하는 행동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