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北 탄도미사일 1600발, 한국 요격미사일 700발… 삭간몰 기지 한국에 치명적”
  • ▲ 美CSIS가 내놓은 보고서 속 北석간몰 기지 위성사진. ⓒ美CSIS 보고서 캡쳐-디지털 글로브.
    ▲ 美CSIS가 내놓은 보고서 속 北석간몰 기지 위성사진. ⓒ美CSIS 보고서 캡쳐-디지털 글로브.
    美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TF ‘비욘드 패러렐’이 내놓은 북한 탄도미사일 기지 보고서가 이틀째 한국과 미국, 일본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CSIS 보고서를 가짜 뉴스라고 했다”는 소식을 크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들이 정작 하고 싶어 했던 이야기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북한 탄도미사일 기지에 대한 보고서는 美CSIS에서 한반도 통일을 연구할 목적으로 만든 TF팀 ‘비욘드 패러렐(휴전선 넘어)’이 내놓은 것이다. 보고서는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북한군사전문가 조셉 버뮤데즈 CSIS 선임연구원이 작성했다. 버뮤데즈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비핵화를 하더라도 한반도를 향한 북한의 위협적인 무력은 남아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대북외교가 실패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美안보전문 씽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TF인 ‘38노스’ 또한 “CSIS의 보고서를 다룬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렀다”고 지적하며 “북한 탄도미사일 기지를 갖고 트럼프 정부의 북한 비핵화 정책이 실패했다고 결론짓는 것은 무리수”라는 한 연구자의 기고문을 실었다. 美백악관과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합의했지 “북한 미사일을 모두 없애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CSIS의 ‘비욘드 패러렐’ 팀과 스팀슨 센터의 ‘38노스’가 강조하려던 이야기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핵무기 및 관련 시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폐기한다고 해도,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위협은 사라지지 않으니 정신 차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거리미사일 폐기해도 위협 여전해"

    ‘삭간몰’ 기지는 황해북도 황주군에 위치한 탄도미사일 기지다. 한미 연합군은 이곳을 2000년대 초반부터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이곳이 언론을 통해 주목받은 때는 2016년 3월부터였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2월에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시험장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광명성 4호’를 발사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개성공단 근무인원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그러자 김정은은 이튿날 개성공단 폐쇄 및 자산 몰수를 선언했다.

    김정은은 같은 해 3월 10일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기지에서 스커드 계열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를 향해 발사했다. 北선전매체는 이튿날 김정은이 삭간몰 미사일 기지에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김정은은 북한군에 “핵 공격 능력을 높이기 위한 시험들을 계속 하라”로 지시했다.

  • ▲ 2016년 7월 16일 석간몰 기지에서 5km 가량 떨어진 황주 기지서 스커드·노동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7월 16일 석간몰 기지에서 5km 가량 떨어진 황주 기지서 스커드·노동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넉 달 뒤인 7월 19일, 삭간몰 기지에서 스커드 계열과 노동 계열(스커드 개량형) 탄도미사일 3발을 또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한미 연합군이 파악한 데 따르면 1발은 실패했지만 2발은 시험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때 김정은은 “우리의 미사일 타격 능력은 언제 봐도 정확하고 치밀하다”며 관계자들을 치하했다. 당시 北선전매체들은 “이번 훈련은 주한미군 기지들을 타격할 임무를 맡은 ‘전략군 화성 포병부대’들이 미제의 핵전쟁 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 작전지대 안의 항구와 비행장들을 선제타격하기 위해 사거리를 제한하고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매체는 “이번 미사일 발사 시험은 목표 지역의 일정한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에 장착한 핵탄두 기폭장치의 폭발시험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달 뒤인 9월 5일 삭간몰에서 노동 계열 탄도미사일 3발을 동해 방향으로 쏘았다. 이때는 발사 시간이 정오 무렵이었다. 이때도 김정은이 현장에 있었다고 北선전매체들이 보도했다. 그리고 나흘 뒤 5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부산, 울산, 포항, 거제, 광양, 울진도 사정권

    김정은이 삭간몰 기지를 한 해에 3번 찾았다는 점은 한국 사회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이 장소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곳의 위치, 배치돼 있는 탄도미사일 종류와 숫자, 2016년 당시 시험 발사, 김정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삭간몰 기지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美본토 증원군의 투입을 막는 곳이다. 북한이 황해북도 황주 삭간몰 기지에서 원산 동쪽 방향을 향해 미사일을 쏘아 성공했는데, 그 방향을 남동쪽 또는 남쪽으로 돌려보면, 부산, 울산, 포항, 거제, 광양, 울진 등도 사정권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북한의 무력 침공시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자동 개입한다. 이때 미국은 한국군 전방 사단과 주한미군 육군을 선봉으로, 주일미군의 공군과 해군을 후방 지원으로, 해병대를 적 후방 개척 병력으로 삼아 북한군을 잡아둔다. 미국은 동시에 서태평양에 대기시켜 놓은 군수지원선을 한국으로 보내고 본토에 있는 증원 병력을 보낸다. 군수지원선이 한국의 부산이나 포항, 울산, 광양 등에 들어오는 때에 맞춰 미군 병력도 도착한다. 이들은 한국군과 주한미군, 주일미군에게 바통을 넘겨받아 북한군을 섬멸하고 한국군과 함께 북진하게 된다. 김정은이 직접 찾아간 삭간몰 기지는 이런 美본토 증원 병력이 한반도에 못 들어오게 하는 수단이다.

    미국 병력, 한반도에 상륙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

    미군 군수지원선은 보통 5만 톤 이상의 배수량을 가지며, 흘수선이 10미터 가까이 된다. 때문에 잘 정비돼 있는 항만이 아니면 접안이 어렵다. 이 때문에 북한이 전시에 어디를 먼저 공격할 것이냐 하는 것을 점치긴 어렵지 않다.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에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 북한이 핵공격 대신 세균무기나 화학무기로 공격해도 미군 증원은 매우 늦어진다.  

    앞서 언급한 부산, 울산, 포항, 광양 등은 대부분 적지 않은 인구를 가진 도시다. 항만 또한 군보다는 민간 상선이 더 많이 사용한다. 한국 민간 분야는 세균무기나 화학무기에 대응할 준비가 거의 안 돼 있다. 이곳에 세균무기나 화학무기가 떨어져 항만은 물론 도시 전체가 마비된다면 미군은 도시를 빠져나가는 데서부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군의 항만 탈출이 늦어질 때 북한군이 다시 탄도미사일을 퍼부어대면 전투도 못해보고 많은 전력 손실을 볼 수 있다.

  • ▲ 2005년 독일연방군이 보유하고 있던 패트리어트 PAC-2 GEM+. 한국이 중고로 수입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다크원 라이센스 공개.
    ▲ 2005년 독일연방군이 보유하고 있던 패트리어트 PAC-2 GEM+. 한국이 중고로 수입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다크원 라이센스 공개.

    김정은이 이를 위해 삭간몰 기지에 배치한 무기는 처음 개발된 지 60년도 지난 스커드 미사일을 다시 개량한 것이다. 만만하게 생각되겠지만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미사일이다. 소련이 1953년 4월 13일 처음 발사했던 스커드 미사일은 이후 개량을 거듭했고, 수출된 나라 자체적으로도 적지 않은 개량 작업을 했다. 소련이 만든 스커드 미사일만 1955년형 스커드 A, 1964년형 스커드 B, 1965년형 스커드 C, 1989년형 스커드 D가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 미사일은 B형과 C형을 토대로 개량한 것이다.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을 ‘화성 탄도로켓’이라고 부른다. 스커드 B형을 바탕으로 만든 ‘화성 5호’와 스커드 C형을 개량한 ‘화성 6호’와 ‘화성 7호’, 스커드의 사거리 연장형(Scud ER)을 개량한 ‘화성 9호’는 사거리가 200~1000km다. 한반도 전체와 일본 규슈, 시코쿠, 혼슈 일부 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 일본 규슈에 美제7함대와 日해상자위대의 핵심 거점인 사세보 항, 한반도 유사시 피란민이 대거 몰릴 수 있는 대마도, 후쿠오카, 시모노세키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북한이 삭간몰 기지로 어디를 공격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은이 삭간몰 기지로 미군 증원군만 막을 것이라고 믿으면 그 또한 순진한 생각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수십 차례 탄도미사일을 쏘았다. 이때 가장 큰 특징이 수직에 가까운 ‘고각(高角)’ 발사였다. 어떤 때는 발사 각도가 70도를 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에서는 대기권 이탈과 재돌입을 시험하는 것 또는 미국의 요격을 받지 않으면서 최대 사거리를 측정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다른 이유도 있다.

    사거리 2000km인 미사일로 가까운 표적을 공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발사 각도를 높이면 된다. 탄도미사일을 핵탄두와 재래식탄두, 사거리에 따라 대륙간, 중거리, 단거리로만 구분하는 한국과 미국, 일본 전문가들에게는 어색하겠지만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도 단거리 목표를 향해 발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북한 단거리 미사일 절반도 막을 수 없어 

    북한은 삭간몰 기지뿐만 아니라 전방 지역 곳곳에 만든 전술용 미사일 기지로 한국군 사령부는 물론 주요 대도시를 타격할 수 있다. 한국군에는 이를 요격할 수단이 없다. 한국이 가진 요격무기는 ‘MIM-104D 패트리어트 PAC-2 GEM+’다. 이것으로는 최대 20km 내에서만 미사일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요격 속도가 마하 5 안팎이어서 마하 25로 내리꽂히는 탄도미사일 요격은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도 패트리어트 PAC-3 MSE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한국이 가진 요격 수단이 양적으로도 북한 탄도미사일보다 적다는 점이다. 탄도미사일을 고각 발사할 경우 마하 25 이상의 속도로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이를 제대로 요격하려면 적 탄도미사일 한 발 당 2~3발의 요격 미사일을 쏴야 한다. 현재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보유한 요격미사일은 700발 정도라고 한다. 반면 북한 탄도미사일은 1600여 발로 추산된다. 이를 막으려면 최소 2배수가 필요한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북한 탄도미사일 중 1000발 이상이 단거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입장에서는 ‘화성-14형’이나 ‘북극성-1형’ 제거보다 삭간몰 기지 해체가 더욱 시급한 문제다. CSIS의 보고서는 이 점을 한국과 미국 정부에 경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