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비밀기지, 거리별에 따라 3단계 배치… 한반도, 일본, 미국 본토까지 겨냥
  • ▲ 美CSIS 연구팀은 북한군이 단거리-중거리-장거리 미사일을 별도로 배치해 놓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美CSIS 패러렐 비욘드 팀 보고서 캡쳐.
    ▲ 美CSIS 연구팀은 북한군이 단거리-중거리-장거리 미사일을 별도로 배치해 놓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美CSIS 패러렐 비욘드 팀 보고서 캡쳐.
    미국의 씽크탱크 ‘국제문제전략연구소(CSIS)’가 내놓은 두 편의 보고서에 한국과 미국,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보고서는 CSIS가 한반도 통일 연구를 위해 만든 프로젝트 ‘패러렐 비욘드’의 결과물로,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북한군사전문가인 조셉 버뮤데즈 CSIS 선임연구원, 리사 콜린스 CSIS 연구원이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국제사회에 알리지 않은 20여 곳의 미사일 기지 가운데 13곳이 美北대화 도중에도 계속 활동을 했다”는 내용과 휴전선에서 불과 80km 떨어진 곳에 있는 '삭간몰' 미사일 기지가 한미 연합군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담겼다.

    CSIS 패러렐 비욘드 팀은 북한 탄도미사일 기지가 군사분계선과의 거리에 따라 세 개의 지대(Belt)로 나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전방을 중심으로 배치돼 있는 ‘전술용 미사일’ 기지, 그 뒤에 위치한 ‘작전용 미사일’, 가장 후방에 있는 ‘전략 미사일’ 기지다. 

    군사분계선과의 거리에 따라 세 개 지대로 나뉘어

    ‘전술용 미사일’ 기지는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50~90km 가량 떨어진 황해북도와 강원도 지역에 있다. 이곳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인 ‘스커드’ 계열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노동’ 계열이 배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술용 미사일’ 기지는 유사시 한미 연합군 포 전력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도시와 사회기반시설을 공격하는 임무를 맡는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는 하나 ‘스커드-ER(화성-9형)’ 같은 것은 제주도까지 닿는다.

    ‘작전용 미사일’ 기자는 군사분계선 북쪽 90~150km 거리에 있는 지대로, 평안남도에서 함경남도까지를 잇는다. 여기에는 한반도와 일본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노동’ 계열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전략 미사일’ 기지는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150km 이상 떨어진,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함경남도 일대에 있다. 이 지역의 미사일 작전 본부는 ‘제4훈련소’ 또는 ‘제5훈련소’로 위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당초 ‘대포동’ 미사일에 배치돼 있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2017년 북한이 ‘화성-12형’, ‘화성-14형’과 같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면서, 이런 종류가 배치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하 깊숙한 비밀기지-산 속 비밀기지는 과장"

  • ▲ CSIS가 집중분석한 北삭간몰 미사일 기지의 위성사진. ⓒ美CSIS 보고서 화면캡쳐.
    ▲ CSIS가 집중분석한 北삭간몰 미사일 기지의 위성사진. ⓒ美CSIS 보고서 화면캡쳐.
    CSIS 패러렐 비욘드 팀은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북한군 미사일 기지는 65곳에 달했지만 연구 결과 이는 탈북자 증언이 잘못 전달되거나 탄도미사일 기지와 순항미사일 기지, 대함미사일 기지를 구별하지 않은 언론의 전문성이 부족한 보도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또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군이 지하 깊숙한 곳에 비밀 미사일 기지를 만들었다거나 중국처럼 가짜 산을 만들어 그 속에 미사일을 숨겨 놓았다고 보도했지만 위성사진을 살펴봤을 때는 그런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CSIS 패러렐 비욘드 팀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군은 현재 15~20개 정도의 탄도미사일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은 또 “수많은 탈북자, 군 관계자, 정보기관 요원들과 면담을 통해 북한 미사일 기지의 일반적인 부대 구성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북한군 미사일 기지는 부대 본부, 막사, 강당, 지원 및 유지보수 시설, 보관시설로 구성돼 있다고. 식량 등을 자체 재배·생산하는 북한군 문화에 따라 소규모 농작물 재배 시설도 포함돼 있다.

    미사일 기지 대부분은 산 사이의 좁은 협곡 막다른 곳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보안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거동 수상자가 들어올 수 있는 입구가 한 곳이어서 보안유지가 수월하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북한군 미사일 기지 내부에는 발사대가 없다고 한다. 대신 기지 지하에 미사일과 이동식 차량 발사대(TEL), 지원 차량, 정비용 설비 등을 보관하고 있다가 발사할 때면 외부로 이동해 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러시아, 중국, EU 국가들과는 상이한 미사일 부대 운용 교리다.

    황해북도 삭간몰 기지, 6분 만에 서울 타격 

    CSIS 패러렐 비욘드 팀은 북한 미사일 기지 가운데 '삭간몰' 기지에 주목했다. 북위 38.584698도, 동경 126.107945도에 있는 삭간몰 기지는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85km, 서울에서 135km 떨어져 있다. 인민군 건설총국이 1991년부터 2년 동안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스커드’ 계열을 주로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시설은 ‘노동’과 같은 더 큰 미사일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였다.

  • ▲ 2016년 7월 19일 삭간몰 기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지켜본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7월 19일 삭간몰 기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지켜본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삭간몰 미사일 기지는 한미 연합군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이다. 한미 연합군은 이곳을 황주 미사일 기지라고 부른다. 황해북도 황주 공군기지에서 5km 떨어져 있는 이곳은 북한 공군 1016부대가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대 배치로 볼 때 한국을 공격할 때는 황주 공군기지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곳에서 쏜 미사일은 대응할 틈도 없이 서울에 떨어진다. 2017년 5월 북한이 스커드 ER을 발사했을 때 최고 고도 120km에 도달한 뒤 450km를 날아갈 때까지 걸린 시간은 6분이었다. 삭간몰 기지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3분 이내에 서울에 떨어질 수 있다.

    북한은 2016년 3월 10일 오전 5시 20분 이곳에서 원산 방면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같은 해 7월 19일 오전 4시 45분 또 동해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튿날 北노동신문에는 김정은이 부하들을 데리고 작전지도를 보는 사진이 실렸다. 작전지도 이름은 ‘전략군 화력 타격계획’이었다. 북한은 같은 해 9월 5일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즉 북한군에게 삭간몰 기지는 대남 위협에 있어 상징적인 곳이라는 의미다.

    CSIS 패러렐 비욘드 팀은 북한이 서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해체하는 제스처를 취해 언론의 큰 관심을 끌게 되면서 한미 연합군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삭간몰 기지와 같은 곳의 위험성은 오히려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