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무산, 수사팀장 교체, 이번에는 증거인멸 시도" 공영노조 강력 규탄
  • ▲ KBS 본관 전경.ⓒ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KBS 본관 전경.ⓒ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 이메일 사찰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KBS 사측이 '증거 인멸'을 시도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 사측은 최근 사내 메일 서버 교체를 추진키로 했는데, 진미위의 이메일 사찰 의혹이 제기된 서버가 교체 대상 서버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KBS 공영노조는 13일 성명을 내고 "사측이 KBS 사내 전산망인 코비스 메일 서버 교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며 "그런데 해당 서버는 진미위가 기자들을 조사하며 몰래 이메일을 들여다 본 의혹이 제기된 바로 그 사내 전산망이 포함돼있다"고 했다.

    이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핵심 증거인 메일 서버를,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경찰 수사가 끝난 것도 아닌데 메일 서버를 교체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거부·수사팀장도 교체한 KBS

    지난달 KBS 진미위 측은 남부지방법원에 이메일 로그인 기록 전산자료를 제출했다. 이메일 사찰 의혹이 제기된 지 약 4개월만이었다. 당시 남부지법은 KBS가 언론사인 것을 감안해 강제집행 대신 KBS 측이 자료를 임의 제출할 수 있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이후 돌연 이메일 사찰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영등포서 사이버수사대 팀장이 교체되며 '불공정 수사' 논란이 증폭됐다. 경찰에 진미위를 고발한 성창경 KBS공영노조위원장과 사이버수사대 팀장이 같은 부산 출신이라는 것이 교체 사유인데, 일각에선 "공권력이 특정 노조 저항에 굴복했냐"는 비판이 나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KBS 사측이 메일 서버 교체 의사를 밝힌 이유는 뭘까. 공영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2009년에 도입된 메일 서버가 노후화됐다. 메일 용량을 3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증거 인멸 우려...압수수색도 무산된 상황

    문제는 '증거 인멸' 우려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메일 서버에 남아있는 결정적 증거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공영노조 측의 지적이다.

    KBS 사측은 "지난번 경찰 진미위 압수수색 때, 경찰이 디스크 이미지를 통째로 복사했기 때문에 수사에 필요한 자료는 확보된 상태"라는 입장을 공영노조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영노조 측 주장은 다르다. 경찰의 압수수색은 없었으며, 다만 KBS 사측이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경찰에 넘겨줬다는 것이다. 공영노조는 "경찰이 압수수색을 한 것이 아니라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KBS로부터 받았을 뿐"이라며 "KBS의 전산실 자료 등은 방대해서 다 적출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23일 수사를 지휘하던 영등포서 사이버수사대 팀의 압수수색 시도는 무산됐다. KBS 사측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KBS 직원들과 1시간 가량 대치하다 끝내 철수했다.

    공영노조 "경찰 못믿어"

    성창경 공영노조 위원장은 공권력에 향한 불신도 쏟아냈다. 지난번 수사팀장 교체와 압수수색 실패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경찰에게 더 무엇을 바라겠나"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핵심 증거를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한다면 의심만 살 뿐, 경찰 역시 KBS 수사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천명하는 꼴"이라고 했다.

    성 위원장은 "이런 시점에서 KBS가 코비스 메일 용량을 늘린다면서 이메일 사찰의 핵심 증거가 되는 코비스 메일 서버를 교체한다고 하면 누가 그 진정성을 믿겠냐"며 "당장 사내에서는 이메일 사찰 의혹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메일 용량 교체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서버 용량 부족으로 불편을 겪는 직원은 없다. 수사가 끝난 뒤에 교체를 해도 늦지 않다"며 사측에 서버 교체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