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S씨어터 개관기념작, 무너져가는 고택의 숨겨진 진실…11월 25일까지 공연
  • "올해 서울시극단은 총 8편의 작품을 올렸다. 지난 1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제외하면 7편이 창작극이고, '옥상 밭 고추는 왜' 외에는 6편이 초연이다. 공공극장에서 창작극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하고 의무라고 생각한다."

    세종S씨어터 개관기념작이자 서울시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의 창작극 '사막 속의 흰개미'가 오는 25일까지 공연된다.

    'Special(특별한), Space(공간), Story(이야기)'의 의미를 담고 있는 세종S씨어터는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형 공연장으로, 지난 10월 개관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과감히 허물고,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무대 형태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번 공연의 무대는 2017년 '옥상 밭 고추는 왜'로 한국문화공간상 무대디자인부문을 수상한 디자이너 박상봉이 참여해 무너져가는 고택의 공간과 분위기에 사실감을 더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박상봉 디자이너는 인물의 긴장감과 거리가 중요한 작품답게 객석과 무대가 구분되는 일반적인 가로형의 프로시니엄(액자무대) 형태에서 벗어나 객석을 반으로 나눈 세로형 양면무대로 극장을 재배치했다. 가변형 객석을 빼고 무대의 길이를 늘렸다.
  • 연출을 맡은 김광보 예술감독은 12일 오후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연습을 하다 보니 프로시니엄 구성에서는 극을 잘 설명하고 해결할 수 없는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오래된 집과 넓은 마당 등 대본상의 황량함을 표현하기 위해 객석 구조를 바꿨다. 관객도 극 속에 들어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개막한 '사막 속의 흰개미'는 '2018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창작대본 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된 황정은 작가의 신작이다. 황 작가는 '오리온', '생각보다 괜찮은', '우리는 처음 만났거나 너무 오래 알았다' 등을 집필했다.

    작품은 흰개미 떼의 서식지가 돼버린 100년 된 고택을 배경으로, 그 안에 무언가를 감추려는 사람들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김광보 연출은 "집을 갉아먹고 있는 흰개미와 무너져가는 고택은 마치 우리 사회가 지닌 불안과 위태로움, 허위와 가식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고택의 주인이자 대형교회 목사인 석필은 이 집의 미스터리한 현상이 흰개미 떼의 페어리 서클(fairy-circle, 아프리카 사막에서 발견되는 둥근 원)이라며 집안을 살피는 곤충 연구원 에밀리아를 만난다. 죽은 아버지 공태식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석필에게 묘령의 여인 지한이 찾아오고, 되돌릴 수 없는 15년 전 그 날의 이야기가 밝혀진다.
  • 황정은 작가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특정 종교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신앙보다는 신념에 초점을 뒀다"며 "결국 살아가면서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지, 그 믿음이 강요된 것이었는지, 우리가 갖고 있던 믿음이 정말 제대로 된 것인지, 그런 질문들을 이야기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구조 안에 어떤 상징을 놓고 작품을 쓰지 않는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고 비유·은유하기보다는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 집에 있는 사건에 집중했다. 어떤 집과 믿음이라는 소재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흰개미가 추가되면서 갖고 있었던 여러 요소들과 합쳐져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고택의 주인 '공석필' 역에 김주완, '에밀리아 피셔' 역 최나라, 석필의 아버지 '공태식' 역 강신구, 어머니 '윤현숙' 역은 백지원이 맡았다. 묘령의 여인 '임지한' 역에 황선화, 문화재연구소의 총괄 관리감독 팀장 '노윤재' 역 한동규, 문화재연구소 인턴사원은 경지은이 열연한다. 

    [사진=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