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대상 심리치료·말벗 로봇 이미 상용화… 의료법 등 국내 관련법 손질 시급
  • '초연결·융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고령화 사회와도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로봇을 활용한 예방과 예측 의학이 부각되는 것도 그래서다. 선진국의 경우 고령화 사회를 맞아 예방·예측 의학 분야의 로봇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지난달 17~19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박람회 '재팬 로봇위크 2018'(Japan Robot Week 2018)에 다녀온 필자는 노령화 사회를 공략한 로봇 산업의 발전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찍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심리치료용 로봇, 말벗용 로봇들이 상용화돼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라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용·치료용 로봇은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들은 노인들의 신체적 관리 뿐만 아니라 대화 등 정서적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현지 업계의 전망이다.
  • 선진국에선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이 미래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 중에서도 특히 노인층을 타겟으로 한 '실버 헬스케어' 산업은 이미 일본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빠른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도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에 막혀 성장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고령화 사회' 일본, 노인 간병 로봇 상용화 단계
    헬스케어 산업의 종사자로서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즈쯔키전기(都築電気)>가 제공하는 '키트핏 실버랜드(KitFit SilverLand)'였다. 이것은 일본 간병보험의 일종인 '개호 보험'을 로봇 인공지능 플랫폼과 연계시켜 이용자 개개인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간병인을 비롯한 직원·관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 더욱 향상된 서비스를 보험사업자에게 지원하는 '사업자 관리시스템'이다.

    '개호 보험'은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노인)을 위해 일반기업이나 시민단체들이 노인 요양 서비스 제공의 주체로 참여하는 일본의 보험제도로, 간병보험의 일종으로 보면 된다.

    '키트핏 실버랜드'는 일본 ICT업체인 후지쯔(FUJITSU)사의 로봇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호 보험 서비스와 연계시킴으로써 이용자의 특성·감정·회화 등 개인 취미 기호를 학습하고 각각에 적합한 응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대화 인터페이스로 사람의 개성을 이해하는 커뮤니케이션 로봇 '유니보(Unibo)'를 이용해 노인을 간병하거나 시설 안내 역할 등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인공지능 의료 클리닉 로봇 '아이(AI) 로보 크리닉'은 유전자 검사와 장내 검사를 실시해 검사 결과에 따른 맞춤형 예방 의료와 치료를 제공한다. 로봇이 접수하며 앱을 활용한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로봇에 의한 접객'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간호나 간병 현장을 둘러싼 노동 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등에 의한 간호·간병 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 로봇×사물인터넷, 간병보험 부담 낮춰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고령화율은 2025년에 30%를 넘고, 이를 위한 복지·간호 인력은 약 38만명(후생노동성 조사)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고령화에 따른 간호 인력 해결을 위해 일본 최대 통신사 ㈜NTT데이터는 커뮤니케이션 로봇을 활용한 개호 지원 서비스의 검토와 실증을 실험하고 있다. 현재까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이 회사는 2018년 6월 14일부터 커뮤니케이션 로봇과 노인을 지키는 기능을 결합한 간호 시설용 지킴이 로봇 서비스 '에루미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노인의 침대 옆에 설치한 센서와 로봇이 연동해 노인의 목소리, 걸음걸이 등 상태를 감지해 개호 사업자에게 알려준다. 이 서비스로 인해 개호보험 회사의 부담 경감과 양질의 간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 됐다. 지킴이 기능 이외에 통신 기능도 겸비 로봇과의 대화를 통해 노인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이 회사는 향후 인공지능(AI)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장치 등을 활용해 노인 복합 데이터(바이탈 사인, 동태, 음성 등)에 따라 심신 상태를 분석·평가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 같은 추가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고령화 산업 2020년 73조원 규모 전망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실버 헬스케어' 산업 기술력도 일본이나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용화를 하는 것에는 장애물이 있다. 바로 정부의 규제이다. 

    실제 국내 헬스케어 산업계는 의료법 등 관련 법규 부재와 규제로 산업 성장 속도가 늦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는 하소연도 많다. 이 같은 정부 규제 등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결국 관련 산업은 해외로 빠져 나가 국가 경쟁력을 잃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고령친화산업 시장 규모는 2012년 27조 4000억원에서 2020년 72조 8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리는 5060세대에 추가로 10년 이내에 300만명 규모의 '뉴 시니어' 세대가 신규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고령사회 핵심 소비 주체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 시니어'는 전쟁 이후 대한민국 경제 개발로 인해 경제적 안정화를 달성했고, 부동산과 자산 규모가 대한민국에서 역대 가장 큰 집단이다. '뉴 시니어'는 기술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기존 '실버세대'와는 달리 인터넷 미디어와 SNS를 활용해 정보를 습득하는 등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해진 계층이기도 하다. 향후 '뉴시니어'의 소비력은 시니어 비즈니스 마켓 활성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 기술력 세계 수준… 정부 규제는 '장애물'

    국내 헬스케어 기업 '메타헬스케어㈜'는 1분 동안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람의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을 읽어내 우울 감정이나 과잉 행동 장애, 또는 집중력 장애 등을 미리 간파해 증상이 진행되기 전에 긍정적 감정 연습을 위한 다양한 컨텐츠로 멘탈 케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론적 배경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1914년 노벨상 이론인 '전정감정반사이미지(VERI)'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여기에 엣지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탑재한 '비아허브(VeeaHub)'를 기반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맞춤 솔루션을 통한 토털헬스케어를 도입한 케어 로봇을 개발한다면 현재 일본 다수의 로봇 기업에도 수출이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향후 시니어 타운이나 학교에 이 멘탈케어 로봇이 멘탈 상태를 파악해 맞춤 대화, 맞춤 음악이나 운동, 맞춤 컬러나 맞춤 심리 카드·심리 동화 등을 제시한다면 자폐아나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감소, 우울증이나 자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선 우리나라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는 규제가 완화돼야 하고, 미비한 관련법은 보완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결국 정부의 '몫'이라는 책임의식을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