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구도에서 초·재선 목소리 따라 계파전 구도 벗어날 가능성 엿보여
  •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오는 12월 중반쯤 치러질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경원(4선), 김영우(3선), 권성동(3선)등이 나서기로 하면서 친박·비박간의 계파전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오리무중이 돼버렸다. 이렇게 되면 유기준(4선), 강석호(3선), 김학용(3선)까지 6명이 경쟁하게 된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상대적으로 중립 성향 의원들이 출마에 나섰고 세대교체 프레임도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지는 예측이 더 어렵다. 때문에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는 중진 의원들의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9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과 복당파의 전장이 아니라 온 당원이 통합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박계로 알려져 있던 나경원 의원은 원내대표에 관심을 가진 뒤부터 친박계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이 때문일까. 나 의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 나와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말 이렇게 평생을 감옥에서 사실 정도의 잘못을 하셨느냐고 물으면, 그에 공감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反문재인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지켜야 할 가치도 많고 잘못된 제도도 바꿀 게 많다”고 주장, 최근 ‘반문연대’를 주장한 친박계 윤상현 의원에게 화답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최근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으로 기소돼 당원권이 정지된 권성동 의원은 “욕심과 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원내대표 출마의사를 포기하지 않을 뜻임을 내비쳤다. 권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냈고, 주요 계파들과의 소통도 많다는 점이 유리한 점이다. “검찰 기소 시 당원권 자동 정지‘ 조항을 개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권 의원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영우 의원은 아직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김영우 의원은 ‘세대교체’라는 프레임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1967년 생으로 계파색이 옅고, 한국당 내에서는 젊은 편인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당 전체의 분위기가 쇄신될 가능성이 커진다. 김 의원은 또한 품격 있는 보수 정치와 차별화된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에 맞선다는 비전을 내세울 것이라고 한다.
  • 한국당 20대 의원 초·재선 비율 76%

    이미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강석호 의원과 김학용 의원은 비박계, 유기준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강석호 의원은 지난 2016년 8.9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최고위원 자리를 대부분 차지했을 때 비박계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의원이다. 당시 당 대표는 이정현 의원, 최고위원은 조원진, 이장우, 최연혜(여성), 유창수(청년) 등이 뽑혔다. 강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에는 정보위원장, 후반에는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학용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에 국방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유기준 의원은 황교안 전 총리와의 접점이 있는 것이 이점으로 꼽히고 있다.

    아무튼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려는 의원이 6명으로 늘어나면서 비박·친박 구도에서 중도, 청년, 여성이라는 축까지 생겼다. 이들의 승패를 좌우할 세력은 역시 초·재선 의원들이다.

    자유한국당의 20대 국회 초·재선 비율은 76%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6월에 김성태 원내대표의 유임과 비대위 체제 조기전환 등을 주장했다. 당시 “6.13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김성태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가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 이후 퇴진론이 잦아들었다.

    지난 7일에도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통합·전진'모임은 ▲당 운영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할 인사 ▲한국당의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는 사람 ▲특정 계파가 짙지 않은 사람을 차기 원내대표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한 당 지도부에 차기 전당대회 일정 등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이 출마를 결심할 수 있게 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