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정부 보조금 빼고 계산해 착오… 보조금 합치면 태양광이 원자력보다 3.5배 비싸
  • ▲ 2012~2017년 발전원별 판매 단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REC 보조금을 포함할 경우 합계 금액은 큰 폭으로 증가한다. ⓒ이현철 부산대 기계공학과 교수 제공
    ▲ 2012~2017년 발전원별 판매 단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REC 보조금을 포함할 경우 합계 금액은 큰 폭으로 증가한다. ⓒ이현철 부산대 기계공학과 교수 제공
    "원자력의 정산단가는 증가하는 반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단가는 큰 폭으로 하락해 경제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을 일부 여당 의원들이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지급하는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제외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아전인수격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 향후 원자력보다 경제성 좋아진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전력거래소와 한전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태양광 구매단가가 최근 크게 하락해 태양광발전의 경제성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최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kWh당 태양광 정산단가의 경우 2013년 157.88원에서 2017년 84.17원으로 절반 가량(4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원자력은 39.03원(2013)에서 60.68원으로 증가했다. 이 자료를 통해 최 의원은 "조만간 태양광 발전이 석탄·원자력 발전보다 경제성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4일에는 최 의원과 같은 상임위 소속인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6년간 발전원별 정산단가를 분석한 결과, 원자력은 단가가 59% 증가했지만 신재생은 28.1%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 자료에서 백 의원은 "원자력 등을 대체할 발전원들의 단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 ▲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실에서 배포한 '최근 5년간 한전의 발전원별 구입단가'. REC 보조금은 제외돼 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실에서 배포한 '최근 5년간 한전의 발전원별 구입단가'. REC 보조금은 제외돼 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정산단가를 비교한 자료"라고 해명했다. ⓒ최인호 의원실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포함해야 진짜 단가

    원자력계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신재생이 아닌 발전원의 경우 판매단가와 정산단가가 동일하지만, 신재생 사업자는 정산단가 외에도 국가로부터 REC(Renewable Energy Credit·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보조금을 받는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의 최종 판매단가는 정산단가와 REC 보조금을 합산해야 하는데, 정산단가만 내놓고 마치 신재생이 매우 저렴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사실상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는 한전의 구매가에 보조금을 얹은 금액으로 형성되는데, 최 의원의 자료는 진실의 일부만 보여줘 신재생에너지가 싼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도 "신재생에너지는 보조금이 포함돼야 제대로 된 가격"이라며 "아는 사람이 보면 뻔한 거짓말이지만, 일반 국민들의 경우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포함하면 태양광이 원자력보다 3.5배 비싸

    이현철 부산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전력거래소 및 전력시장 통계 등에서 신재생 보조금을 추가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REC 보조금을 합산했을 때 신재생에너지 판매단가는 대폭 증가하게 된다. 2017년 태양광 정산단가는 kWh당 84.17원인데, REC 보조금 129.80원을 더하면 최종 판매단가는 212.97원이다. 같은 기간 원자력(60.68원)과 비교해 3.5배 높은 수치다.

    이 교수는 "지난해 신고리 공론화 과정에서도 건설재개 반대 쪽 발표자들이 이처럼 보조금을 제외하고 단가가 내려가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면서 "발전원가와 정산단가는 다른 개념인데, 정산단가가 발전원가인 것처럼 오도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산단가는 전력거래를 하는 발전사업자가 전력시장에서 지급 받은 전력거래금액을 전력거래량으로 나눈 값이다. 반면 발전원가는 발전기에서 전력 생산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으로, 고정비·변동비를 포함한 1kWh당 전력 생산 원가를 뜻한다.

    태양광과 풍력의 정산단가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계속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LNG 발전원가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며, 지난해 국제 유가가 상승하자 태양광과 풍력의 정산단가도 다시 올랐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 ▲ 2013~2017 발전원별 단가 그래프. 보조금을 제외한 태양광·풍력(실선)은 매우 낮게 형성돼 있지만 보조금을 포함하면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현철 부산대 기계공학과 교수 제공
    ▲ 2013~2017 발전원별 단가 그래프. 보조금을 제외한 태양광·풍력(실선)은 매우 낮게 형성돼 있지만 보조금을 포함하면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현철 부산대 기계공학과 교수 제공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 알려야"

    이같은 원자력계 비판에 대해 최인호 의원실 관계자는 "정산단가는 한전이 사업자로서 사들이는 돈으로서 통용되는 개념이며 우리도 가공된 자료가 아닌 객관적 자료를 낸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REC 보조금도 신재생 비용으로 잡아야 한다는 일부의 비판이 있지만, (보조금은) 에너지전환정책의 큰 틀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정산단가를 가지고 비교한 것이기 때문에, 왜 보조금을 합산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은 100% 수긍하기 어렵다"며 "정산단가로만 볼 것이냐, 보조금을 포함해야 하느냐는 각자 이견이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 전문가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신재생 보조금이 나가는데,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진실되지 못한 자료로 마치 재생에너지가 진짜 경쟁력이 있는 것처럼 오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