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선고연기 요청… "내면을 어떻게 들여다보나" 진정성 가릴 방법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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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검찰이 "양심적 병역거부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판결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선고연기를 법원에 요청했지만, '양심'을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양심이라는 사유가 주관적인데다 대법원이 내놓은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법정에서 가려내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9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법원에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선고연기를 요청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일선 지방검찰청으로 내려보냈다. 피고인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기준에 부합하는지 제대로 입증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다.

    검찰, 법원에 ‘양심적 병역거부’ 선고연기 요청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종교적 신념에 의해 병역을 거부한 여호화의 증인 신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하급심에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대법원의 판결과 과거 판례 등을 분석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검증하는 기준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재판은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소명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면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이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위해 피고인의 가정환경과 성장 과정, 학교생활, 사회 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을 살펴볼 예정이다. 또 피고인의 소명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면 피고인이나 증인심문도 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안별로 자세히 들여다 볼 방침”이라며 “재판 단계별로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호한 대법원의 '양심' 기준… 심리 가능한가?

    그러나 대법원이 제시한 양심의 기준이 모호한 만큼 양심에 대한 심리가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서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 일부도 “양심이 진정한지는 형사절차에서 증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양심의 기준으로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또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영향 아래 있으며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법조계에서도 검찰이 재판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 재판을 보면 정말 신앙심이 깊어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면서도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양심의 진정성에 대해 형사절차에서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현재 총 227건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하급심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전국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있는 피의자는 930명이며 고발됐으나 아직 기소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합치면 약 950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