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황제 굴욕 사진 없애라…4대 분투기 '어둠상자'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연극, 이강백 작가·이수인 연출 만남

신성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1.10 16:32:01
▲ 연극 '어둠상자' 공연 중 한 장면.ⓒ예술의전당

고종(1852~1919) 황제의 굴욕 사진을 되찾기 위한 4대의 눈물겨운 분투가 펼쳐진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이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기획연극 '어둠상자'를 11월 7일부터 12월 2일까지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어둠상자'는 고종의 마지막 어진(御眞)을 찍은 황실 사진가 집안이 4대에 걸쳐 그 사진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108년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강백 작가는 뉴욕박물관에서 발견된 고종 사진의 사진사 이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사진기의 오래 전 이름인 '어둠상자'는 어둠 속에 빛을 가둬 인화지 위에 압착한다는 점에서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6·25전쟁, 개발독재와 민주화 시대를 통과하며 억압당한 굴곡진 역사를 의미한다.

이강백 작가는 1998년 '이강백 연극제'로 인연을 맺은 예술의전당과는 20년만의 작업이다. 그는 "고종의 사진을 식민지를 거치며 모멸당하고 주체를 잃은 민족적 경험의 상징으로 본다면, 새로운 시대는 그 사진을 없애는 행위에서 비로소 시작된다"고 말했다.
▲ 이수인 연출이 지난 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어둠상자' 프레스콜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예술의전당

1905년 고종은 조선에 미국 사절단과 함께 온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에게 김규진이 촬영한 어진을 선물로 준다. 21세의 철없는 '미국 공주'는 "황제다운 존재감이 없고 아둔하고 처량해 보인다"고 혹평한다.

당시의 동양적 사고로는 사진 속 객체와 주체를 동일하게 믿었기 때문에 고종은 김규진에게 "반드시 어진을 되찾아 없애라"는 밀명을 남긴다. 김규진은 아들과 손자, 증손자에게까지 그 임무를 유언으로 이어지며 구한말부터 근현대사의 흐름을 보여준다.

4개의 막이 옴니버스극으로 꾸며지는 이번 무대는 증조할아버지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까지 각각 다른 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각각의 막들이 독립적이면서도 '사진'이라는 공통된 소재로 서로 연결돼 전개된다.

이수인 연출은 "여백이 많은 무대로 시각적인 리듬을 만들어 작품의 맥락과 전환을 연결할 것"이라며 "희곡이 우리 근현대사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어둠상자를 벗어나 빛이 보이는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는 보기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될 수 있다. 관객들에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영화 시나리오처럼 암전이 많았다. 희곡상의 많은 장면들을 속도감있게 연결하고 일부 장면과 대사들을 덜어냈다"고 전했다.
▲ 연극 '어둠상자' 공연 중 한 장면ⓒ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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