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북 고위급 회담 무산' 침묵… 靑 "미국 중간선거 결과, 할 말 없다" 덩달아 침묵
  •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청와대 제공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청와대는 전날에 이어 8일 오전에도 미국 중간선거에 대해 이렇다할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의겸 대변인은 전날 미국 중간 선거 결과에 따른 우리 정부의 입장이나 대북정책 흐름 변화 가능성에 대해 "저희 정부가 처해 있는 상황을 충분히 알고 계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제가 흐름을 새로 정리할 상황은 아니라 본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됐음에도 "저희들이 미국 국내정치에 대해 결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할 것이 없다"고 했다.

    미북 고위급 회담 때는 곧바로 '기대감' 표현 

    이같은 청와대의 입장은 미북 고위급 회담 소식에 곧바로 기대감을 드러냈던 것과 비교하면 의미심장하다. 청와대가 대북정책에서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되도록 언급을 삼간 셈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신중론이 읽힌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것에 대해 "싱가폴 때에 비해 양측이 서로를 잘 알게 됐다"며 "북한이 실효적인 협상을 위해서 시간을 더 달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을 만났음에도 협상이 안 됐을 때 미치는 파장 등을 한 차례 겪어본 북한이 이번에는 물밑 협상에 공을 들이는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북한 역시 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것에 대해 언급이 없는 상태다. 회담 무산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거나 하지 않고 관망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늠하기 힘든 트럼프... 민주당 압박 세질 가능성도

    청와대의 반응은 일차적으로 중간선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진행되는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 우리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정상회담의 개최 시기에 대해서도 "내년 언젠가, 내년초 언젠가"라며 확답을 피했고, 연기된 고위급회담의 날짜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지 않았다. 북한과 대화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문제를 느긋하게 다루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당분간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협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데 공을 들여야 하는 쪽은 북한이라는 메시지기도 하다. 미국 측은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협상 서둘러야 하는 쪽은 북한

    나아가 미국 하원에서 민주당의 과반의석 확보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될지 여부도 확실치 않은 상태다. 지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펴왔다. 북한에 대해 '무관심 전략'으로 응한 것인데, 이 기조대로라면 오히려 민주당이 북한에 실제 비핵화 이행여부를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실제 미국 민주당은 중간선거 전부터 '북한 문제는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황이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의석수를 늘리며 승리한 것으로 해석됐고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서 양당이 모두 선전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에 양당 모두 승리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