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노동당 중앙부서가 직접 식량 수거… 수확량 비해 너무 많이 걷어 주민 반발”
  • 북한군이 소유한 협동농장을 찾은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군이 소유한 협동농장을 찾은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북한이 주민들을 총동원해 군사훈련을 시키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11월 들어서는 협동농장마다 적지 않은 양의 식량을 강제징수 중이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11월부터 협동농장들로부터 전시(戰時)식량을 강제로 징수하고 있다”고 7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노동당 중앙 부서인 제2호 총국 2사업부(전시식량 담당)가 직접 식량을 가져가는데 수확량에 비해 너무 많은 양의 식량을 거둬들이고 있어 협동농장 사람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전시 식량을 ‘2호 쌀(米)’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평안남도에서는 각 군에 있는 2호 사업부가 협동농장을 직접 찾아가 2호 쌀을 걷어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각 협동농장 관리위원회는 아직 올 곡식 수확량 통계도 내지 못한 상황인데 2호 사업부는 무턱대고 쌀을 걷어가고 있어 농장 간부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평원군, 숙천군 등에서는 아직도 탈곡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2호 사업부 검열원들이 나와 탈곡을 하자마자 곡식을 걷어가려 해 갈등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연말에 남은 곡식을 농장 근로자들에게 분배도 해야 하고 내년 영농자금도 마련해야 하는 협동농장 간부들 입장에서는 당국이 이런 식으로 2호 쌀을 걷어 가는데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2호 사업부는 농장 측이 반발하면 서류 검열과 장마당에서의 장사 등을 찾아낸 뒤 처벌하겠다는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북한 당국이 농사에 필요한 자재나 장비 연료를 대주지 않아 협동농장들마다 지역의 돈주(신흥부자)로부터 연료비 등을 먼저 빌려 수확이 끝나면 곡식으로 갚기로 한 상태인데 ‘2호 쌀’을 마구 걷어가는 것 때문에 빚을 갚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 함경남도 흥남시에 있는 룡성 식량공급소.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함경남도 흥남시에 있는 룡성 식량공급소.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北소식통 “노동당 상부 지시로 평년보다 빨리 곡식 징수”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남도의 다른 소식통은 “평년에는 시·군 2호 사업부가 곡식을 걷어가는 때가 농장 별로 탈곡이 모두 끝난 뒤였는데 이때 수확량이 적어 징수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올해는 노동당 상부에서 ‘2호 창고(전시식량 창고)에 있는 오래된 식량을 교체하고, 부족한 양을 무조건 채우라는 지시를 내려 2호 사업부가 탈곡도 마치기 전에 농장에 달려가 곡식을 걷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눈치 빠른 협동농장 간부들은 주변 군부대를 찾아가 군 간부들에게 쌀을 뇌물로 줘서 부대 창고를 빌려 곡식을 보관한다”고 덧붙였다. 2호 사업부 직원들이 군부대 내의 창고는 함부로 뒤지지 못하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매년마다 전시식량을 걷기 때문에 별 다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노동당 상부에서 오래된 식량을 교체하고 부족분을 채워 넣으라”고 지시했다는 대목을 최근 노농적위대가 예외 없는 군사 훈련을 실시 중이라는 사실과 함께 생각하면, 김정은 정권은 미국과의 협상이 틀어질 때에 대비해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