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새 강연… "美 '워킹그룹' 설치 요구는 남북관계 '가속'에 대한 경고"
  • ▲ 유튜브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영상 캡처ⓒ
    ▲ 유튜브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영상 캡처ⓒ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워킹그룹'(실무협의체) 설치 요구와 관련,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가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미공조와 유엔 대북제재에 협조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새 강의로 <미국, 남북경협 점검과 속도 조절 위해 문재인정부 '감시기구' 만들다>편을 최근 올렸다. 김 교수는 강의를 통해 "미국이 더 이상 문 정부의 대북정책을 방치했다가는 한국의 기업과 은행을 제재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국이 이 워킹그룹을 가동시켜 한미공조체제를 복원시킨다면, 이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력하게 유지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이 워킹그룹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 문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스티브 비건은 지난달 29일~30일 서울을 방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임종석 비서실장 등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그는 이 만남에서 '워킹그룹'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정부가 한미공조를 무시하고 남북경협, 철도사업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자 미국이 급제동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이같은 사실을 문 정부가 발표하기 전에 워싱턴 현지에서 버트 팔라디노 국무성 부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먼저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는 공식 발표나 기자회견 없이 백 브리핑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이번 실무협의체 구성은 미국의 강력한 요구를 한국 정부가 마지못해 받아들일 결과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승만-박정희의 '현실주의 노선', 노무현-문재인의 '민족공조노선' 구분
    김 교수는 "역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은 이승만-박정희-노태우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현실주의 노선'과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족공조노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전자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나름대로 정책들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후자는 반외세 논리에서 우리민족끼리를 중시해 한미동맹과 공조체제에 긴장과 균열을 불러왔다. 미국이 한미 워킹그룹 설치를 통해 한미공조체제 복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민족공조노선 추구가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강의는 유튜브 채널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https://www.youtube.com/channel/UCy3ccMfJL911Wvk9x8XRVVg)' 또는 '뉴데일리TV(http://tv.newdaily.co.kr/)'에서 볼 수 있다.
  • [전문] 

    -미국, 남북경협 점검과 속도 조절 위해 문재인정부 '감시기구' 만들다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스티븐 비건이 2018년 10월 29일과 30일 서울을 방문하여 강경화 외교장관, 조명균 통일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임종석 비서실장 등 한국 외교안보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주요 인사들을 모두 만났다. 이 만남에서 그가 풀어놓은 정책 보따리는 한미 ‘워킹그룹’(실무협의체) 설치였다. 이 사실은 한국 정부가 발표하기 전에 워싱턴 현지에서 로버트 팔라디노(Robert Palladino) 국무성 부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먼저 발표했다. 

    미국은 그동안 문재인정부에게 북핵 문제 해결과 보조를 맞추어 남북경협과 철도사업을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지만 문재인정부가 한미공조를 무시하고 민족공조에 입각하여 일방적으로 과속을 함으로써 한미공조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번 워킹그룹은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서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대통령은 이 워킹그룹 설치를 통해서 문재인대통령에게 한미공조와 유엔 대북제재에 협조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낸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이번 워킹그룹 구성 후 한미간에 공조체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작동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유엔 제재를 어기고 남북경협에 나서는 기업과 은행에 대해서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팔라니도 부대변인은 한미 워킹그룹의 업무로서 한미간 외교정책, 북한의 비핵화,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 유엔 제재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남북경협과 철도협력 등에 관해서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외교부는 공식 발표 혹은 기자회견조차 갖지 않고 기자들에게 백 브리핑을 통해서 이 사실을 알렸다. 이런 발표 형식에 비추어볼 때 이번 실무협의체 구성은 미국의 강력한 요구를 한국 정부가 마지못해 받아들일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남북철도 협력사업과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보수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유엔 제재 대상이 되는 품목들을 북한 지역으로 갖고 들어가서 사후 승인을 받으려고 시도를 한 것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은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미국과 유엔이 우방국인 한국의 기업과 은행을 제재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것을 매우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미국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경협 사업들을 처음부터 같이 협의하고 유엔 제재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외교적으로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북핵 문제와 종전선언과 남북경협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간에 의견의 차이점도 컸다. 일단 미국은 이 워킹그룹을 가동시켜 한미공조체제가 복원된다고 하면 이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 레짐을 강력하게 유지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워킹그룹이 제대로 삐꺽거린다고 한다면 미국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수단들을 동원하여 문재인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워킹그룹의 설치는 미국이 동맹국과 협의와 동의를 중시하는 ‘왕도적(王道的) 패권국가’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과 같은 패권국가는 국제정치질서의 생산자이고, 한국은 그 질서의 소비자이다. 패권질서의 성격은 패권국가 정치체제의 특징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패권국가는 단순히 군사력과 경제력이 강한 국가가 아니다. 자신의 강력한 힘을 이용하여 자유와 인권과 자유무역과 같은 가치들을 만들어내고 지키는 국가가 패권국가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왕도적 패권국가’로서 문재인정부가 민족공조를 통해서 한미공조를 등한시했지만 인내심을 갖고 한국을 설득하여 워킹그룹을 설치했다.

    냉전 당시 소련은 동구권 국가들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을 때 탱크를 보내서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소련은 동구권 국가들이 소련 제국을 이탈할 경우 군사력으로 진압할 수 있고 그 점에서 그들의 주권은 제한받을 수 있다는 ‘브레즈네프독트린’을 통해서 강압적으로 제국을 통치해나갔다. 이런 소련의 지배 방식은 ‘패도적(覇道的) 패권국가’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고 소련의 전체주의적 정치체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역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은 이승만-박정희-노태우대통령으로 이어지는 ‘현실주의노선’과 김대중-노무현-문재인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족공조노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한 상태에서 나름대로의 정책들을 추진하고자 했다. 

    이와 달리 후자는 반외세의 논리에 서서 우리민족끼리를 중시하면서 한미동맹과 공조체제에 긴장과 균열을 불러왔다. 문재인대통령은 김대중과 노무현대통령보다 민족공조노선을 가장 교조주의적으로 추구하는 지도자이다. 미국이 한미 워킹그룹 설치를 통해서 북핵 문제 해결과 대북 제재를 위한 한미공조체제의 복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문재인대통령의 종족적 민족주의적 사고에 입각한 민족공조노선이 그러한 노력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김영호(성신여대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