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 5당 대표들과 '초월회' 모임서 합의… 민생법안 정기국회서 처리키로
  • ▲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의 지난달 31일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의 지난달 31일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음주운전 차량과 추돌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윤창호 군의 이름을 딴 '윤창호 법'(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처리에 여야가 5일 합의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사고에서 여야 합의까지 시간동안 국회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음주운전과 이로인한 재발방지를 바라는 민의와는 적잖은 괴리가 있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들의 모임인 '초월회'는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윤창호법을 비롯한 여야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초월회는 여야 5당 대표가 각 당의 이념을 초월해 만나자는 뜻으로 만든 모임이다.

    뇌사 빠진 음주운전 피해자 윤창호씨 사건이 계기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으로, 지난 9월 25일 새벽 2시 25분경 부산 해운대구 미포 오거리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윤창호 군 사건이 계기가 돼 발의된 법안이다. 

    법안의 발의에는 윤창호 군의 친구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창호 군의 친구를 자처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비롯해 SNS상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법 제정을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사고 피해자 두 명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해당 게시물을 올린 청원인은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는 19.571건으로 하루 평균 1.2명이 목숨을 잃고 91.4명이 다치고 있는 것"이라며 "음주운전 재발률은 2016년 50.59%로 매우 높다. 그럼에도 초범의 경우 기껏해야 벌금형에 그치는 확률이 높고, 교통사고 치사의 경우에도 기본 징역 8개월~2년의 형량을 받고 있다"고 했다.

    또 "면허 취소와 집행유예 판결이 나는 경우가 72% 이상"이라며 "너무나 아까운 친구의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법이 가해자만을 지켜주고 있음에 울분을 토로하는 심정이다. 제 친구의 사례를 통해서라도 미래의 잠정적 피해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어 "음주사망사고 운전자에 살인협의를 적용하지 않아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워싱턴 주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1급 살인 혐의가 적용돼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으며, 엘살바도르는 음주운전 적발 즉시 총살하고, 호주는 음주운전 한 사람의 이름을 신문에 공고하고, 싱가폴도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격리조치를 한다"며 강도높은 처벌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이 글은 여러 SNS에도 공유돼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도 40만 명의 동의를 끌어냈다. 이밖에도 윤창호 군의 친구들은 여러 의원실을 찾아다녔다. 윤창호법의 발의를 도운 의원들에 엽서를 전달했고,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만나 윤창호법 재정을 당론으로 확정할 것과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용주 음주운전' 등으로 실망감

    그러나 윤창호법이 합의되는 과정에서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기대 이하였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법안을 발의한 취지가 음주운전과 이로 인한 사고가 근절되길 바라는 마음인데, 정작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에서 관련 사고와 말실수가 잇따르면서 이런 민의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 본인의 음주운전 사건이다. 이용주 의원은 지난 10월 31일 오후 10시 55분, 올림픽대로 동호대교에서 잠실 방향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이용주 의원은 윤창호법 발의에 참여했고,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도 있어 논란이 컸다. 

    후에 이 의원은 전화로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는데, 윤창호 군의 친구인 이소연 양은 이와 관련 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단 사과해 주신 점에 대해서 정말 고맙게 생각을 하지만 국회의원 자체가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이지 않느냐"며 "책임을 지는 의미로 더욱 저희에게 큰 버팀목이 돼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윤창호법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윤 군의 친구들과 면담에서 "나도 젊을 때 음주운전을 조금 했었다"고 언급했다가 구설에 오르자 사과하기도 했다.

    이에 국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페이스북 내 익명 게시판에 이용주 의원의 음주운전 사건과 관련해 "의원실 전체 회식 뒤 음주운전이라니, 바꿔 말하면 그 방 직원들은 자기네 영감(의원)이 면허 취소될 수준으로 술마시고 운전대를 잡는데, 말리지도 않고 대리도 안부르고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하고 싶은 것이냐"며 "저는 그런 상황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오는 7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용주 의원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징계 수위로 '당원권 정지'가 보고 있으나 여론 추이에 따라 징계수위가 변할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