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콩 수입량 감소→ 콩깻묵 가격 상승→ 북한 수입량 감소→ 북한 주민‘아우성'
  • ▲ 2015년 8월 통일부가 주최한 통일박람회에서 북한음식을 먹는 어린이들. 가운데 유부초밥처럼 보이는 것이 인조고기 밥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5년 8월 통일부가 주최한 통일박람회에서 북한음식을 먹는 어린이들. 가운데 유부초밥처럼 보이는 것이 인조고기 밥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에서 육류를 사먹는 것은 대단히 사치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북한에서는 콩으로 만든 ‘인조고기’를 육류 대용으로 쓰고 있다. 북한 장마당이나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에 들어간 고기는 거의 ‘인조고기’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북한에서 ‘인조고기’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품 가운데 하나인 ‘인조고기’ 생산에 차질이 생겨 앞으로 이것이 귀환 식품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2일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中단둥의 무역상은 “북한은 매년 겨울철을 앞두고 ‘인조고기’ 원료인 대두박(콩깻묵)을 중국에서 대량으로 수입하는데, 올 겨울에는 대두박 수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무역상은 “중국 재정부가 지난 10월 30일 수출대금 환급제도 개선책을 발표하면서 일부 ‘수출 증치세(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를 조정하기로 했다”면서 “지금까지 대두박을 수출하면 16%의 증치세를 부과한 뒤 나중에 10%를 환급해줬는데, 이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사실상 대두박 수출가격을 10% 올린 셈이라는 설명이었다.

    무역상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수출 감소가 우려되자 주요 수출품목 1.569개에 대해서는 수출 증치세 환급률을 인상했다고 한다. 대신 중국의 주요 수출품이 아닌 품목에는 환급제도를 폐지했다. 중국의 핵심 수출품이 아닌 대두박도 포함됐다.

    중국산 대두박 가격 전년 대비 30% 상승

    中단둥에서 북한에 대두박을 수출하는 무역상 또한 “올해는 대두박의 대북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당국의 조치를 알았는지 북한 무역회사들이 올 겨울 대두박 수입계획을 통보하면서 물량 확보에 미리 신경써달라고 부탁해오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무역상은 중국 정부의 증치세 환급제도 폐지 외에도 대두박 가격이 전년 대비 20% 상승한 점도 북한에게는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포함하면 대두박 가격이 사실상 30% 인상된 셈이다. 게다가 북한 측이 원하는 대두박 수입량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인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시작된 뒤 중국의 대두(콩) 수입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시작되자 지난 4월 미국산 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부족분을 브라질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은 중국인들이다. 

    2017년 말 기준 중국의 콩 수입량은 1억 1,000만 톤가량이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콩의 90%를 수입하는데 대부분이 미국산이다. 중국도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간 뒤 육류 소비가 늘었다. 특히 돼지고기는 중국 전통음식에 많이 쓰인다. 중국 농민들은 돼지 사육에 값싼 미국산 콩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산 콩에 관세 25%를 부과하자 수입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중국 당국이 대체 상품으로 들여온 브라질 콩은 가격이 훨씬 비싸 돼지 사육용으로 사용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러니 북한에서 ‘인조고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콩깻묵이 나오지를 않고 있다.

    평양 출신 탈북자 이 모 씨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산 대두박 수입이 어려워지면 ‘인조고기’ 생산하는 국영 식품공장들이 가동을 멈출 것이고, 또한 북한 주민들의 단백질 공급원이 끊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 무역기관과 중국 무역상들이 중국 당국의 대두박 수출억제 정책을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