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간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매체 중 하나다. 그런 CNN이 보도한 것이라 다소 편견이 있을 수는 있어도, 이 방송은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가 자기들이 하원 서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기사 앞부분에 인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전했다. “공화당이 점하고 있다가 비워진 15개 의석이 민주당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그럴 경우 민주딩은 하원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 결과는 어쨌든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으나,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안전장치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한반도 정세와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앞세워, 대북정책에 관한 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해도 현재의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관찰자들의 견해다. 11월 6일의 중간선거 이후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강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견해가 다수인데,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해도 이 추세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금년 안에 김정은 서울 답방을 이끌어 내 종정선언과 대북제제 완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남북철도 연결 사업과 재계의 대북투자, 그리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도 가능한 한 앞당기고 싶어 할 것이다. 좀 더 멀리는 ’낮은 단계의 국가연합제‘ 같은 것도 시간표에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이런 전망에 대해 분명한 유감표명을 하고 한국 정부의 ’과속‘을 강력하게 견제하려는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만약 문재인 정부의 그런 시나리오가 착착 진행된다면 남북은 갈수록 ’민족공조‘와 ’우리민족끼리’로 밀착할 것이고, 한-미 동맹은 갈수록 희석될 것이다. 그것은 대한민국 ‘1948년 체제’ 70년 역사가 전혀 다른 체제의 역사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이런 추세를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은 미국의 선택 여하에 달렸다고 보는 게 현실적일 것이다.

     미국이 중간선거 후에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한국정부의 대북 ‘과속’을 여러 가지 지렛대로 견제한다면 김정은 서울 방문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서울과 평양의 일방적 ‘우리민족끼리’ 시간표는 줄줄이 지연되거나 암초에 부딪힐 것이다.

    하원을 장악할 경우 민주당도 트럼프 대통령 나름의 대북한 자의(恣意)적 ‘플레이’와 독주를 견제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북 관계 개선을 자산의 개인적인 공적(功績)으로 만들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자유민주 진영이 독자적인 능력으로 자위(自衛)하지 못한 채 미국의 긍정적인 선택에 기대하는 현실은 물론 한심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것밖엔 달리 묘안이 없다. 그만큼 한국 자유-보수 우파는 무너져 내렸다. 이에 대한 자괴감을 민심에 대한 부응으로 표출하고 실천해야 할 것임에도 오늘의 한국 우파 정계는 그것마저도 못 하거나 안 하고 있다.

     미국 민주-공화 양당 그리고 싱크 탱크는 한반도와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한-미 동맹을 끝까지 지키는 방량으로 나아가길 바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자유-우파도 한-미 동맹 수호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일반 대중도 이제는 한국 자유민주 체제가 붕괴할 경우 그 후에 찾아올 세상이 어떤 세상일 것인지를 냉철하게 전망하고 비교해야 할 것이다. 나중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겠나? 그래도 그런 길로 무심하게, 태평스럽게 떠내려 갈 참이라면 어디 한 번 가보고 맛을 보랄 수밖에 없다. 남 탓은 그래서 하나도 없다. 모두가 제 탓이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8/11/4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