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시계 이어 '배불뚝' 발언… 정부, 북측에 제대로 된 항의조차 못해
  •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한 리선권이 지난 29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한 리선권이 지난 29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냉면 목구멍'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10·4선언 1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에게 "배 나온 사람에게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선의 국회의원이자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인 김 의장은 듣기에 따라 모욕적일 수 있는 리선권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은 채 웃고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연합뉴스〉는 지난달 5일 10·4선언 11주년 기념 공동행사 후 평양 고려호텔에서 남측 주재로 열린 만찬에 참석한 배석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리 위원장은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민주당 한 원내부대표가 "이 분이 우리 당에서 (정부 정책) 예산을 총괄하는 사람"이라고 김 위의장을 소개하자, 리 위원장은 "배 나온 사람한테는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는 막말을 했다.

    김 위의장은 듣기에 따라 기분 나쁠 수 있는 이 말을 술자리 농담 정도로 여기고 배석자들과 웃어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북측 사람들이 원래 거칠고 센 농담을 많이 한다"고 했다.

    리 위원장의 이 같은 무례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 평양 옥류관 만찬 당시에도 리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우리 측 기업 총수들에게 대뜸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핀잔을 줘 논란이 일었다.

    미국 대북제재에 가로막혀 남북 경협 속도가 더딘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해당 발언은 "뭘 하신 게 있다고 더 드시냐"가 정확한 워딩이라는 보도도 나왔지만, 남측 인사에 이죽거리는 듯한 느낌은 똑같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리 위원장은 지난달 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단 협의에서도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

    당시 조 장관이 예정된 시간보다 2~3분 늦게 도착하자, 리 위원장이 "단장부터 앞장서야지 말이야"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 장관은 "시계가 고장 나서 늦었다"고 해명했지만, 리 위원장은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라고 면박을 줬다.

    북측의 무례한 발언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제대로 된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측은 리 위원장의 거듭된 발언 논란에도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이나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른바 '냉면 발언'을 두고 "상소리도 이런 상소리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무례와 천박함이 북한의 본 모습이라 해도, 리 위원장 앞에서 대한민국이 우스워졌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것이 남북 관계 개선의 실상인지 국민 앞에 똑바로 이야기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