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해 "형사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자,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느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조선 닷컴 11월 3일자 기사다.

    이럴 줄 알았다. 여호와의 증인이란 교파 이외에도, 집총을 거부하는 신흥 유사종교도 새로 쏟아져 나올지 모를 일이다. 종교의 자유 있겠다, 군대 가기 싫어하는 젊은이들 억수 많겠다, 왜 안 그러랴? 김명수 대법원은 이런 부작용을 내다봤을까?

    사회 전체적으로 군과 병역의무에 대한 경시(輕視) 풍조가 더 광범위해지고 심화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군 지휘관 일부엔 “우리는 유치원 경영하는 사람들 같다”는 자조(自嘲)가 있다고 들었다. 극성 부모들이 툭하면 군 지휘관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제기한다니 그게 무슨 군대인가? 이게 나라냐?

    어떤 거대한 흐름이 우리의 태세를 해이(解弛) 시키기 위해 불가항력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국가 쇠퇴기의 여러 증상들 가운데 하나는 군의 기강해이, 사기 저하, 군대에 대한 혐오(嫌惡) 풍조도 있을 것이다.

    그럼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다 그런 길로 간다는 소리냐고 할 것이다. 물론 반드시 그런 뜻은 아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나기 무섭게 특정 종교에 입교하는 길을 묻는 질문이 폭주했다는 것은 우리의 사회심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어떤 심리상태인가? 국가에 대한 존중과 애정으로 튼튼히 뭉쳐있는 사회라기보다는, 국가로부터 산산이 흩어져 나가는 모래알 같은 사회 아니냔 것이다.

    다수 청년들은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라 신뢰한다. 하지만 이 시대의 전반적인 추세는 역시 국가의 견고화보다는 흐믈흐믈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필자만의 부질없는 기우(杞憂)이길 바란다. 평화? 허허, 실소(失笑)만 나온다. 리선권과 그 줄줄이 윗선들 같은 마적(馬賊) 앞에서 평화는 이쪽만의 일방적 물컹이 되기로 기해지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진정 어디로 가시나이까?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8/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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