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온지 한달이 넘었는데… 본인 거취 묻자 "쓰임 있을 때까진 따르는 게 도리"
  • ▲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가고 있다.ⓒ뉴시스
    ▲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가고 있다.ⓒ뉴시스
    제19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탁현민(45)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2일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탁 행정관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은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탁 행정관은 지난해 5월 6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프리허그’ 행사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음향장비로 당시 문재인 후보의 음성이 담긴 대선 로고송을 튼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와 200만원 상당의 무대설비를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확성장치나 오디오 기기를 이용해 선거운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무대설비를 무상으로 이용한 것은 문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과 같다고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불법 선거운동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선거법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음향장치를 신고하지 않은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면서도 "선거법의 절차적 위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고 대통령 선거에 미친 영향도 극히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선고로 탁 행정관은 청와대 행정관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刑)을 받으면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탁 행정관은 항소심 재판을 마친 후 소감을 묻자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법원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상고 여부에 대해선 "저는 지금도 그렇고 1심도 그렇고, 처음부터 상고할 생각이 없었다"며 "1심 항소는 검찰이 먼저 했다. 만약 검찰이 또 대법원에 상고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엔 "제 의지보다 우선하는 것에 따라 저도 움직이는 것"이라며 "제 의지는 이미 말씀드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쓰여야 한다면 쓰임이 있을 때까지는 그것에 따르는 게 제 도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까지 '직'을 유지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탁 행정관은 지난 7월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다"며 사의를 표명했었다. 그러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가을에 남북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을 해달라.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설악산에 첫눈이 오자, 바른미래당은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며 "청와대는 약속대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놓길 바란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