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시민연대 "정부가 방통위 독립성 침해" 성명… 민주당만 "합법적" 나홀로 주장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가짜뉴스에 대한 범정부 대책의 중심에 방통위가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야의 엇갈린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의 반대, 심지어 좌파 성향 시민단체들의 '위법' 지적에도 방통위는 "합법적"이라는 입장을 고수, 향후 새 논란을 예고중이다.

    1일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는 가짜뉴스 대책이 통상적인 방통위의 업무 범위 중 '통신규제 기본계획'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방통위 설치법 제3조2항1호에 따라, '가짜뉴스 규제'가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이 가능한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논란을 의식한 듯 "좀 더 법률적으로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법 해석 놓고 여야 충돌

    지난 29일 마무리된 방통위 종합감사장에서 해당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 간에 공방이 오갔다. 방통위가 국무총리 지시를 받아 가짜뉴스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을 두고, 서로 다른 법 해석이 충돌했다.  

    당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이기 때문에 국무총리가 방통위에 가짜뉴스 대책을 지시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당의 입장은 '가능하다'는 데에 모아졌다.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방송업무는 독립성 문제로 총리 감독권을 허용치 않지만, 나머지는 가능하다"고 맞받았다.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국무 총리의 행정감독권이 가능한 '통신규제 기본계획'에는 이용자요금 약관, 개인정보보호 등의 내용이 들어가있다. 문제는 '가짜뉴스'가 통신규제 고유업무에 해당되는가 하는 여부다.

  • "가짜뉴스 기준도 모호한데…"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29일 국감장에서 "가짜뉴스는 주로 온라인으로 전파되는만큼, (통신규제 기본계획에) 해당한다"며 총리 감독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1일 방통위 사무처 관계자 역시 "이 위원장 말씀을 참고하시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방통위 내부에서도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기준이 모호한데, 실제로 할 수도 없겠지만 만약 방통위에서 나선다면 그건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한 반면 표철수 상임위원은 "정말 누가 봐도 상식적인 선에서의 가짜뉴스를 다루는 차원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고 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각각 의견을 피력했다.

    이를 두고 박대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여당에서) 법을 억지로 강제 해석하고자 하니까 발생하는 문제"라며  "현행법에 그대로 명시가 돼있다. 총리가 방통위를 지휘·감독할 권리도 없지만, 방통위 역시 가짜뉴스와 관련한 소관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지난 7~8월경 경찰이 성매매·음란물 페이지를 삭제하고 사이트를 폐쇄해달라는 공문을 방통위에 5번 발송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방통위는 '소관 사항이 아니다'고 반송을 했다"고도 했다. 유해콘텐츠에 대해서도 삭제 권한이 없는데, 가짜뉴스에 무슨 권한이 있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는 차라리 방심위가 해결할 사안이지 방통위 관할이 아니다"고 강조, "만약 방통위가 권한이 없음에도 이를 주관한다면 그건 월권의 문제다. 직권남용 문제를 따져봐야할 사안인데 그래도 방통위가 직접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여 시민단체들도 야당 편들고 나서

    법 해석의 차이보다 더 눈길이 가는 점은 좌파 성향의 친여(親與) 언론단체들마저 이번 사안만큼은 야당의 편을 들고 나섰다는 점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고 "방통위는 법으로 독립성을 보장받는 조직이니만큼, 대통령이나 총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수행해선 안된다"며 "정부가 방통위에 가짜뉴스 규제 압박을 가하는 것은 독립성 침해 행위"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특히 표현 규제 같이 고도의 전문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요구하는 사안에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여론조작이 사회에 미치는 해악에도 불구하고 민주국가들이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은 아랑곳 않고 '1인 미디어'에 대한 규제마저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유튜브 등 OTT(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방송)등도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1일 방통위 내부 한 관계자는 "사실 이번 가짜뉴스 대책 마련은 누가 봐도 다분히 정치적인 사안"이라며 "여야 간 법 해석이 조금씩 유·불리하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감사원·국정원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기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상 표면적으로 방통위가 전면으로 나서지는 못할 것이다. 이효성 위원장 역시 방통위의 가짜뉴스 규제가 '위헌'은 아니라고 했지만 '민간 자율규제'를 강조한 바 있다"며 "아마도 모니터링 제도 등을 갖추고 독립적 사무를 보장받는 민간 기구인 방심위가 이를 관할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검찰 "명백한 허위" 기소했는데도 무죄

    한편, 이번 정부의 가짜뉴스 대안 마련 지시로 인해 과거 비슷한 사례 판결이 재조명되고 있다. 2011년  '미네르바 사건'이다. 당시 재판부는 미네르바 박 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명백한 허위 사실'을 담고 있다는 검찰의 기소에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박 씨 기소 근거가 된 '전기통신법 47조 1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어떤 표현의 공익 침해 여부는 사람의 가치관·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판단 주체가 법 전문가라 해도 마찬가지다. 다원적이고 가치 상대적인 사회구조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 상황이 문제됐을 때 문제되는 공익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