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남북산림협력 지원금' 1137억원 혈세 편성… 유엔제재로 집행 못하자 北 '불만'
  • 2013년 함경북도 무산 황폐산림 모습. ⓒ국립산림과학원 북한산림연구실
    ▲ 2013년 함경북도 무산 황폐산림 모습. ⓒ국립산림과학원 북한산림연구실
    북한은 산림복구에 있어 한국의 전폭적 지원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최근 북한이 선전매체를 통해 토해내는 불만이나 남북 회담에서 나온 발언들을 보면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7월 초 남북산림협력분과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의 지원에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노동신문’은 지난 9월 29일에는 사설을 통해 “산림복구는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중대사로,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끝장을 볼 때까지 밀고 나가야 할 전략적 과업”이라고 주장했다. 10월 22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이 남북 산림협력분과회담을 가진 것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10월 23일에는 ‘노동신문’이 “남북은 남북산림협력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실천적 문제들과 단계적 대책들에 대해 협의하고 공동 보도문을 채택했다”며 주요 기사로 다뤘다.

    하지만 실제 회담에서 북한은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이 올해 안에 북한에 있는 10개의 양묘장을 현대화하고, 2019년 3월에는 소나무 재선충 공동방제에 나서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이 원하던 지원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담에 나온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은 “민족이 바라는 기대에 맞게, 상응하는 높이에서 토론이 됐다고 볼 수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북한은 오랜 기간 산림복구 사업을 ‘전투’ 등으로 부르면서 주민들을 들볶아 왔다. 그러나 산림 황폐화는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 산림 900만ha 가운데 32%(284만ha)가 황폐화된 상태라고 한다. 탈북자들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된 만성적인 연료난과 전력난, 식량난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북한 산림복원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정은은 이를 모르는지 가는 곳마다 “산림복원 전투”를 외치며 관계자들을 독촉하고 있다.

    김정은 '산림복구' 들볶지만 현실적 방법 없어

    2017년 7월 강원도 양묘장을 찾은 김정은은 “산림복구 전투에서 양묘장은 전시에 탄약을 생산·보장하는 군수 공장이나 마찬가지”라며 “양묘장에서 묘목을 원활하게 생산하지 못하면 산림복구 전투에서 성과를 낼 수 없다”고 관계자들을 다그쳤다. 김정은은 2016년에도 노동당 간부들을 모아 놓고 “산림복구 전투는 자연과의 전쟁”이라며 “산불 감시와 통보, 진화인력 동원 체제를 갖추고, 산불이 나면 제 때 끌 수 있도록 필요한 물질적·기술적 준비를 갖추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나무를 기를 자재도, 산불을 진화할 장비도, 기술도 없는 북한의 현실에서 이런 명령은 하나마나다.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북한 산림복구에 거액을 쓰려 한다. 실제 정부는 2019년 북한 산림복구지원예산으로 1,137억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이 예산은 북한에 전달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이런 시각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한국 정부는 북한 산림을 복원하는데 유엔 대북제재가 걸림돌이라고 말한다”면서 “1,137억 원의 남북 산림협력 지원금이 실제로 집행되려면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북한에게 비핵화를 위한 핵개발 관련 목록 신고와 대상 특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미국에게 “체제 안전부터 먼저 약속해줘야 비핵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맞서고 있고, 한국은 남북철도 연결 착공식, 북한 양묘장 현대화 등에 열중하다가 미국으로부터 “북한 비핵화보다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가 앞서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았다는 것이 ‘자유아시아방송’의 설명이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지적처럼 북한이 투명하게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면 북한 산림복원도 꿈은 아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보유를 계속 고집하는 한, 북한의 푸른 산은 결국 꿈으로 끝날 것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