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자 이름까지 나와… 최악 경제, 후년 총선, 흉흉한 분위기에 소문 확산… 靑은 또 부인
  • ▲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령탑으로 불린다. ⓒ청와대 제공
    ▲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령탑으로 불린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경질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후임자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정책실장 등의 실명이 거론되는 데다 인사 검증 절차에 착수했다는 구체적 청와대 내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연달아 제기되는 경제사령탑 교체 관련 보도에 대해 "청와대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서 언급 드릴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7월부터 총리 주재로 당정청 회의를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라 한다"며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7월부터 당정청 회동이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올 초부터 시작됐던 교체설

    사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의 교체설은 청와대 안팎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떠돌던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경제정책 기조 변화를 선언했으나, 되레 성과 면에서 이전 정권만 못한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실장에 대한 경질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8년도 최저임금이 적용된 직후인 올해 2월 일자리 관련 지표가 눈에 띄게 감소를 기록한 뒤부터다. 일자리 창출이 저조한 성적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런 갈등설에는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사이에 최저임금 인상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인식차가 있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청와대는 지난 6월 26일, 참모진 개편을 발표하면서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을 일자리수석으로 배치하고 경제수석 자리에는 윤종원 주OECD 대사를 끌어당기는 인사를 단행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당시 "개편을 통해서 훨씬 더 광범위하게 소통하면서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겠다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고 했다.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에겐 우회적으로 경고메시지를 주면서도 유임시키로 결정한 것이다.

    경제지표 악화… '극약처방'도 무효

    이런 결정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가진 상징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두 사람은 그간 문재인 정부 경제 기조의 양대 산맥으로, 각각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의 상징처럼 인식됐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의 경질은 청와대 경제정책의 기조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같은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고용동향 등 최근에 나오는 경제지표 역시 최악은 면했으나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저조해졌다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 스스로도 "최악은 면했지만 엄중하게 현 상황을 보고 있다"고 할 정도였다. 최근에 다시 '경제 투톱'에 대한 경질설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의 일정상 청와대가 더 이상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도 두 사람의 경질설을 부추기고 있다. 2020년 4월에 열릴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내년부터는 차츰 '선거모드'로 바뀔 수밖에 없어서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 정부에서 처리를 원하는 민생입법을 통과시키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잇단 경질설… 낮아지는 청와대의 반박 수위

    오래된 두 사람의 연말 동시 교체설의 첫 포문을 연 것은 10월 초 〈중앙일보〉의 보도였다. 중앙일보는 여권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실장을 연말께 동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미 후임자 인선을 위한 실무작업이 물밑에서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0월 11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명히 아니라고 밝혔는데도 1면 톱으로 기사를 쓴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다소 격한 톤의 언급이었다.

    그런데 20여 일만에 같은 내용을 담은 기사가 다시 등장했다. 〈경향신문〉은 30일 여권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정책실장의 교체 여부를 논할 시기는 이미 지난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경제수장 교체가 결정됐음을 전제하는 내부 분위기를 보도했다.

    여기에는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답했다. 윤영찬 수석은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 자 보도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한꺼번에 말씀드린다. 김동연 장하성 교체설은 전혀 들어본 바 없다"고 말했다.

    윤 수석의 이런 표현은 김의겸 대변인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 것과는 달리, 완곡한 표현을 통해 보도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영찬 수석이 듣지 못했을 뿐, 내부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수는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어서다. 이런 해석은 11월 1일 청와대 관계자가 다시 "이 사건과 관련해 언급 드릴 사안이 없다"고 한 말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점점 보도내용을 부인하는 수위가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교체 확실시되는 분위기의 배경

    청와대의 거듭된 부인에도 오히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의 교체설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날(1일)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후임자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지목되고 장하성 정책실장의 후임으로 김수현 사회수석의 가능성이 제시되는 등 이야기가 더 구체화됐다. 벌써 인사검증에 착수했다는 말도 나왔다.

    기획재정부에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최근 SNS에서는 기재부와 관련, 1차관과 2차관, 예산실장 등의 후임인사가 적시된 소위 '지라시'가 돌았는데, 정치권에서는 후임 인사 정보를 전달하려는 목적보다는 경제부총리가 겸직하고 있는 기재부 장관직이 바뀔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부처 내 요직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인사이동은 장관의 교체가 전제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장하성 정책실장의 최근 행보도 의미심장하다. 장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대규모의 참모들과 기자들을 끌고 한 산행에 참여하지 않았다. 장하성 실장 측은 "일정이 있다"는 이유를 댔지만 해당 일정은 한 달 전에 잡혔다가 연기된 적이 있는 일정이었다. 참석하고자 했다면 일정을 조정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으리라는 이야기다.

    다만 장하성 실장의 뜸한 행보가 논란이 된 직후부터 장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에 연달아 함께했다. 전북 군산에서 한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선포식'에 동행했고, 1일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할 때도 옆을 지켰다.

    野 "따로국밥 경제팀, 전체 교체해야"

    야권에서는 그간 경제정책을 전면 쇄신한다는 의미에서 두 사람만 교체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 경제팀 전체를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장하성 정책실장은 소득주도,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혁신성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경제, 윤종원 경제수석은 거시경제, 김수현 사회수석 부동산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런 각자도생, 따로국밥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관계자는 "각종 경제 지표 하락과 고용참사, 일자리 나눠 갖기, 울산·거제·군산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경제 붕괴 등은 객관적인 수치가 나오기 때문에 남북문제처럼 소위 '쇼'로 덮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경제는 한 분야에서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다. 늘 괜찮다고 우기면서 멀쩡한 경제를 망쳐놓고 사람을 교체하는 것으로 '퉁'칠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에) 사과부터 하고 경제 관련부처 장들을 일괄 교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