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통해 '출생 시민권' 제도 없애겠다"... "지지세력 결집용" 분석도
  • 트럼프 美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불법이민자, 원정출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6년 美공화당 대선후보 경선당시 원정출산에 반대하는 트럼프 후보의 모습. ⓒ美CNN 관련 영상 캡쳐.
    ▲ 트럼프 美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불법이민자, 원정출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6년 美공화당 대선후보 경선당시 원정출산에 반대하는 트럼프 후보의 모습. ⓒ美CNN 관련 영상 캡쳐.
    매년 3만 6,000여 명의 외국인 임산부가 미국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받는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제도를 이용해 이중국적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받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속지주의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폭스 뉴스 등 美주요 언론들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해당 발언을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했다고 한다. 美폭스 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이 미국에 와서 낳은 아이에게도 시민권을 주는 ‘출생 시민권 제도’를 끝내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곧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미국 이민정책 전면 수정  

    美폭스 뉴스는 이를 두고 “이 ‘출생 시민권’ 제도는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른 것으로, 오랜 기간 동안 합법적이라고 해석돼 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현재 이민정책을 전면 수정하려는 움직임의 하나이자 반대 측과의 법률적 분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행정명령과 수정 헌법 간의 충돌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외국인이 미국에 와서 아이를 낳기만 하면, 아무런 의무나 노력을 하지 않고도 미국인의 권리와 사회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비판하며 “이런 터무니없는 정책은 당장 끝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폭스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미국만 ‘출생 시민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흔한 제도는 아니다”며 “이를 악용해 미국에 살지 않는 사람이나 외국인들이 ‘원정출산(birth tourism)’을 와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反트럼프 매체로 알려진 뉴욕타임스와 CNN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수정헌법 제14조 내용(출생시민권 보장)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하면서 "이런 말이 나온 것은 일주일 남은 중간 선거에서 자신의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목적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출생 시민권’ 제도는 미국 이외에도 멕시코, 캐나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30여 개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출생 시민권’을 얻으려는 외국인들은 거의 미국으로 향한다. 실제로 미국 사회에서 ‘원정출산’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 한국 부유층들의 원정출산 문제를 다룬 YTN의 2015년 보도. ⓒYTN 관련보도 화면캡쳐.
    ▲ 한국 부유층들의 원정출산 문제를 다룬 YTN의 2015년 보도. ⓒYTN 관련보도 화면캡쳐.
    아시아-중남미 '미국 원정출산' 연 4만명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뒤 출산, 아이를 미국 시민권자로 만들고, 중남미 불법체류자들은 미국에서 출산한 뒤 아이가 시민권자라는 이유를 앞세우며 강제 추방을 피한다. 이렇게 불법체류자가 합법적으로 미국에 머물 수 있게 만든다고 해서 ‘앵커 베이비(anchor baby)’라고 부른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출생 시민권’ 제도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경우 법원이 이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출생 시민권’ 제도의 불합리성을 비판하는 우파 법조계에서는 개헌을 요구할 수도 있다.

    불법 체류자 자녀는 포함 안될 수 있어

    美폭스 뉴스는 ‘출생 시민권’을 노리는 외국인이 ‘원정출산’을 해도 미국 시민권을 얻을 수 없을 수 있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前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안톤은 “사람들이 수정헌법 14조에서 간과한 부분이 있다”면서 “미국인이나 합법적인 이민자가 미국에서 낳은 아이는 온전한 시민권을 얻게 되지만 만약 불법 체류자로 외국 국적을 갖고 자국에 충성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자녀는 ‘출생 시민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주 한국일보’의 2017년 10월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원정출산을 떠나는 외국인은 매년 3만 6,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美질병통제센터(CDC)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원정출산에 나선 한국인 산모는 2만 8,809명이었다고 한다. 2016년 말 기준으로 매년 5,000명의 한국인 산모가 출산을 위해 미국에 들어온다는 통계다. 또 당시 보도를 보면, 원정출산에 드는 비용이 보통 2만 달러(한화 약 2,280만 원)가 넘는데도 사람들은 “아이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는데 2만 달러면 싸게 먹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토론토 중앙일보’ 2016년 10월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주지 말라”는 주민 청원서가 캐나다 연방 의회에 제출됐다. ‘미주 중앙일보’의 2018년 1월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아이만 미국 시민권자인 부모들에게는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