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유의사항 제시하며 사실상 보도 통제"… 김성태 "반년 지나도록 진상 파악 안돼" 비판
  •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뉴데일리DB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뉴데일리DB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언론에 사실상의 '보도 지침'을 내려 논란이 됐다. 6개월이 지났다. 후속 조치가 전무하자, 야권을 중심으로 "윗선의 지시를 반영한 언론통제가 의심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30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성명을 내고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방심위의 월권행사 책임자를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비공개 「남북정상회담 현안 모니터링 보도자료 배포 경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실무자는 개인 판단에 의거해 남북 정상회담 가이드라인 보도 자료를 작성했고, 타부서인 방송 심의기획팀 국장의 직위를 도용해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김성태 의원은 "이 과정에서 관련 부서의 협조나 상급자를 통한 어떠한 확인 조치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남북회담이라는 세계적 행사에 관해 방심위 홍보실 실무자가 단독으로 자료를 작성·배포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방심위 혹은 더 윗선의 지시를 반영한 언론통제 계획이 의심 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 했는데, 책임 지는 사람 없어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보도 유의사항'을 제시했다. "방송사 오보를 우려하며 국가기관 공식발표를 토대로 보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내용이다. '보도 지침'에 준하는 가이드라인이다. 

    당시 방심위는 "객관성, 출처 명시, 오보 정정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겠다"며 경고 섞인 엄포까지 놨다. 야당과 언론단체들은 "방심위가 월권을 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강상현 방심위 위원장은 "담당 실무자의 미숙한 업무처리와 조직개편 후 절차 상 시스템이 자리잡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방심위는 비공개 '남북정상회담 보도 유의사항 배포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를 이번 방통위 종합감사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보도자료 보고 과정에서 실무자는 방심위 사무총장· 부위원장· 위원장에게까지 해당 내용을 보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김 의원은 "이번 사안은 방심위원장의 명백한 직무유기 해당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번 방심위 실무자들의 행동을 두고 "담당자의 직무유기이고 위원회 명예 실추일 뿐만 아니라 엄연한 중징계 사안"이라며 "책임자에 대한 징계 조치가 없는 것은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성태 "방심위의 제 식구 감싸기"

    김성태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위원회의 명예를 실추시켰음에도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없는 것은 방심위의 제 식구 감싸기"라며 "방심위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책임자 및 실무자에 대한 즉각적인 징계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방심위는 향후 징계조치 및 후속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앞서 29일 방통위 종합감사장에서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며 "방심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최고 결정권자인 저에게 책임이 있다. 징계 조치 및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사전통제 시도... 명백한 불법"

    31일 한 야권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방심위는 법률에 따라 사후규제를 하는 기관인데, 언론을 대상으로 사전통제를 시도했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자체적인 징계 조치가 없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국감 시즌이 지나가면 또 조용히 묻혀 넘어가게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방심위의 자체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사실 방심위 실무자가 남북회담 같은 큰 행사를 앞두고 자신 임의로 그런 보도 자료를 작성·배포했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다"며 "조사 보고서는 '담당 실무자의 업무 처리 미숙'으로 해당 사건을 사실상 종결시키고 있는데 다른 윗선이 개입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