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교육 개혁의 과제들⑦- 우리는 어떻게 선진 기술을 습득했나?
  • 한국의 산업화 초창기인 1960년대에, 김용선 원장은 공무원 생활을 접고 사기업체로 온 후 자동교환기 국산화 업무에 종사하게 되었다. 국산화는 선진국의 앞선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입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해외 기술을 국내로 이전하는 기능이다. 이번 회부터 김용선 원장의 이야기를 통해 ‘기술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것인데, 그러나 이야기는 기술 문제를 직접 다루기보다는 그 주변 이야기를 통해서 기술을 생각해볼 것이다. 

    공교육에서도 기술이란 사회의 분위기와 관계된 영역임을 인식하고 학생들이 합리적인 생각을 하도록 하는 기술 선진국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공교육이 학생들에게 기술을 올바르게 인식시키고 실사구시의 태도를 갖게 하는 데 이바지한다면 오늘날처럼 한국이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술만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고, 산업만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기술’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것은 이공계 출신이 하는 영역이니 그 밖의 사람은 별 관계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술은 오히려 사회문화와 관계가 크다. 

    “첫 출근을 했더니 기획과에 근무하라면서 과장은 공석이니 직속 상사인 상무에게 신고 가라고 일러 준다. 신고를 갔더니 마침 손님이 들어 왔다. 그룹 내 새로 생긴 회사에서 온 모양인데, 듣고 있으려니까, 전화기 2대가 필요하니 달라는 것이었다. "필요하니 달라면, 사겠다는 말이요, 빌려 달라는 말이요? 그쪽 사장 명의 문서에 조건을 명확히 써서 와야지, 필요하니 달라는 말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않은가요?" 하는 것이 그 상무님의 대응이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나 당시 일반적인 사회 분위기는 그렇게까지 엄격하고 분명하지가 않았고, 더구나 개인회사는 모든 것이 사주(社主) 개인의 것이므로 사장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는 것이 사회가 갖는 일반적 인식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내심 걱정했던 나 자신에게 이 광경은 상당히 의외의 감이 들었다. 그 전혀 의외의 경험 때문인지, 그날 새 상사인 상무님과 나눈 첫 대화 내용은 전혀 기억에 없다.

    후에 들으니, 그분은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미군 부대에 다녔다고 한다. 사기업이 이렇게 합리적으로 공과 사를 구분한다는 것은 지금으로 보자면 당연하고 합리적인 일 처리 방식이겠지만 그 당시 우리 사회 수준으로는 상상 이상의 합리적인 처리였다. 이런 합리적인 사고도 미군부대 근무에서 배운 것이라면, 만약 6·25사변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의 현주소는 어느 정도였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 상사와는 그 뒤 13년간을 직속으로 일하면서 평생에 가장 큰 영향과 지도를 받았다. 우리 사회에 그런 분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 생각하며, 그분의 지도를 받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느낀다.”

    이 이야기에서 산업화 초기 사회 분위기 일단을 짐작할 수 있는데, 기업 사주의 재산과 기업 법인 자체의 재산이 별 구분이 안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회사 업무의 회계보고책임(accountability) 수준은 점차 향상되었는데, 특히 1997년도의 외환위기 이후 IMF의 통제를 받게 되면서 그 수준이 세계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대기업의 이해관계자는 기업 외부의 고객, 정부, 투자자, 그리고 기업 내부의 주주, 경영자, 종업원 등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에 신뢰를 전제로 결사(結社)되어 있는 것이 기업 법인이므로, 기업의 경영자는 기업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를 대신하여 기업을 책임 있게 경영하고 그 성과를 성실히 보고해야 하는 수탁책임(stewardship)을 지는데, 그 수단으로 대기업에는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GAAP )1)을 지켜야 하며, 국제회계기준(IFRS)2)을 따르게 되어 있다. 대기업은 거래 상대자가 전 세계로 열려있고, 이해관계자도 세계로 열려 있으며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오늘날 대기업들은 거의 세계 수준의 보고책임을 지게 되었다. 
  • 하루빨리 국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는 것이 우선

    아무튼, 대기업은 높은 수준의 회계 투명성을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으로 세계를 상대로 영업하여 한국 경제를 이끄는 존재다. 솔직히 말하여 한국의 자영업은 형편이 어려우니 봐 준다고 치더라도, 개인이 운영하는 전문 직종들은 세무 회계도 인정과세라 하여 약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우리 사회 전반의 회계보고 책임의 수준을 알 수 있는데, 그러나 모든 규제의 초점은 대기업에 맞추어져 있음은, 그만큼 대기업이 갖는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좋게 봐줄 수도 있지만, 형평성에 맞는 일인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몇 개 창출했느니 하는 말보다 기업들이 투자할 마음이 들고, 기업가정신이 회복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처음 얼마 동안은 회사 일보다 전에 다니던 관청 일을 더 많이 했다. 지금 들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후임자 육성은 물론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왔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 자동교환 설비 계획의 주요 부분을 내가 계속한 셈이다. 이 때문에 회사의 수요 예측에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공사(公私) 혼돈이요, 수요관청과 공급업체 간의 유착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겠으나 당시 상황으로는 최선의 방식이며 이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나 자신도 집에 자료를 가져가서까지 열심히 두 직장 일을 했다.

    그 일을 얼마 동안이나 했는지 기억이 확실치 않으나, 관청에서도 후임이 결정되고 업무에 익숙해지자 당초와 같은 변칙적인 작업은 없어졌다. 내 일은 어느샌가 전혀 뜻하지 않게 회사와 고객(체신부)과 협력사(지멘스) 간, 그리고 본사(영업)와 공장 간의 실무연락과 업무조정이 주 업무가 되었다. 그렇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니, 체신부 내의 인맥과 체신부에서 담당했던 업무 경험이 회사의 판매 및 생산계획 작성에 도움이 될 수 있던 점과 체신부 시절부터 사귀던 지멘스사의 인맥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나 공무원에서 회사원으로 바뀔 때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월급이 너무 적어 살 수가 없어서, 그리고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보조금 때문에 ‘준범죄자’ 취급을 받는 게 싫어서 직업을 바꾼 것뿐이었는데,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그때는 금성사 자체가 창립된 지 6년 밖에 안 되었고, 본사와 공장은 부산에 있고 서울에는 약 20명 규모의 연락 사무소가 있었으나 업무분담 규정 같은 것은 정비 되어 있지 않았었다. 부산 공장에는 전화기 생산요원이 50명 내외가 있었으나, 통신기사업은 신규사업이었고, 서울서 고객(체신부)과 독일과의 실무접촉은 나 혼자서 담당해야 했으니 분담규정도 필요 없고, 사실상 내가 하는 방식이 통신기 사업의 표준이 된 셈이다. 그렇게 해서 전반적인 생산과 진도관리 업무에 관여하다 보니 기계나 화공기술의 지식과 경험을 얻어듣게 되어, 이제 진짜 공대 출신 같은 기분도 들었다.”

    오늘날에 와서 과거의 대기업에 대해 정경유착으로 성장했다는 말이 많지만, 이는 공정한 말이 아니다. 위 이야기는 관청에 후임자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전에 하던 업무를 함께 해야 했던 특수한 예인데, 당시 사회 분위기는 관청의 일이건 사기업의 일이건 하루빨리 국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경제가 성장하고 차츰 여유가 생기면서 사회 전반의 업무 기준도 차츰 정착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수십 년 전의 대기업은 오늘날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의 ‘구멍가게’ 같은 수준임을 알 수 있는데, 그 성장기의 업무에 대해 ‘공정’이니 ‘정의’의 잣대를 내세우며 정경유착 운운하는 것은 좀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 금성사의 국산화 작업… ‘최신 첨단기술’을 가르쳐 줄줄 알았더니

    개인의 전공 분야와 관련하여 공대 출신은 엔지니어이니 제품 개발과 생산공정의 개발, 개선 업무 같은 것만 하고 상대(경영대) 출신은 관리 업무만 하겠거니 생각하지만 원래 일이란 총체적인 것이다. 젊은이들은 전공에 불문하고 사실 사회에 나가 무슨 일을 하게 될는지 모른다. 엔지니어지만 김 원장처럼 점차 관리 분야의 일을 하다가 최고경영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어쩌면 젊은이의 전공 분야는 너무 특화된 분야로 일찍 정하기보다는, 예컨대 오늘날의 경우 이공계 분야처럼 자신이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기회가 많은 분야로 정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덜 위험한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산화 업무 과정에서 배운 일, 깨달은 일들을 소개한다. ‘국산화’라고 하면 선진국의 기술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므로 ‘기술’이 제일 문제가 될 것 같이 생각할 것이다. 후진국에는 ‘기술’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술’이란 무엇인가가 문제가 된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미개발 또는 저개발 사회에서는 ‘기술’이 무엇인지 모른다기보다, 생각해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내가 발견한 현상이다. 그런 사회를 미개발 사회라고 부른다면 정확할 것 같다. 우리 사회의 근대화 과정, 구체적으로는 국산화 과정에 참여하면서, 사회 일반의 기술에 대한 인식과 실무를 통해 이해하게 된 나 자신의 기술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발견하고 고민한 결과 ‘기술이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성사의 국산화 작업을 돕기 위해, 지멘스사에서 기술자 몇 명을 보내 왔고, 회사는 그중 선임자를 부공장장으로 임명했다. 생산현장 경험은 전혀 없지만, 영어가 통한다는 이유로 나는 그들과 자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부공장장에게 던진 나의 첫 질문은 “이 프로젝트가 된다고 생각하느냐?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이냐?”라는 것이었다. 그의 답변은, 자기가 전에 파키스탄에 공장을 세울 때, 공장 건립 예정지에 동네 청년들을 모아 놓고, 스크루 드라이버(screw driver)를 손에 들고, 이것이 뭔지 아는 사람은 손들라고 해서 손든 사람을 채용했는데, 그렇게 뽑은 사람들을 훈련해 결국 공장을 가동 했다면서, 여기서는 스크루 드라이버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공장 가동에 틀림 없이 성공할 것이니 너무 걱정 말라고 했다. 그 설명을 들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는 나와 같은 나이였는데, 이미 해외에서 공장을 세워 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후진국에 태어난 ‘불운’이 참 원통했다. 내 생각으로는 나 자신이 그보다 못하지 않다고 자부하지만, 후진국에 태어난 탓에 외국에서 공장을 세우고 운영하는 경험이나 능력을 갖추게 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좀 다른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 회사 대졸 사원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려 오는데, 그 소리란, "게네들(독일인 기술자)은 대학졸업이 아니라 전문학교 밖에 안 나왔대. 그래서 그 열등의식 때문에 저렇게 중요하지도 않은 자잘한 잔소리만 많이 하는가 봐.”라는 것이었다. 그 자잘한 잔소리란, 내가 알기에는 우리가 아주 기본적이고 초보적인 행동을 정확하게 안 하거나 못 하기 때문에 그들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주의사항(잔소리)들이다. 

    예를 들면, 어떤 기계를 전원에 연결할 때, 지금은 특히 배전 전압이 220V로 바뀐 뒤에는, 전원코드 전체가 경질 고무나 플라스틱 소재로 한 덩어리로 되어 있으나 예전의 110V 때에는 코드 끝의 플러그 부분이 조립식으로 되어 있어서, 전선의 끝 부분의 절연피복을 니퍼(nipper)로 벗겨, 속의 동선을 플러그 안에 있는 나사에 고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연결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어느 규격 전선코드의 절연 피복을 벗길 때는 n1 번 규격의 니퍼로 피복을 n2 cm 벗기고, 속의 동선을 n3 번 꼬아서 분해한 플러그의 나사에 n4 번 돌려 감고, 나사 머리에 파인 홈에 꼭 맞는 n5 번 스크루 드라이버로 n6 번 돌려 고정하라”라는 것이 그들의 ‘잔소리’였다. 선진국의 ‘최신 첨단기술’을 가르쳐 줄줄 알았더니, 이런 간단한 것을 강조하니 대단히 인기가 없었고, ‘대학을 못 나온 열등의식 때문에’ 또는 ‘그런 것밖에 아는 것이 없어서’라는 해석이 자꾸 자리를 굳혀 갔다. 
  • 공교육에서 기술 교육의 중요성 

    이렇게 된 원인은 우리가 ‘기술’을 무언가 신기한 것, 놀라운 것, 고상한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고,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이에 더하여 ‘전통적인’ 지식 숭상 풍조가 사회문화의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의미로도 나는 정보사회니 지식사회라는 작금의 유행어가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작용을 할 것 같이 느껴 염려하고 있다.

    그들의 ‘기술 지침서’라는 것도 그 대부분은 누구나 다 아는 극히 상식적인 것들을 체계화하고, 일부 계량화하여 기록해 놓은 것이지 감탄하고 놀랄만한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많지 않다. 이런 것을 돈 주고 사와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하지만, 막상 이런 지침서를 자체적으로 만들 경우를 상상해 보면 그 가치를 깨닫게 된다. 더구나 외국에서 사 온 지침서는 그들이 오랜 기간 걸려 현장에서 그 성공 확실성이 증명된 것임을 생각한다면, 대가로 지불한 돈이 별로 비싼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앞의 상호불신 분위기는 내놓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히 서로가 알게 되므로 독일인 기술자들이 우리의 대학 교육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조심스럽게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심지어 대졸 채용을 없애거나 줄이고 고졸로 대치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그런 상황이 얼마 동안 계속되더니 하루는 "그래도 대졸을 써야겠다"라고 수정 제안을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고졸과는 영어가 안 통하고, 논리적 설명이 잘 안 통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식이 통하게 된 셈이기는 하나, 대학이고 고등학교고 우리의 학교 교육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는 그 독일인 기술자가 왜 한국인들은 작업 지침서대로 하라고 가르쳐줘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지 이해를 못 해 당황하고 있는 상황이 나타나 있다. 한국인 기술자로서는 ‘최첨단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그런 자잘한 것을 하라니 하찮게 생각된 것이다. 지금도 ‘기술’이라 하면 막연히 사람처럼 생긴 로봇을 떠올린다든지 공상과학영화의 장면을 생각하지만 그런 것은 기술의 아주 특수한 경우일 뿐이다. 전체 사회에 의미 있는 기술이란 앞의 예처럼 한 산업에 녹아 있는 제품 기술과 그것을 만들 수 있도록 생산현장을 조직하는 공정 기술을 말한다. 제품 기술 속에는 알고리즘이 소프트웨어화 되어 반도체 속에 결합되어 있으므로 ICT 기술이 포함된다. 정보화 사회니 지식 사회의 진정한 의미는 단지 학벌이나 인터넷 검색 수준에서 구할 수 없는 구체적인 제품 기술, 공정 기술 같은 노하우가 지적 재산이 되어 국가 경제를 이끄는 사회다. 

    한국의 공교육에서는 기술이 갖는 이런 사회적 의미를 잘 가르치지 않으므로, 위 이야기에서처럼 기술자를 얕잡아보는 풍토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전철에서든 어디서든 온통 인터넷 검색으로 얻는 것은 정보라기보다는 그저 널려 있는 자료들인데, 그것도 자신이 고민해서 조직화한 자료가 아니라 아무 노력 없이 퍼먹여 주는 음식과 같은 자료들이다. 스마트폰을 검색하여 어떤 단어의 주변 지식이나 찾아보는 것은 지식 사회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다. 오히려 지식사회의 필수요소인 객관화 능력 즉 합리성보다는 온갖 떠도는 소문을 그대로 믿고 전파하는 오늘의 풍토는 이 검색엔진의 과다 의존에 따른 부작용이다. 그러니 스마트폰 검색이 지식사회를 심화시키는지 역행하는지 전문적인 교육학자나 사회학자가 연구를 해 주었으면 한다. 느낌상으로는 스마트폰 검색에 파묻힌 사람이라면 아마도 ‘기술’을 개발한다든지 하는 창조적인 일은 점차 못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산업화 초창기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국의 기업들은 엔지니어를 차출하여 먼저 외국 기술을 공부하도록 하고, 그들이 현장직 사원을 대량으로 훈련하는 산업공학적 방식으로 급속히 산업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술의 의미를 좀 더 철저하게 이해하지 못한 사회 분위기 탓에, 오늘날 모방 기술의 수준까지는 선진국을 따라왔지만, 선도적인 제품기술의 창출에는 어려움을 겪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공교육 과정에서 기술의 의미를 올바르게 일깨워주는 데 실패함으로 인해 미래의 일자리 창출이 막혀 있는 현상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공교육이 기술의 중요성, 기술자의 사회에 대한 기여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 주었으면 한다.  

    각주

    1. GAAP: 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
    2. 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