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10월 30일은 가을 들어 기온이 가장 낮은 날이었다. 기분도 되게 더러운 날이었다. 이런 날은 그저 수면유도제나 털어먹고 종일 잠이나 자고 싶은 날이었다. 잊고 싶은 날이었다. 왜? 두 가지 때문이었다.

       1. 목구멍에 냉면이 넘어가느냐고? 이걸 들은 사람들은 대기업 총수들이었는데 정작 기분은 그들보다 내가 더 나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분을 참기 어려웠다. 대체 저 공비(共匪) 놈이 우릴 얼마나 깔보았기에 저토록 무례를 극한 소리를 하고 자빠졌나?

        공산당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자기들 바깥의 세상은 악(惡)이라고 치는 것이다. 이 악에 대해서는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혁명은 절대선이고, 이에 반대하는 것은 절대악이란 식이다. 이들은 반혁명, 반동, 반당(反黨), 반인민(反人民), 친일-친미 민족반역자들이기 때문에 고문, 공개총살, 고사포 처형, 정치범수용소 수감을 해야 한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이런 사고가 저들을 우월감에 젖어들게 하고 사상의 적(敵)에 대한 무자비한 경멸과 응징을 하게 만든다. 우리 주변의 ‘사상가’란 친구들에게서도 이런 매너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저런 놈들의 눈치를 보고 오냐오냐,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비위를 맞춰주는 게 ‘평화’라고 생각하는 운동권과 ‘그들의 관료’들이다. 그들은 지금 누구 편인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국민 여러분, 여러 분들은 지금 이런 모욕을 받고도 밥이 목으로 잘 넘어가시는지요? 세상은 완전히 뒤집어졌습니다. 저들은 이젠 숨기지도 감추지도 않고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자유가 삭제된 민주주의 정변(政變)입니다. 어찌할 생각들이십니까?

       2. 또 하나는, 자유한국당이 서울대 모 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했더니 그 조사 결과라는 게 이렇게 나왔다고 한다. “북한에 너무 강경한 것이 민심이탈의 원인이다” 아니, 자유한국당이 언제 북한에 그렇게 강경했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이 북한과 대화하려고 얼마나 안간힘들을 썼는지는 옛날 신문을 뒤져보면 알 수 있다. 박왕자 씨 피격사건 때문에, 천안함 때문에, 연평도 포격 때문에 남북관계가 끊어진 게 우리가 잘못(강경)해서인가?

       서울대 모 연구소는 왜 이런 뻔한 것을 뒤집어 “보수, 너희 때문이야?”라고 말했을까? 그들의 학부 시절 이래의 학풍(學風)이 1980년대 식 ‘진보’였기 때문이란 해석밖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런 학풍에서는 그런 조사밖엔 나올 수가 없다. 자유한국당이 이런 인식을 뒤따라가는 한 그 당이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대표정당으로 우뚝 설 수는 절대로 없다. 자유한국당, 어디 한 번 ‘유연하게’ 자~아아아아알 들 해보라우.

      사드 배치 찬성이냐 반대냐, 북핵 폐기 먼저냐 제재완화 먼저냐, 북한 인권상황에 분노하느냐 감싸고 못 본체 하느냐, 탈북민에 대해 애정을 갖느냐, 탈북민 기자는 남북회담 취재도 못 하게 하느냐...이런 일련의 질문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답변은 뭔가? 이렇게 묻고 답해야지, 강단의 학자들에게 물으면 답은 물어보나 만나 아님? 한국대학의 사회과학 학풍, 뻔할 뻔자다.

     여론조사? 사회조사? 추세를 알아보는 거야 괜찮지만, 정치투쟁은 ‘이른바 대세라는 것’에 “아니요”라고 외치는 것이기도 하다.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이 언제 여론조사 해보고 거기 맞춰 가르치셨나?

     이래저래 참으로 개 같은 날의 오후였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8/10/30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