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에 의뢰한 용역 보고서 발표… '대북정책 유연성' 부각
  • ▲ 30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30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무너진 정당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대북 안보 프레임을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바꾸고, 여성과 청년의 당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진단이 30일 나왔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대북 정책 '유연성' 주문 

    연구소는 '한국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이라는 보고서에서 "첫째, 유권자 설문조사 분석 결과 보수 유권자의 분열은 실망한 보수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유연한 대북·안보 전략에 반대되는 강경한 노선만을 보수정당이 고수했기 때문"이라며 "둘째, 경제·사회적으로는 정당과 유권자들 사이의 이념적 불협화음이라기보다는 보수를 결집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 노선의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보수 유권자의 분열과 방황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첫째, 냉전이데올로기에 의존한 낡은 대북·안보 프레임을 버리고 유연하고 실용적인 대북 정책을 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소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9월 7일부터 18일까지 열흘간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한국당을 이탈한 사람 중 43.88%가 '국방, 안보 현안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정당'으로 민주당을 선택했다. 반면 한국당은 29.52%에 그쳤다. 

    통일 관련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정당으로는 한국당 이탈자의 66.49%가 민주당을 꼽았다. 이탈자의 13.83%만 한국당을 선택했다. 

    연구소는 이 조사를 바탕으로 "이탈자의 모습은 지금까지 대북정책과 관련해 보수적인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유권자에게 호소하고자 노력해온 한국당의 노력이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외교·안보 쟁점에 있어 자유한국당이 지속적으로 강한 보수적 태도와 적대적 대북관을 견지해왔다는 점이 한국 유권자들이 인식하는 자유한국당과의 이념 거리를 증가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했다. 

    한국당 이탈자들 '바른미래'에 호감  

    보고서는 유권자 분석을 통해서는 "이탈자들이 보수 성향의 정당 중에서 자유한국당보다는 바른미래당에 상대적으로 높은 호감을 보였다"며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보다 대안 보수 세력인 바른미래당 쪽에 보다 더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여성과 청년 중심의 새로운 정치세력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유권자의 지지를 다시 가져올 가능성은 청년 유권자보다는 여성 유권자(비청년 포함) 공략이 상대적으로 그 가능성이 높다"고 제언했다. 

    계파 인정하는 집단지도체제 가능성 

    보고서는 한국당 공천룰과 관련해 "오픈프라이머리나 국민여론조사의 경우에는 현직 의원보다 불리한 정치신인에 대한 가산점을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로 언급되는 '계파 갈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잠재적 계파 갈등의 경우 무조건 덮으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화하는 것이 갈등을 관리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며 "협의체를 구성할 때 계파의 존재를 인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실상 최종 결과에서는 계파를 인정하는 '집단지도체제의 구축'을 고려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석호 교수는 "자유한국당은 지지도가 추락하는 것에 대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으니 여의도 정치를 통해서 '더불어민주당과 각을 세우고 정권을 비판하면 희망이 생기겠지'하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해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한국당의 지지로 연결되지 않는다"며 "한국당은 구조적, 복합적, 장기적 위기에 놓여 있다. 선거에서 부진하고 한 두 번 경쟁에서 부진한 것으로 진단하는 것은 남아 있는 희망의 싹도 자를 수 있는 잘못된 현실인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최소한의 관심도 못 받는 자유한국당이 어떤 위치에 있고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한국당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괴리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용역 보고서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경색되는 과거 안보관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충고를 받아들이겠다"며 "여성과 청년 이슈에서도 젊은 마인드를 갖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