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인과 수사팀장 같은 부산 출신이라 수사에 영향"... 교체 요청에 경찰 '굴복'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의 이메일 사찰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영등포경찰서 사이버수사대 팀장이 갑자기 교체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밝힌 교체 이유는 '수사팀장의 출신지'다. 이를 두고 고발자인 KBS 공영노조 측은 "경찰이 언론노조의 압력에 굴복한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KBS 공영노조는 29일 밤 성명을 내고 "수사팀장의 교체는 경찰이 KBS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며 "KBS와 언론노조가 경찰에 압박하자, 그야말로 백기를 들어버린 공권력의 항복"이라고 규탄했다.

    '동향' 이유로 수사팀장 '기피' 신청

    앞서 6월 KBS 내부에서는 "KBS판 적폐청산기구인 '진미위'가 직원들의 과거 보도 활동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자의 메일을 몰래 들여다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공영노조는 즉각 양승동 KBS사장과 진미위 관계자들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와 관련해 본격 수사가 시작된 것은 최근이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사이버수사대 수사관 15명을 KBS 본사 내 '진실과 미래위원회' 사무실로 보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KBS 측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4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진미위 사무실 압수수색은 정치적 배후가 의심스러운 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난 29일 경찰은 돌연 해당 사건 수사팀장을 교체한다고 밝혔다.

    KBS측이 "고발인 성창경 위원장과 사이버수사대 수사 팀장이 같은 부산 출신이라 친분이 있다"며 담당 수사팀장에 대한 기피(수사관 교체 요청제도) 신청을 했고, 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KBS 공영노조위원장과 영등포서 사이버수사팀장이 둘 다 부산 출생인 것은 맞지만, 사이버팀장은 중학교까지 부산에서 다니고 고등학교부터는 서울에서 생활했다. 개인 친분이 있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KBS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고발인 측 공영노조 "공권력마저 휘두르는 언론노조" 황당

    이에 공영노조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부산이 어디 조그만 골목 동네인가. 같은 부산 사람이라서 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나. 공영노조위원장도, 영등포서 수사팀장이 부산 출신인 것을 민노총 언론노조가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 알았다고 한다. 동향이라 수사에 영향을 받을까봐 기피한다는 것은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공영노조에 따르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수사팀장 교체를 요구한 계기는 지난 23일 압수수색 직후다. 당시 영등포서 팀장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KBS연구동의 위치를 공영노조위원장에게 전화로 물어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KBS측과 언론노조 측은 "짜고 수사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영노조는 "경찰이 압수수색 대상 건물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고발인에게 물어보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그렇다면 경찰이 피고발인 등 언론노조원에게 물어봤어야 하느냐"며 황당함을 보였다.

    이들은 "공권력마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구 바꿀 수 있는 것이 노조란 말인가. 이는 일종의 국가기강 문란이다.수사에 외압을 넣고 있는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를 즉각 수사하고, 공권력을 노조에게 내 준 경찰청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