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수중보, 北잠수정 침투 막는 핵심 시설... 정부 추진 중인 '서해평화수역'엔 걸림돌
  •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제10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소장(왼쪽)이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육군 중장과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제10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소장(왼쪽)이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육군 중장과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정부가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한강 하구 공동수로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를 결정하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서울시 방어를 포기하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6일 제10차 남북장성급 회담 결과 보도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한강 하구에서 군 및 해운 당국 관계자와 수로 조사 전문가가 포함된 남북공동조사단 각 10명을 구성해 11월 초 공동 수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북이 공동조사 한다는 한강 하구는 서해평화수역 조성과 수도권 방어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지역이다.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나온 공동조사는 서해평화수역을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서해평화수역 계획에 한강 하구는 서북도서까지 이어지는 ‘평화수역’의 시작점이다. 

    한강 하구, 군사적으로 北기습 침투 대상
    반면 군사적 측면에서 본 한강 하구는 북한의 기습 침투 대상임과 동시에 이로부터 수도권을 방어하는 최전선이다. 그 가운데서도 한강 수중보는 북한 반잠수정의 서울 침투를 막는 핵심 방어선이다. 

    한강 수중보는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테러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들을 살해한 것을 본 박정희 정부가 북한의 대남침투를 방지한다며 건설을 시작했다. 1988년에는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 고양시와 김포시 사이를 잇는 신곡 수중보가 준공됐다. 

    대남침투용 반잠수정 발견되기도
    임진강과 합류하는 김포시 주변 한강 하류 일대는 예부터 북한의 대남침투용 반잠수정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실제로 2005년 남파됐던 북한 공작원들이 김포 앞 한강 하류에서 반잠수정을 타고 북한으로 복귀하려다가 군경의 매복에 걸려 소탕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한강 하구 지역은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지만, 현 정부와 지자체들은 ‘평화’와 ‘개발’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인다. 때문에 현 정부가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합의한 데 따라 한강 하구의 대남 침투 방지용 수중보도 철거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강 하구 수중보 철거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강 하구를 비롯한 서해안 철조망 제거도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 김포시와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서해안과 한강 경계철책 170km를 2020년까지 제거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철책 300km의 절반이 넘는 길이다. 

    경기 화성시는 특히 철조망 제거에 적극적이다. 화성시는 지난 15일에도 육군 51사단과 함께 제부도 입구 1.4km 구간의 철조망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도 2019년까지 화성시 궁평 해수욕장 0.5km, 고온이항부터 모래부두까지 6.5km, 박신장고지 0.6km 등의 철조망을 제거할 것이라고 보조를 맞추고 있다. 

    서울, 경기 등 주요 지자체와 정부가 한강 하구 개방, 해안 철조망 제거에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안보 측면에서의 우려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